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 박사, 국가연구개발성과 100선에 3번 선정
연구 중간 단계이후에서는 현장 적용 그림 그려
"연구비 찔끔보다 뭉텅이로 주고 성과 요구해야"
"연구자, 서로 정보 공유하며 청중 설득 필요"

최완 박사는 1985년 ETRI에 오면서 TDX 과제에 참여했다. 그의 역할은 컴퓨터 시스템 분야. 그는 연구생활 동안 3번이나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사례에 선정됐다. 최 박사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중간 단계부터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지를 생각했다"고 우수성과 비결을 꼽았다.[사진= 길애경 기자]
최완 박사는 1985년 ETRI에 오면서 TDX 과제에 참여했다. 그의 역할은 컴퓨터 시스템 분야. 그는 연구생활 동안 3번이나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사례에 선정됐다. 최 박사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중간 단계부터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지를 생각했다"고 우수성과 비결을 꼽았다.[사진= 길애경 기자]
TDX(전전자 교환기), 딥러닝, 슈퍼컴, 인간유전체 분석 등.
연구소의 굵직한 성과마다 그가 함께했다. 연구개발 성과들은 연구소기업 설립으로 실용화되며 건강한 사회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도 크게 기여했다. 정부에서 선정하는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에도 세번이나 이름을 올리며 연구자로서 인정받았다(과기부에서도 드문 사례다). 

ETRI에서 85년부터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최완 박사. 그는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로 평가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로 하드웨어가 목적에 맞게 작동토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등 전자기기를 움직이게 하는 운용체계 개발이다. 하드웨어에 두뇌를 심어주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연구 특성은 흐름에 따른 연구로 볼 수 있다. 컴퓨터 시스템에서 스토리지, 슈퍼컴으로 이어지며 대형 성과들이 나왔다. 그에게 이처럼 대형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그는 "그냥 열심히 했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제를 하게 되면 중간단계 후부터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까라는 그림을 명확하게 그렸다"면서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강조했다. 

◆ TDX에서 CDMA로

최완 박사가 처음 투입된 과제는 TDX 개발이다. 85년 입사하자마자 신입 연구원에게 주어진 업무는 컴퓨터 시스템 분야.

그는 "ETRI에 오니 TDX 개발이 한창이었다. 신입 연구자로 선배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그냥 열심히 했다. 컴퓨터 시스템을 맡았는데 TDX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환경을 개발하는 작업이었다"면서 "이전에는 교환원이 이천만 전화 가입자들의 전화를 수작업으로 연결해 주는 방식이었다. 이후 기계식으로 바뀌었는데 100% 수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개발하면서 국산화로 수입단가를 대폭 낮췄다. 그때 발생한 수익이 천 억이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정말 대박을 터트렸다"면서 "TDX 국산화로 이후 연구개발에 실패해도 괜찮은 정도로 수입단가를 낮춘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가는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TDX 기술은 스마트폰 강국이 되는 지름길이 됐다. 최 박사는 "당시 컬컴이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만 갖고 있었는데 미국의 교환기 회사들이 다 거절했다. 우리는 TDX 기술을 변형해 CDMA에 적용했다. 그 때 투입된 예산이 250억원이다. 아무도 성공을 예측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CDMA 종주국이 되면서 이 또한 대박을 터트렸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은 반도체 강국으로 이어졌다. 최 박사는 "TDX와 CDMA로 성장한 삼성이 당시에는 밑 빠진 독이었던 반도체에 집중투자 했다. 그 결과 오늘날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서는데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딥러닝에서 슈퍼컴, 유전체 분석

최 박사의 과제는 5년 단위로 자연스럽게 다음 과제로 이어졌다. 그는 "출연연은 특히 ETRI는 PBS(과제중심제도)의 영향으로 출연금 비중이 낮아 연구비가 없으면 과제를 지속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우리는 과제가 끝나면 바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딥러닝,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과제와 마하 슈퍼컴 과제를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당시 전세계 슈퍼컴은 인텔의 CPU로 거의 통일돼 있었다. 연구진은 소프트웨어, 운용체계, 저장 기술 등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6기가, 8기가, 10기가의 스토리지를 10대, 100대, 1000대를 모으면 페타바이트 스토리지 시스템이 되고 소프트웨어로 성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했다"면서 "과제들이 별개처럼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확장되는 구조였다. 마하 슈퍼컴 탄생으로 이어졌다. 2016년 국가연구개발 최우수 성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마하 슈퍼컴 기술은 인간 유전체 분석 인프라의 기반이 됐다. 최 박사 연구팀은 마하 슈퍼컴 인프라를 제공, 인간의 암 유전체 분석을 지원했다. 이는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데 기여했다. 마하 슈퍼컴 기술을 이전받은 연구소기업 신테카바이오는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진입,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딥러닝 사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국내 터널의 하자를 찾는데 적용될 것이다. 터널 하자 검사비가 연간 1조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딥러닝으로 해보자고 했다. 국내 터널 사진을 다 찍어서 하자를 찾는데 적용했다"면서 "딥러닝으로 하면 2000억원이면 가능하다. 우리가 개발 중"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최 박사는 주중 일부는 ETRI, 일부는 중소기업 성장을 돕고 있다. 자신이 30여년 넘게 연구하면서 경험했던 노하우들을 전수 중이다. 은퇴를 앞뒀지만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끝으로 출연연의 연구개발 과제, 예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PBS 제도로 과제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국가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하려면 예산 단위를 크게 해야 한다. 지금은 250억원 예산을 25개 과제로 나눠서 10억원씩 나눠주는 상황"이라면서 "10억원 규모 과제로는 누구도 협력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규모로 협력할 이유가 없다. 성과 역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차라리 250억원을 연구소나 연구단에 주고 성과 내라고 해봐라. 목표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연구진도 과제 수주를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우선 과제 참여자들과 정보를 공유해야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합심할 수 있다"면서 "그리고  발표 노하우가 필요하다. 파워포인트도 기사 제목처럼 신경을 쓰면서 청중과 교감하며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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