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 '빗물저금통·산지 물모이'···"홍수 막고 빗물 재활용"
황석환 건설연 박사 "홍수 피해, 과하다 싶을 정도 시설 투자해야"

이례적 폭우로 우리나라 곳곳이 물 폭탄을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 곳곳이 물에 잠겨 정전과 차량침수 피해가 막심했고, 급류에 휩쓸려 18여명이 실종·사망했다. (해당 사진은 이번 홍수와 관련 없습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이례적 폭우로 우리나라 곳곳이 물 폭탄을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 곳곳이 물에 잠겨 정전과 차량침수 피해가 막심했고, 급류에 휩쓸려 18여명이 실종·사망했다. (해당 사진은 이번 홍수와 관련 없습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이번 홍수는 이례적 강수량이 원인이지만 홍수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제시된 대책이 실행됐느냐 안됐느냐를 돌아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홍수피해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황석환 건설연 수자원하천연구본부 박사)

"대부분의 홍수는 인재다. 물 관리는 자기 땅에 떨어진 빗물을 관리하는, 모두에 의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

이례적 폭우로 우리나라 곳곳이 물 폭탄을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정전과 차량침수 피해가 막심했고, 급류에 휩쓸려 18여명이 실종·사망했다. 특히 강남은 버스 절반이 잠길 정도의 홍수로 피해가 막심하다. 소강상태가 계속되는 지금까지 침수된 차량을 옮길 견인차가 부족해 길가 곳곳에 세워져있고, 흙탕물이 도로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의 원인으로 이례적인 강수량을 꼽지만 "예전부터 내놓았던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홍수를 막지 못했다"고 말한다. 10년 전 같은 피해를 겪고도 홍수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홍수가 인재 (人災)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대심도터널 재추진 카드 꺼내들어, 효과는?

홍수피해로 서울시는 빗물터널(대심도터널) 재추진을 꺼내들었다. 빗물터널이란 자동차가 다닐 정도의 터널처럼 만들어 평소엔 닫아두었다가 폭우가 내리면 저지대에 고인 빗물을 저류하거나 배수하는 시설이다. 2011년 수도권 홍수로 빗물터널 7개 확충안이 발표됐으나 막대한 예산 등을 우려해 6개가 무산됐다. 현재 양천구 신월동 일대 1곳만 운영 중이다. 이번 피해를 계기로 서울시는 빗물터널 재추진에 한다고 나선 상황이다. 10년 간 1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빗물터널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황석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박사는  "강남규모의 홍수는 조금 손봐서는 대응이 어렵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시설투자와 제도개선을 하지 않으면 체감 가능할 정도의 개선책 마련은 어려울 것"이라며 빗물터널 설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신월동과 강남지역 간 강수량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번 폭우로 신월동이 피해를 입지 않은데에는 빗물터널 효과를 어느 정도 봤다고 생각한다"며 "빗물터널은 공사비가 많이 든다. 특히 강남지역은 지하철과 건물지하층 등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50m이상 더 깊이 뚫어야해 공사비가 많이 들지만, 하천 수준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인만큼 이 물들을 밖으로 빼주기 위한 대심도터널 설치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동섭 건설연 박사는 도수 홍수를 막기 위해 하수관, 우수관의 방재성능 목표 및 설계 빈도 상향 등을 제안했다.  (해당 사진은 이번 홍수와 관련 없습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이동섭 건설연 박사는 도수 홍수를 막기 위해 하수관, 우수관의 방재성능 목표 및 설계 빈도 상향 등을 제안했다.  (해당 사진은 이번 홍수와 관련 없습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이동섭 건설연 수자원하천연구본부 박사도 빗물터널에 공감하면서 "도시의 홍수를 막기 위해 하수관이나 우수관의 방재성능 목표 및 설계빈도 상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감사원은 '도시지역 저류시설 안전관리실태'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 방재성능 목표가 실제 강우량 보다 낮게 산정된 것을 지적하며 도시지역 저류시설의 안전관리 부실로 침수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박사는 "비 피해는 매년 발생하지 않다보니 상향 준비 등 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우수관을 바꾸거나 신설할 때 큰 관으로 바꾸도록 방재성능 목표를 상향하고, 설계빈도를 늘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농촌지역의 경우는 빗물 펌프장을 늘리고 소규모 저류지를 활성하는 것이 도움된다. 무엇보다 최근 농촌지역 피해현장에 가보면 귀농 후 산기슭에 집을 지어 생활하는 분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예보시스템 강화로 인명피해 막아야

