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업협회-연구장비산업협회 23일 통합식 개최
"연구장비·연구산업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 科技강국 발판 만들 것"

23일 오전 연구산업협회와 연구장비산업협회 통합식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23일 오전 연구산업협회와 연구장비산업협회 통합식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우리 과학기술은 선진반열에 올랐지만 연구장비는 후진국에 속해요. 과학기술 대국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단추가 연구장비입니다. 남이 안하는 연구를 하려면 우리가 장비를 만들어야죠. 이번 통합식은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통합을 기반으로 연구산업, 연구장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발판을 만들겠습니다."(조상준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이사)

23일 오전 프레스센터. 평소라면 북적거려야 할 회의장에 15명 남짓한 사람이 모였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준비된 행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행사 마무리까지 약 20분, 짧은 시간이지만 참가자들은 연구산업발전과 연구장비 개발 강국이라는 도원결의를 맺었다. 

한국연구산업협회(회장 현재호)와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회장 박한오)가 협회관계자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와 함께 통합식을 개최했다. 두 협회는 연구산업발전을 위해 지난 1여 년간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결론으로 '통합'키워드를 꺼냈다. 통합을 기반으로 협회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연구산업 발전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을 마련, 정부가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펼칠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의 가교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장비분야에서 본격적인 액션을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연구개발은 선진국수준으로 향상됐지만, 연구산업과 연구장비는 여전히 뒤처진 것이 현실이다. 연구장비 경우도 약 90%가량을 수입해 사용한다. 기업이든, 학교든, 정부출연연구원이든 실험실에 가면 국산연구장비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자체기술이 없으면 같은 장비도 부르는게 값이다. 서너 배 비싸게 구입하면 그만큼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첨단과학을 위해 연구장비의 자체개발이 중요하다. 장비를 사오는 것만으로는 연구는 한계에 부딪힌다. 개성 있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연구분야를 선도하려면 연구장비를 직접 만드는 풍토마련이 중요하다. 두 협회의 남다른 결의가 각 분야 넘버원 기술 및 장비 개발에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연구개발 큰 흐름 변화 소용돌이, 통합 기회될 것

양 기관의 통합은 지난해 10월 통과된 '연구산업진흥법'이 계기가 됐다. 연구산업진흥법 시행령에는 '연구사업자는 연구산업의 역량강화와 기반 조성 등을 위해 과기부 인가를 받아 연구산업협회를 설립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기존 연구산업협회의 연구개발서비스업 육성에 관한 정부 위탁업무 수행을 넘어 연구서비스, 연구재료, 연구장비 등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양 기관을 통합하는데 이르게 됐다. 

하지만 법 통과에도  통합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수차례 열린 협회 총회에서 통합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지만 마지막까지도 예상 외 반대가 나올 정도로 양측 간 논의해야할 부분이 많았다. 우여곡절로 예상보다 수개월 지체됐지만, 양 측 관계자 모두 선진연구개발 및 연구산업 발전을 위해 통합은 필수불가결이라는데 공감, 통합에 공감했다.

양 기관 통합을 위해 발 벗고 뛴 조상준 연구장비산업협회 이사(파크시스템스 상무이사)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 연구개발 흐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가운데 이번 결의가 과학강국으로 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물류비가 5배 이상 치솟는 등 물류대란이 심각하다. 우리나라처럼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예전엔 부족한 연구장비나 재료를 해외에서 사오면 됐지만 하루, 이틀 만에 오던 것들이 일주일, 한 달씩도 걸릴 수 있다. 연구개발은 스피드 싸움인데, 이런 상황에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소화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준비하고 만들어 가는데 이번 통합이 큰 의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 기관 통합 추진을 위해 힘쓴 조상준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이사. 그는  "연구장비는 국가 무기나 마찬가지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산업기술을 만들 수 있는 무기개발 및 연구장비산업에 대한 목소리를 내도록 협회가 통로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양 기관 통합 추진을 위해 힘쓴 조상준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이사. 그는  "연구장비는 국가 무기나 마찬가지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산업기술을 만들 수 있는 무기개발 및 연구장비산업에 대한 목소리를 내도록 협회가 통로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특히 그는 "연구산업 발전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우리는 충분히 기반이 마련돼 있다"며 바이오니아, 파크시스템스 등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연구기업탄생 성공 스토리를 언급했다.

그는 "이미 성공한 연구기업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등 그 분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는 일본보다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경험이나 마케팅 등 부족한 부분을 통합을 계기로 보완한다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구장비는 국가 무기나 마찬가지다. 과거엔 해외에서 만들어진 특허가 만료된 무기를 빨리 수입해 싼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세금을 통해 만든 무기로 무장한 기업들이 몇 천억의 부가가치상품을 만들어 내제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해외에 수출할 무기가 아닌, 남들이 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산업기술을 만들 수 있는 무기개발 및 연구장비산업에 대한 목소리를 내도록 협회가 통로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통합을 통해 연구장비산업협회가 연구산업협회로 흡수된다. 연구산업협회장이 계속 회장직을 맡으며, 연구장비산업협회장인 바이오니아의 박한오 대표는 연구산업협회 부회장으로, 그 외 운영위원 5인은 연구산업협회 이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서울(연구산업협회)과 대전(연구장비산업협회) 각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상호 협력할 계획이며, 연구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제도, 개선요소 발굴, 전문 인력 양성, 성과확산 및 인식제고 활동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산업협회는 2007년 연구산업의 성장 및 발전을 지원하며 국가연구개발 효율화를 도모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연구장비산업협회는 2017년 과학연구에 사용하는 장비 및 장치의 이용, 연구에 관한 과학기술 발달과 산업고도화 등 국가경제 발전 및 국민 삶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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