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당선인 대전-대덕 원팀 강조, 과학계 의견 경청 긴요
연구단지 개방, 투자 펀드 조성···과학과 시민을 가깝게
추진력 기반 중앙부처와도 협력 강화, 대덕단지 르네상스를

지난 2일 새벽 차기 대전 시장이 정해졌다. 기존 시장들과는 좀 다른 경력의 인물이다. 최근 20년간 역대 시장들은 대체로 지역 중심 활동을 하며 지명도를 높인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차기 시장은 지역도 지역이지만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동해 경험과 네트워크가 차별성이 있다.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이장우 당선인은 선거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보았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출발해 구청장과 2선의 국회의원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3번의 낙선 경험이 있다. 낙선하고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음 선거에서는 맷집을 키우며 성장해왔다. 낙선 경험으로 1표의 소중함을 아는 만큼 시민 중심 시정을 하고, 중앙 정치 경험으로 대전시를 국가 차원의 플레이어로 만들 것으로 주변에서는 기대한다. 

대전은 '과학수도'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운다. 과학수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과학수도가 갖춰야 할 조건과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리더들이 구비해야 할 눈높이는 어떠해야 할까?

흔히 우리는 수도란 개념을 책임보다는 권한 측면에서 선호한다. '사람은 서울로···.'란 속담에서 이야기하듯이 패권을 쥐는 지역으로서, 특혜를 당연시하는 측면에서 수도를 거론한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우월성을 인정받고 선망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며 존경받고 있는가? 또 그곳에 사는 시민들은 만족하고 있는가?

서울은 꿈을 쫓는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도시이다. 그러기에 서울을 비롯해 그 주변부인 수도권이 우리나라 11.8%의 면적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50%가 넘게 살고 있고, 100대 기업의 86%가 그곳에 본사를 놓고 있다. 2030 젊은이들의 56%가 그곳에 몰려 있다. 언론과 연예 등 문화산업의 집중도는 거의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서울은 집중으로 인한 효율성이 극강이기도 하지만 초집적과 그에 따른 초경쟁으로 내부 삶의 질은 위협받고 있기도 하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은 시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가의 반증이다. 또 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부터는 '약탈적 패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지탄받기도 한다.

대전이 과학수도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출연연구소가 전국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25개 기관 가운데 17개가 대전에 있다. 여기에 이공계 최고 대학인 KAIST와 많은 민간연구소, 그리고 과학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딥테크 기업들도 과학수도 대전의 배경이다.

외형은 전국 최대가 맞다. 하지만 내용도 그에 걸맞는지는 의문이다. 과학수도라고 하지만 구성원인 대전시민은 과학의 혜택 내지는 편의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이는 연구단지가 속해 있는 유성구민도 그렇고 연구소 근무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과학 연구를 왜 하는지, 그 비전은 무엇인지, 결과에 대한 보람은 무엇인지, 어떤 책임을 갖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고 고민도 별로 없다. 관성적으로 연구할 뿐 과학이 이 시대 갖는 의미와 책임 등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

이장우 차기 시장은 당선 소감 일성으로 "대전과 대덕을 원팀으로 대전을 일류경제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평소 대덕이 섬으로 대전과 떨어져 있는데 앞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단 그는 대덕과는 큰 인연이 없다. 정치기반은 동구로 원도심 지역이고, 의정 활동 시에도 과학기술위원회에서 소속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 당선자는 대전과 대덕연구단지를 결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주변에서 꼽는 그의 강점은 추진력이다. 그가 의원으로 일할 때 민원 대응 3대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 

일본전산의 업무처리 지침으로도 알려진 3대 원칙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의원실은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며 "다른 곳 다 들려보고 안되니까 찾아온 민원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스스로도 절실해야 했다"고 설명한다. 그러기에 그는 어느 누구보다 추진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추진력은 단점이 되기도 했다. 물불 안 가리니 주변과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빚어졌다. 앞으로 시정을 펼치며 독불장군으로 나가지 말고 주변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이 대전을 명실상부한 과학수도로 만들고, 표방한대로 일류 경제도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자들이 즐겁게 연구하고, 시민들이 과학을 친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자님 말씀에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란 어구가 있다. 가까운데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먼 데서도 사람이 온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는 멀리 있는 사람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축제를 예로 든다면 동네 사람보다는 외부 손님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네 주민이 소외받으면 일시적 이벤트는 되지만 지속 가능성은 낮아진다.

