박성진 포스코 실장, 박 명예회장 추모 특별강연 
"선조들 핏값으로 시작한 사업, 국민에게 돌려줘야"
"' POSTECH...1조 펀드 등 박 명예회장 뜻 이은 사업 추진"
산학연 융합 생태계 반한 벤처들...포항에 몰려 첨단도시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올해 10년이 된다. 포스가 위치한 포항은 제철의 도시를 넘어 첨단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박태준 명예회장이 뿌려놓은 씨앗이 열매를 맺고 있다. [사진=대덕넷 DB]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올해 10년이 된다. 포스가 위치한 포항은 제철의 도시를 넘어 첨단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박태준 명예회장이 뿌려놓은 씨앗이 열매를 맺고 있다. [사진=대덕넷 DB]
"POSTECH은 포스코 미래가 아닌 '국가 미래'를 위해 만든 학교입니다. POSTECH에서 교육 받은 학생들은 세계무대에서 활약을 펼치고, 연어가 회귀하듯 다시 돌아와 창업하며 벤처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박태준 명예 회장님은 돌아가셨지만, 그의 정신이 우리 세대를 넘어 타오르면서 또 다른 박태준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POSTECH의 성공은 포스코보다 더 큰 기업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포항제철 초대 회장이자 포항공과대학교 설립자 및 초대 이사장을 지낸 철강왕 박태준 명예 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지났다. 그가 떠난 후 포항은 계속 진화하며 첨단도시로 발전했다. 여러 벤처가 먼저 포항 생태계에 반해 자리를 옮겼고, 포항은 철강에서 그래핀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다.

박성진 포스코 산학연협력실장(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은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어릴 적 살던 곳으로 회귀하듯, POSTECH 졸업생들이 포항으로 돌아와 창업하고, 선순환 생태계와 관계없는 사람들도 와 먹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POSTECH의 교육은 교육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순수한 마음이 있었다. 그 중심에는 박태준 명예 회장이 있었다"며 "박 명예 회장께서 POSTECH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강조했던 국가를 미래를 위한 정신이 후배들에게 대물림돼 또 다른 박태준이 탄생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지난 2일 POSTECH이 박태준 명예 회장 서거 10주기 추모 특별 강연을 온라인에서 진행했다. POSTECH 1기 수석졸업생이자 POSTECH과 포스코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 실장이 직접 만났던 박태준 명예 회장에 대한 회고와 함께 그의 제자들이 박 명예 회장의 철학을 이어받아 포항을 어떤 도시로 변화시키고 있는지 현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선조들 핏값으로 시작한 사업, 국민에게 돌려줘야"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농업이 아닌 철강에 투자한다고 하니 일본도 "기술도 없는데 어떻게 철강업을 하겠냐"며 철강사업에 반대했지만, 박태준 명예 회장이 일본 관계자들을 설득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실장은 "선조들의 핏값으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박 명예 회장은 임직원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 영일만에 투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에도 뜻이 있던 박 명예 회장은 포스코 주변에 유치원, 초중고를 세우고 POSTECH을 세우는 등 포항에 연구학원도시를 만들었다. POSTECH의 첫 입학생인 박성진 실장은 "입학식 축사 때 박태준 명예 회장을 처음 뵀다.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기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었고, 이를 국가 미래를 위해 교육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농업이 아닌 철강에 투자한 만큼 박 명예회장 등은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다. 박 명예 회장이 임직원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 영일만에 투신해야 한다'고 한 이야기들은 유명하다.[사진=대덕넷 DB]
POSTECH은 소위 말하는 수도권에 캠퍼스도 없지만, 과학기술, 정치, 예술 등에서 인재들을 다수 배출하는데 성공했다. 박 실장은 성공 요소로 ▲도전과 열정 ▲시대정신 ▲본질과 순수 ▲실력양성 등 4가지를 꼽았다. 

