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AI프렌즈 심포지엄 개최
"공유문화로 실용적·따뜻한 AI 구현"
"현장서 산업계 이슈 발굴·해결 중요"

대덕 AI커뮤니티 AI프렌즈가 학회 출범 이후 지난 8일 첫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영상=AI프렌즈]

"라이트형제는 당시 규명이 안 된 이론을 실험했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유인 비행기 개발에 성공한 거다. 우린 대개 이론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산업화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라이트형제가 유인 비행에 성공하면서 그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항공학이 생겼듯이 말이다. AI도 마찬가지다. 학문만큼, 현장에 뛰어들어 산업계 이슈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실험이 중요하다. AI프렌즈가 자발적 모임에서 비롯됐기에 산업적 임팩트를 미치는 학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대덕 AI커뮤니티 AI프렌즈가 학회 출범 이후 지난 8일 첫 공식행사를 개최했다. 장영재 KAIST 교수는 이날 "산업계의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학문이 발전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과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서 4년간 재직, 공장 자동화와 운영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공장 투자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석해 6개월 만에 수십억원 비용을 절감한 바 있다. 십수년간 실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를 지향해온 인물이다.

그는 "현장에 가보지 않으면 문제를 알 수 없다"며 "그 예시로 최근 한 학생이 택배기사분들의 이동 동선을 역동적이게 바꿔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기사분들은 실제 물류창고에서부터 경로를 고려해 물류를 쌓는다. 교통변화에 따라 동선을 효율적으로 바꿀 수가 없다. 현장을 겪어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가 현실 가능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연구주제가 현실에서의 문제보다 학자들의 상식선에서 선정된다"고 말했다.

◆ AI, 타이어 제조 3개월 → 3분으로

장 교수는 최근 타이어 기업 A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디지털 기술로 타이어 설계부터 전체 기획을 혁신해보자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타이어는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자동차 출시와 함께 컨셉 등을 타이어 기업에 전달하면, 제조사가 그에 맞는 타이어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 자동차 회사와 협의하에 타이어 제조에 들어간다. 여기에 드는 기간은 약 3개월이다.

장 교수 연구팀은 KAIST 기계공학과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사람이 일일이 그리던 타이어 패턴을 데이터화해 자동화시켰으며, 과거 데이터를 통해 최적화된 물성을 찾도록 했다. 또한 수학적 분석을 통해 최적의 투자 비용도 산출했다.

그결과 3개월이던 프로세스는 3분으로 단축됐다. 장 교수는 "이미 많은 기술들이 있었지만, 산업계 분들은 이러한 기술 자체를 몰랐고, 우리도 이 기술들이 이 정도의 활용 가치가 있는 줄 몰랐다"며 "분산화된 기술들을 현장에 합치면 시너지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선 기술력 문제보단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프로세스 혁신이 없는 요소기술은 무용지물이다. 포크레인이 나와도 삽질로 하던 과거의 토목공사 프로세스,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의미없다 말이다. 새로운 기술일수록 많은 변화가 요구되기에 기술이 들어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연구 위기다"

손영성 ETRI 박사에 따르면 AI 관련 연구논문 수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 논문을 읽고 돌아서면 다음 레벨의 논문이 나올 정도의 속도다.

손 박사는 "AI연구는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위기란 ▲매우 빠른 기술 발전 속도 ▲연구 중복성 ▲재현성 논란 ▲연구평등 ▲심사의 공정성 ▲실제 생산성 미비 ▲연구협업 방법 미비다.

손 박사에 따르면 현재 AI 관련 논문은 중복성을 고려하지 않고 갯수만 늘어가는 실정이다. 모든 연구에 AI가 접목되면서 연구 다양성은 없어지고 있으며, 1등과 2등의 실력 차가 몇천 배 이상으로 커져 자원과 정보를 갖고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 경쟁이 불가능해졌다.

또 수많은 논문 중 실제 재현 가능한 연구는 10%에 불과하다. 데이터 공유 자체를 안 하기 때문에 후속연구는 연구 당사자만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실제 현장에 접목하기엔 논문과 현실의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다.

손 박사는 "구조적 혹은 이론적으로 전체 프로세스 바뀌어야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데이터와 자원을 공유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협업해야 AI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원 페블러스 대표도 "1년에만 AI 관련 논문 12만건, 특허 10만건이 나오고 있다.  현대의 과학·공학 논문은 한 두사람이 할 수 없는 연구가 대부분이다. 디지털대전환 시대의 연구논문은 불특정 다수의 동료들과 함께 쓰는 누적적인 시스템에 의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우영 AI로봇랩 리더는 누구나 실용적인 AI를 배울 수 있는 'AI메이커스페이스'에 대해 설명했다. 김진수 대전시 AI팀장은 대전시 AI 산업육성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한편 AI프렌즈는 2018년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다. 3천300명의 회원, 150회 기술세미나 등을 거치며 지난 7월 사단법인으로 발족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나온 최초의 학회다. 현재 개인회원 101명과 기업회원 6곳이 소속돼 있으며, 실용적이고 따뜻한 AI를 추구한다.

AI프렌즈 설립자이자 초대회장인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AI는 곧 일상에 녹아들 것"이라며 "학회는 이 변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AI 실용적 응용 관점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AI프렌즈 공동 설립자이자 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귀훈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일반 시민들 뿐만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AI를 무서워하지 않고 더 알게돼 좋은 가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착한 AI, 따뜻한 AI'를 실현하는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AI프렌즈 학회 선언문.

선언문

지난 수년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기존 전통 산업이 혁신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공유문화가 있습니다.

오픈엑세스가 가능한 논문 시스템과 프로그램 코드 공유, 그리고 SNS를 통한 빠른 정보 교류를 통하여 인공지능 분야는 다른 학문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빠른 발전을 거듭해나가고 있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같이 하고자 하는 대덕의 연구원과 각지의 기업인 그리고 학생들과 모여 2019년 가을에 에이아이프렌즈 커뮤니티를 설립하였습니다.

공유문화로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소수가 기술을 독점하고, 작은 회사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런 한계를 인식한 저희들은, 보다 많은 분들이 인공지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에이아이프렌즈 커뮤니티를 학회로 확대 발전하고자 합니다.

AI 기술 발전의 원동력은 그대로 유지하며, 전통 산업에 AI 기술 이론을 적용하여 경험을 확산하고자 하는 학술적인 도전을 더 하고자 합니다.

AI 기술이 세상에 미칠 영향과 그 가속도는 커질 거라 생각됩니다. 그 발전 방향을 따라잡을 수 있는 새로운 학술 문화를 저희 학회에서 제시하고, 선도하며, 확산시키는 도전을 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논문 시스템, 인공지능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AI메이커스페이스 등을 통하여 새로운 인공지능학회의 첫걸음을 대덕에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AI프렌즈 회원 단체사진. [사진=AI프렌즈]
AI프렌즈 회원 단체사진. [사진=AI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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