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이후 ITER 목표 달성 등 고려해 실증로 추진
유석재 원장 "2050년대엔 상용화발전소 운영 가능할 것"

한국이 핵융합 실현을 위한 초읽기에 나섰다. 2035년 이후 실증로 설계를 목표로 연내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이유진 기자]
한국이 핵융합 실현을 위한 초읽기에 나섰다. 2035년 이후 실증로 설계를 목표로 연내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KSTAR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윤시우 핵융합연 부원장. [사진=이유진 기자]
인류가 에너지 고갈 문제에 직면했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화력발전소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수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적지만 투입 자본 대비 에너지 공급 효율이 떨어진다. 원자력발전소는 반대다. 적은 힘으로 많은 에너지를 무탄소로 생성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아직까지도 인류에게 위험요소로 꼽힌다.

이들의 장점만을 합친, 방사능 오염과 온실가스로부터 자유로운 무한정 에너지가 있다. 바로 '태양'이다. 태양은 365일 우리에게 끊임없는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그 원리는 '핵의 융합'이다. 서로 다른 핵이 한데 모여 발생하는 에너지다. 

한국이 핵융합 실현을 위한 초읽기에 나섰다. 실증로 개발을 통해 핵융합에너지를 실제 사용 가능한 정도의 전기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것. 2035년 이후 설계를 목표로 연내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2일 대덕특구 기자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단은 한국핵융합연구원을 방문, KSTAR 현장 투어를 진행했다. 오태석 과기부 제1차관과 유석재 핵융합연 원장 등이 자리했다.    

◆ 핵융합 기술 일등국 韓
 

22일 대덕특구기자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단이 방문한 핵융합연 내 KSTAR. [사진=이유진 기자]
22일 대덕특구기자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단이 방문한 핵융합연 내 KSTAR. [사진=이유진 기자]
KSTAR 진공용기 내부. [사진=핵융합연 제공]
KSTAR 진공용기 내부. [사진=핵융합연 제공]
핵융합을 발생시키는 데엔 크게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①질량이 큰 수소, 중소수와 삼중수소를 충분히 묵직하게 충돌시켜야 하고 ②수소 주변의 반발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③가까워지면서 생겨나는 수소 사이의 반발력을 이겨낼 만큼의 빠른 가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조건들이 상시적으로 충족되면 무한정 그린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지상 위 태양'이 구현되는 셈이다.

쉽진 않다. 플라즈마 자체가 날아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잡아두는 건 고난도다. 원자핵을 충돌시키고,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은 연구 초기 0.1초 플라즈마 구현도 어려워했다. 

현재 한국은 자체 구축한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ATR)로 1억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20초에 이어 30초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두 기록 모두 누구도 넘지 못했던 세계 신기록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인도, 중국,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구축을 한국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유다. 
 

프랑스 카다라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현장. [사진=핵융합연 제공]
프랑스 카다라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현장. [사진=핵융합연 제공]
핵융합엔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 그중 전 세계가 가장 높은 실현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게 토카막 방식이다. 토카막은 자기장 코일을 이용한 도넛형 장치로, 플라즈마가 가득 차 있는 도넛을 생각하면 된다. ITER와 KSTAR 둘 다 이 토카막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플라즈마를 가득 담은 도넛(토카막)에 중성자 빔 등을 조사하면 도넛의 에너지가 점점 높아지면서 플라즈마 온도가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도넛 전체에 가해지는 자기력에 의해 수소 원자는 도넛 중심부에서만 움직이게 되고, 서로 충돌하며 핵융합에너지를 방출한다. 

핵융합연은 연내 1억도 플라즈마 50초 운전에 이어 2026년 300초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0초 달성은 의미가 크다. 300초는 핵융합 발전소 운영 최소 기준으로, 24시간 운전으로 갈 수 있는 기술 확보를 뜻하기 때문이다. 플라즈와 내벽 상호작용 시간이 약 100초인 점을 봤을 때, 100초까지만 도달한다면 300초까진 무리 없을 거란 입장이다. 
 

텅스텐 디버터. 
핵융합연이 자체개발한 텅스텐 디버터. 총 64개의 텅스텐 디버터 카세트가 올 8월 내로 KSTAR 토카막 내부에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핵융합연]
이를 위해 KSTAR 내벽 업그레이드를 연내 추진한다. 디버터를 기존 탄소 재질에서 자체개발한 텅스텐으로 교체, 성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디버터란 핵융합 반응 과정에서 생성된 헬륨 등과 같은 불순물을 외부로 배출시키고 내벽온도 상승을 억제해 초고온 장시간 운전을 가능하게끔 한다. 핵융합연은 오는 8월까지 텅스텐 디버터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25년까지 장시간 운전용 가열·전류구동 장치 등도 확보할 예정이다.

◆ 2035년 실증로 구축? 넘어야 할 산 많아

정부는 2035년 이후 ITER의 목표 달성(에너지 증폭률 10배) 여부와 핵심기술 확보, 핵심 부품 국내 조달 등을 고려해 국내 핵융합에너지 실증로 건설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핵융합에너지가 실제 전력까지 생산하는 실증로다. 

과기부는 23일 '제18차 국가핵융합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예비개념설계(~26년), 개념설계(~30년), 공학설계(~35년) 등 단계를 거쳐 실증로 구축 기반을 닦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 상반기 산학연 전문가 중심 실증로 설계 TF팀을 꾸리고, 연내 장기 R&D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실제 핵융합에너지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①최대 전기출력 500메가와트(MW) 이상 ②지구상 희귀한 삼중수소 유효자급률 1 이상 ③안전성 ④경제성 등을 모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증로 구축에 들어갈 비용과 인력도 만만치 않다. 관계자에 따르면 핵융합실증로는 최소 10만~20만평 규모로 구축돼야 한다. 또 방사능을 띈다고 알려진 삼중수소를 직접 다루진 않지만, 토카막 안에서 발생되는 점을 고려해 설립 위치에 따른 지역민 여론도 간과할 순 없다.

오태석 과기부 제1차관은 "2035년 ITER의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실증로 구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그 준비를 차차 하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인이 있겠지만 경제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석재 핵융합연 원장은 "과거 핵분열에너지의 경우 연쇄반응에 성공한 뒤 14년 후 상용화가 됐다. 같은 맥락이라고 하면 2035~38년 사이 ITER로부터 핵융합에너지가 연쇄반응에 성공하면 최소 2050년대엔 상용화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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