그는 먼저 신생학교에 인재들이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로 김호길 초대학장의 도전과 열정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김 학장은 상위 2%의 사람들이 전 세계를 변화시킨다며 2%의 학생들만 받자고 제안했지만, 대부분 교수들은 '이런 지방에 누가 오냐'며 반발했다. 

박 실장은 "김 학장은 학생이 단 한 명만 오면 내가 직접 가르치겠다면서 박태준 명예 회장을 설득시켰고, 박태준 명예 회장은 학생이 안 와도 좋은 연구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테니 김 학장 뜻대로 한번 해보라고 그를 지원했다. 전국을 30바퀴 돌면서 학생모집을 시작했고 마감 당시 2.2:1이라는 기적이 일어났다"면서 "김 학장께서 이 정도로 나를 인정해주는 조직이면 목숨 걸고 한번 해볼 수 있는 조직이라며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직원들 구성원들에게 열정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리더십이 박태준 명예 회장께는 있었다"고 말했다.

박태준 명예 회장의 꿈 중 하나는 한국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POSTECH을 설립한 이유 중 하나다. 박 실장은 "김 학장께서 박 명예 회장께 노벨상을 받게 해준다고 했으니 가속기를 지어달라고 제안했다. 당시 POSTECH은 광양제철소에 약 33조 원을 투자해 현금이 많지 않은 상태였지만 1500억 정도를 투자해 가속기를 만들도록 지원했다. 포항에 최고의 연구시설이 생기면서 우리나라 과학이 앞당겨졌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김 학장의 열정과 박 명예 회장의 전적인 지원과 반응이 POSTECH을 성공으로 이끈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박태준 명예 회장이 포스코의 미래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학교를 세웠던 점을 성공 요소로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다른 기업에서도 대학을 만들었지만, 인재채용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다보니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고, 교수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컸다. 

그는 "박 명예 회장께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일할 교수와 사업가들이 자유도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냐며 교육의 본질에 순수한 마음으로 학교를 운영했다. 학교 건학이념에도 국가, 세계, 인류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최고를 추구할 수 있는 큰 정신세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태준 명예 회장이 시대정신을 잘 이해했던 점도 성공 원인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50~60년대에는 문맹 퇴치, 70년대 뿌리 산업인력이 주요 키워드였지만, 80년대 들어오면서 국산화를 위한 석박사 R&D가 필요해졌다. 시대정신에 따라 박 명예 회장은 POSTECH 캠퍼스를 만들고 산학협력을 위해 캠퍼스의 절반은 POSTECH을, 절반은 포스코 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는 "이런 혜안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벤처생태계 활성화와 신성장 사업 육성 센터)' 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 1조펀드·체인지업 그라운드 등...박 명예 회장 서거 후에도 이어지는 뜻
 

박태준 명예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박 실장은 그의 뜻이 포항에 씨앗으로 뿌리내려 벤처창업으로 열매를 맺고, 후배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고 했다. 연어의 회귀다.[사진=대덕넷 DB]
박태준 명예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박 실장은 그의 뜻이 포항에 씨앗으로 뿌리내려 벤처창업으로 열매를 맺고, 후배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고 했다. 연어의 회귀다.[사진=대덕넷 DB]
포항공대를 졸업한 박 교수는 미국에서 연구 생활을 하다 귀국해 포항공대 교수로 재직했다. 다시 포항으로 돌아온 그는 박태준 명예 회장과 면담하며 회사와 POSTECH 설립 여러 에피소드를 들었다.

"80년 초 많은 기업인이 돈을 번 후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는 일에 집중하는데 자기는 양심상 그걸 못하겠다 말씀하셨다.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든 포스코는 국민의 기업이라는게 그분의 뜻이셨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공과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민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POSTECH은 사립대가 아닌 국민의 대학이란 생각이 들었다. 면담이 있고 난 뒤 명예 회장님이 돌아가셨다."

박태준 명예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박 실장은 그의 뜻이 포항에 씨앗으로 뿌리내려 벤처창업으로 열매를 맺고, 후배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고 했다. 연어의 회귀다.