과학과 관련해서도 연구자들이 신날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연구 환경 마련에서부터 연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연구결과 사업화나 보상 등에 있어 연구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들의 명예와 자긍심, 책임감을 높여줄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시민으로서 지역 기여도 중요한 대목의 하나이다. 연구에만 집중해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과학자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것이다. 듣다 보면 큰 흐름이 잡히고 아이디어가 생긴다. 역대 시장들은 과학에 신경 쓰기는 했지만 제한적이고 단속적이었다. 대덕단지가 갖는 잠재력 및 가능성 대비 투자 시간은 적었다. 듣는 작업은 시간이 걸린다. 결과는 천천히 나타난다. 그러기에 역대 시장들은 갈 길이 바쁜 만큼 대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자연히 활용도 제한적이었다.

일류경제도시를 만드는데 과학기술은 필수적이다. 시간이 걸려도 과학자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과학기술 위원회 같은 창구를 상설화하고 1달에 1번은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점검하고 중장기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 구루인 충북대 강형기 명예교수는 "지방자치에 있어 단체장의 역할은 최소 70%"라고 말한다. 과학을 시정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시장이 직접 위원회에 참석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과학기술이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되는 상황에서 대전이 갖고 있는 과학기술 인력 및 자원은 다른 지역에서는 상상도 어려운 특별한 환경이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대전시만의 차별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과학자를 부자로 만들고, 동시에 시민들도 과학으로 혜택 받을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는 지역민들이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대덕의 우수한 기술력에 투자하고, 그 결과물을 과학자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을 때 과학수도로서 대전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덕에 기술력이 있고, 자금도 여력이 있어 창업자들이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대전으로 몰릴 때 대전은 서울 등 수도권 보다도 경쟁력 있는 곳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시장인 허태정 시장이 혁신도시로 지정받은 연축지구 등의 공간 활용을 기업인들의 의견을 잘 청취해 개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과학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책도 필요하다. 여러 가지가 가능하겠지만 피부에 와닿는 조처 가운데 하나는 연구원 개방이다. 여러 시장이 이를 시도했으나 체감할 수 있는 결과는 없었다. 보안시설이라는 점이 장벽이 됐다. 그렇기는 하지만 현재는 개별 건물 보안이 다 된다. 공휴일만이라도 연구원을 개방해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 연구단지와 시민들의 거리는 한결 가까워질 것이다. 현재는 연구원들도 다른 연구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단지 개방은 대덕단지의 유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학수도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와 함께 문화도 활성화돼야 한다. 과학자들이 연구 짬짬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가볍게 차나 맥주를 하면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대중과도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로부터도 생활상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의견을 들을 때 연구는 더욱 독창적인 것이 가능하다. 연구원들끼리도 사일로처럼 막혀 있는 담장을 허물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대전뿐 아니라 판교 창원 포항 울산 등과도 교류하며 시야를 넓혀야 한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과학 선진국과도 폭넓은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나 미국의 과학과 공학 축제, 독일의 여름 과학축제 등에서 보여지듯이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고민과 시도가 요구된다.

대전이 과학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과학 자원이 빈약한 다른 지역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서울이 독점적으로 존재하며 지방의 자원을 블랙홀처럼 흡인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많은 자원을 가진만큼 다른 지역이 부족한 것을 파악하고, 지원하며 그 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이럴 때 상호 공존이 가능하고 자원이 연계되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제2연구단지 조성과 이 당선인이 밝힌 산업용지 500만평 조성 등 과학수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부처와의 협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부와 중소기업부, 산업부, 그리고 기획재정부 등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李 차기시장은 중앙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부처와의 협력 체제 구축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무릇 행정에는 '감동'이 필요하다.(강형기 교수). 감동은 진정성에서 출발한다. 내년 대덕단지는 50주년을 맞이한다. 대전의 대덕단지에서 대한민국의 대덕단지로 거듭나야 한다. 李 차기 시장이 진지하게 과학자들과 소통하며 힘을 합쳐 대덕단지 과학자와 대전시민이 다함께 부자가 되는 길을 찾고, 더 나아가 소멸 위기 지역들이 과학기술로 되살아나는 감동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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