이번 홍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배수관이 역류해 맨홀뚜껑이 열리면서 실종자들이 휩쓸렸고, 반지하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시민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황 박사는 시설확충 외에도 시스템적인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돌발홍수를 예측하고 차단 및 대시시키기 위한 '예보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관련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 건설연은 '국지돌발홍수시스템'을 구축, 전국을 대상으로 홍수, 침수위험을 3시간 전까지 분석해 알리는 플랫폼을 개발했고, 첨단 센싱 및 IoT 기술을 이용해 중소 하천 및 도심의 강우, 수위, 유속을 측정 및 모니터링을 24시간 하고, 무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송수신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바 있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도 3시간 전 침수 위험, 침수 발생지역, 범위 및 발생원인을 예측 분석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침수 예측 솔루션'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등 활용은 미미한 상황이다. 황 박사에 따르면 홍수예보를 위해 기상청 레이더 자료나 홍수통제소 등 자료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보들을 종합해 예측자료를 만들어야한다. 이 내용을 기반으로 대피를 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 정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 부재로 각 기관별로 정보를 모아 최종 수요자인 일반시민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그는 "예보를 위한 서너 단계를 거치도록 돕는 총괄 컨트롤타워가 없고, 틀린 정보를 줬을 경우에 대한 부담 등으로 기관들에서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침수는 10~20분 만에 발생한다. 홍수예보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기술이 어느 정도 마련된 만큼, 정확도가 70~80%라 하더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동섭 박사는 "도심지역에 수위계를 설치해 지역의 홍수 예측을 강화야한다"며 "주요도로나 지하철, 지하상가출입구, 저지대 건물 등 주요 지점에 설치하면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도시빗물저금통'과 '산지 물모이'로 홍수 막고 빗물 재활용

산지 물모이 모습. 산 위에서 내려오는 물 에너지를 줄여주고, 토양침식을 줄여줘 수로를 막지 않도록 한다. [사진=환경보존단체 Bioklimatický Park Drienová SNS.]
산지 물모이 모습. 산 위에서 내려오는 물 에너지를 줄여주고, 토양침식을 줄여줘 수로를 막지 않도록 한다. [사진=환경보존단체 Bioklimatický Park Drienová SNS.]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개발과 산림, 임도(숲속 길) 개발 등으로 빗물이 그대로 땅에 흡수되지 못하는 만큼, 도시 및 산림 설계에 홍수피해대책이 담겨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단지도로나 산림, 임도를 가꾸면서 지형의 표문 유출 특성이 바뀌어 평소보다 많은 빗물이 흡수되지 못하고 내려간다. 유출계수(강우량에 대한 하천이나 하수관거 유입하는 우수량의 비율) 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를 지양해야하는 이유다. 

그의 주장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환경부가 201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물이 스며들지 않은 물투수 면적률의 경우 서울 54.39%, 대전 49.85%로 조사됐다. 최근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도시개발로 물투수 면적률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유출계수 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를 유발시킨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제는 달라져야한다"며 "무엇보다 하류에서 문제가 났다고 하류에서만 해결하려하지 말아야한다. 상류부터 그 원인을 해소해야한다. 내리는 비를 잘 모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지난 연구를 통해 서울 광진구 스타시티 빗물시설을 설계해 3000t의 비를 가둬 재활용할 수 있게 했다. 서울대 공대에 떨어지는 빗물과 샤워오수를 모아 공대 전체 변기물로 쓰는 설계도 맡았다. 이 같은 빗물 시설은 연간 수천 톤의 물을 아끼기도 하지만 홍수를 막는데도 일조한다. 

한무영 교수는 서울대 공대 옥상에 빗물을 모아 텃밭을 가꾸고 공대 전체 변기물로 쓰는 등 비를 모아 활용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사진=대덕넷 DB]
한무영 교수는 서울대 공대 옥상에 빗물을 모아 텃밭을 가꾸고 공대 전체 변기물로 쓰는 등 비를 모아 활용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사진=대덕넷 DB]
빗물시설 설치, 빗물터널 등은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대규모 공사와 설계 없이 홍수를 막을 순 없을까. 한 교수는 '도시빗물저금통' 설치와 '산지 물모이'를 제안했다.

물모이는 산 위에서 내려오는 물의 에너지를 줄여주기 위해 나무 등으로 설치한 시설이다. 토양침식을 줄여줘 수로를 막는데 도움을 준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65%가 산지기 때문에 산지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빗물저금통은 지붕 등에 내린 빗물을 모아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인터넷만 검색하면 쉽게 구입도 가능해 건물옥상이나 주택 마당 등 곳곳에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빗물저금통은 지역 사정과 관리 예산 등을 배정하지 않은 채 설치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한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물 관리는 정부나 특정 그룹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기 땅에 떨어진 빗물을 관리하는 모두에 의한 관리가 돼야한다"며 "빗물 저금통도 이런 분들의 참여와 열정으로 설치하고 관리하면 유지 관리에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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