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봉원 천문연 박사
천문연 포함 국제연구진, 12일 '궁수자리 A 블랙홀' 영상 공개
손 박사, 2002년도 포닥 시절 독일서 첫 블랙홀 연구팀 소속
"누구도 시도 못 한 KVN, 세계 최초 전례 없던 성공사례"

EHT 국제 공동 연구진이 사상 최초로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을 포착
EHT 국제 공동 연구진이 사상 최초로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를 포착했다. [사진=천문연]
이번에 관측한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사진=천문연 제공]
이번에 관측한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사진=천문연 제공]
사건지평선망원경(이하 EHT, 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 공동 연구진이 사상 최초로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을 포착, 지난 12일 22시 7분 그 영상을 공개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최초로 포착된 M87에 이어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블랙홀로, 한국천문연구원도 이름을 올렸다.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7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이 태양보다 약 400만배 크다. 태양계로부터의 거리가 M87 블랙홀과 비교해 2000분의 1 정도로 가까워 블랙홀 연구의 유력한 대상이다. 그러나 M87에 비해 1500배 이상 질량이 작아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영상이 심한 산란 효과를 겪어 M87에 비해 관측이 어려웠다.

공동 연구진은 EHT을 활용해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EHT란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 영상을 포착하려는 시도다. 여기엔 세계 80개 기관, 300여명의 연구진, 8개의 전파망원경이 5년간 동원됐다. 

천문연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3기(서울 연세대, 울산대, 제주 서귀포 탐라전파천문대)를 통해 국제 연구팀과 함께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구조가 '원형'에 가까움을 확인했다. 이는 블랙홀 중력에 의해 주변 기체들이 회전하면서 끌려들어 갈 때 만들어지는 부착원반이 원형 모양이라는 의미로, 블랙홀이 지구 쪽을 향해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세라 마르코프 EHT 과학이사회(EHT Science Council) 공동 위원장은 "궁수자리 A 블랙홀과 M87 블랙홀은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이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이라 언급했다.

케이치 아사다 대만중앙과학원 천체물리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초대질량 블랙홀 중 가장 큰 편인 M87 블랙홀과 가장 작은 편인 궁수자리 A 블랙홀 영상을 비교・분석해 중력이 극단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느 때보다 더 자세히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손봉원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박사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집단지성으로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라며 "천문연은 공동으로 운영하는 ALMA과 JCMT 망원경 참여를 넘어 KVN이 EHT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산에서 M87 신호 잡던 소년···어엿한 과학자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손봉원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박사. 그는 전파천문학을 전공해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었다. 당시 사건지평선 근처의 블랙홀 신호 포착 연구에 함께 했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번 연구에 참여한 손봉원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박사. 그는 전파천문학을 전공해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었다. 당시 사건지평선 근처의 블랙홀 신호 포착 연구에 함께 했었다. [사진=이유진 기자]
손 박사는 인류가 첫 블랙홀의 신호를 잡았을 당시, 해당 연구팀의 일원이었다. 연세대 전파천문학 학석사 후 독일 본대학교 박사과정을 거쳐 2002년도,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다. 참고로 당시 본은 블랙홀 연구의 중심지였다. 

그에 따르면 당시 연구소는 블랙홀 연구 붐이 일고 있었다. 기존 활동성은하에서의 제트 방출 관측을 넘어, 높은 해상도의 망원경으로 사건지평선 근처의 블랙홀 신호를 포착하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우연히 그는 해당 연구팀에 들어가게 됐고, 사건지평선 관측을 도맡아서 했다. 이때 성공적으로 잡힌 신호가 바로 인류가 최초로 포착한 블랙홀 M87의 시발점이다. 

☞사건지평선: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지대. 어떤 물질이 사건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그 일부는 에너지로 방출되기 때문에 높은 해상도의 관측 장비를 동원한다면 사건지평선의 가장자리를 볼 수 있다.

손 박사에 따르면 당시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관측은 비디오테이프로 기록됐었다. 어두운 천체의 신호를 합성하려면 굉장히 정밀하게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테이프론 적합하지 않았다. 사건지평선 수준으로 관측하려면 하드디스크가 필요했다. 때마침 당시 전파간섭계용 하드디스크가 개발, 연구팀은 첫 프로토타입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결과는 대성공, 사건지평선 근처의 블랙홀 신호를 잡을 수 있었다.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수백~수천km 떨어진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 전파망원경 사이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거대한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해 분해능(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별하는 능력)을 높이는 기술.

손 박사는 "당시 포닥으로 팀 내 막내였어서, 첫 프로토타입을 들고 산에 올라가 12시간씩 관측하곤 했었다"며 "그땐 시키니까 무작정 한 거였는데, 지금 보니 역사적 순간에 함께했던 거였다. 프로토타입이 될지 안 될지 다들 확신이 없었는데 관측이 잘 됐다. 블랙홀 연구의 기록적인 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 후발주자 한국의 성과? "집념의 결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탐라전파천문대 전파망원경. 그 밖에 국내엔 서울 연세대, 울산대에 각각 두고 있다. 현재 서울대 평창 캠퍼스에 4호기를 건설 중이다. [사진=대덕넷DB]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탐라전파천문대 전파망원경. 그 밖에 국내엔 서울 연세대, 울산대에 각각 두고 있다. 현재 서울대 평창 캠퍼스에 4호기를 건설 중이다. [사진=대덕넷DB]
한국은 2008년 KVN을 완공하며 본격적인 우주 현상 관측에 발을 들였다. 당시 일본 등 앞서 나가고 있던 국가들도 처음엔 한국을 반신반의했다. 신호 포착은 물론, 합성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KVN은 망원경의 성능을 검증하는 첫 관측에서 일본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확인된 신호를 합성하니 제대로 된 영상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후 KVN은 2010년도부터 바로 연구에 사용됐다. 당시 미국, 독일,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사건지평선 국제 연구가 시행되고 있었으며 한국과 중국, 일본은 M87과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보완할 수 있는 관측을 주 연구주제로 삼았다. 그러던 중 2017년, 동시에 6개 지역 8개 망원경이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이 시작됐고, 한국도 동참해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간 연구에 대한 결실이었다.  

손 박사는 "기존 망원경이 수증기로 인해 관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 세계가 '이렇게 하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확실치 않아 시도는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KVN을 시도,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KVN은 여러 주파수를 동시 관측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여러 대의 역할을 하나의 망원경이 하고 있는 셈으로, 굉장한 혁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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