그는 "포스코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영이념을 가지면서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 중 하나가 최정우 POSTECH 회장이 추진하는 1조 펀드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POSTECH을 졸업한 학생들은 세계무대에서 과학기술 기반 창업을 통해 약 100개가 넘는 벤처를 만들고 상장하는 등 성장해왔다. 하지만 포스코나 POSTECH과의 긴밀한 관계는 없었다.

최 회장은 포항과 광양에 있는 사업장 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망 벤처기업들에 저금리로 대출 지원을 해주고, 벤처밸리를 만들어 신성장산업 생태계 조성을 돕는 '1조 펀드'를 박성진 실장에게 맡겼다. 1조 중 8천억은 벤처 펀드로, 2천억은 인프라에 투자해 벤처밸리, 체인지업 그라운드 등을 만들었다.

포스코는 1조 펀드를 통해 기업+대학+연구+벤처라는 협력체계를 만들고,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지역결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80개국에 162개 법인을 가지고, 1700개의 글로벌 파트너가 있다.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많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연구시설도 충분히 갖췄다. 포항에는 가속기 2대와 포항공대 캠퍼스에 2조 원의 연구시설이 있고, 포스코의 연구비까지 다 합치면 5천 명이 연간 1조원의 연구를 하는 시스템을 갖는다. 

그는 "이 연구결과가 상용화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벤처생태계다. 제철 보급과 교육 보급이 합쳐져 혁신 보국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보국을 위해 포스코는 1조 펀드를 2천 개 기업에 분산투자했다. 매년 30개의 국내, 1~2개의 국외상장이 일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사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박 실장에 따르면 벤처 펀드를 위해 포스코는 2250억 원의 출자약정으로 9개 펀드를 만들었다. 이번에 6574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7개 펀드를 더 만들 예정이다. 박 실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펀드의 50%가 567개 기업에 투자됐다. 여기엔 포항공대 동문 기업도 상당수다. 이 중 133개사의 시가총액이 12조 8000억 원"이라며 "현재 투자 중인 자산에 대한 기대 수익률은 IRR 18.4%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벤처생태계가 된 이유는 POSTECH이라는 연구중심대학과 RIST, 가속기 등 산학연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체인지업 그라운드, 벤처밸리, 벤처 펀드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산학연이 협력해 우수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고, 벤처밸리 3대 유망분야로 ▲소재·부품·장비 ▲바이오▲신약 ▲IT 등 산업기반을 구축했으며, 벤처육성 및 인프라 구축 및 성장 지원을 하고 있다. 포항과 광양, 서울 등 인큐베이팅 센터를 통해 89개사(기업가치 6183억원)를 지원 중이며, 포스코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12개사(시가총액 500억)를 창업 연계시키는 등 성과도 내고 있다. 

그는 "미국처럼 박사 30%가 창업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미래가 바뀔 것"이라며 "우리 모두 부자가 될 수 있게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특히 박 명예 회장과 김 총장의 뜻대로 그는 포스코보다 더 큰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POSTECH 출신 주요 동문 기업으로는 항체융합단백질과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GeneXine', 전자상거래 플랫폼 국내 1위 기업 'CaFe24', 국내 보안 시장을 점한 'Penta 시큐리티', 국내 최초 배터리 재사용 공장을 설립한 'Pmgrow', 빅데이터 처리 벤처 '더블'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학술, 정치, 예술, 문학 등 2만 명이 넘는 동문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이렇게 쟁쟁한 경쟁력을 가진 동문을 통해 제2의 박태준 명예 회장이 태어나고 있다. 그분의 육체는 하늘로 갔지만, 정신을 우리의 심장 속에서 세대를 넘어 타오르고 있다"며 박 명예 회장의 뜻을 이어 포스코보다 더 큰 벤처를 만들 수 있도록 뛸 것을 약속하며 발표를 마쳤다. 

 

박태준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추모 특별강연이 온라인에서 열렸다.[사진=온라인 캡처]
박태준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추모 특별강연이 온라인에서 열렸다.[사진=온라인 캡처]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