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석 전 원장, 설계도 찾아내 통제영 거북선 복원
"지붕은 전체 아닌, 중앙에만 판자 세워 올린 형태"
"완벽한 설계 구조 찾아냈다고 생각···꿈에 그리던 순간"
국내 과학자가 최초로 복원에 성공한 거북선의 진짜 모습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대덕특구기자간담회에서 설계도와 함께 복원된 거북선 모형(65분의 1)을 공개했다. 1795년 사용됐던 통제영 거북선이다.
그간 거북선은 유물이나 사진이 없어 진짜 모습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판옥선에 지붕을 올린 형태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 세부적인 모양과 구조에 대해선 여러 가지 가설만 분분하다. 실제 남해에 복원된 10여개의 거북선 모습 또한 다 다르다.
원인은 설계도가 없기 때문이다. 채 전 원장은 그 설계도를 찾는 데 성공했다. 바로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이다. 채 원장의 연구 결과, 이는 19세기 초 거북선 건조에 사용된 설계도임이 밝혀졌다.
귀선도설에 실린 내용이다. 이는 1809년 이후 거북선을 건조할 때 귀선도설이 기본 설계자료로 사용됐음을 의미한다. 실제 여기엔 거북선의 입체 그림과 함께 1층 저판의 크기와 높이, 2층의 높이, 3층 개판의 구조에 대해 나와있다. 채 원장은 이를 기반으로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복원했다.
◆ 기존보다 폭넓고 지붕은 중앙에만
그는 설계도를 통해 통제영 거북선 3층 개판이 1척 7촌짜리 송판 11개 규격임을 밝혀냈다. 통제영계록에 따르면 저판의 크기가 같은 거북선과 판옥선의 경우 1층과 2층의 규격이 같다. 별도 설계, 건조가 아닌 기존 판옥선 3층 갑판 중앙에 개판을 만들고 그 속에 함포를 장착한 게 거북선이라는 의미다.
이는 결론적으로 판옥선 3층과 거북선 3층 개판이 비슷한 무게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걸 뜻한다. 채 전 원장은 "3층 전체에 지붕을 씌울 경우 무게가 무거워져 한쪽으로 침몰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거북선의 지붕(개판)은 전체를 둥글게 씌운 형태가 아닌 중앙 부분에만 판자를 세우고 지붕을 올린 형태다. 이는 그동안 알려졌던 거북선 모습과 가장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화포 배치도도 찾아냈다. 그간엔 거북선 3층 개판 좌우에 함포를 배치해 사용했는지, 아니면 조총이나 활 정도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채 전 원장은 1894년 통제영 해유문서를 통해 함포를 설치해 사용했다는 확실한 근거를 밝혀냈다.
문서에 따르면 거북선은 2층과 3층 좌우, 전·후에 함포를 배치했다. 2층 선두에 3대의 대형 함포, 선미에 1대, 3층 좌우에 24대, 선두에 2대, 선미에 1대 등 총 31대 화포가 설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엔 탑승인원과 군량미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있다. 거북선엔 장교 6명, 사부 18명, 화포장 10명, 포수 24명, 타공 4명, 격군 120명 등 총 182명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수군들이 한 달 동안 사용할 군량미 24석, 찐쌀 6석, 미숫가루 3석 등 총 61석의 군량미가 1층 창고에 실렸으며, 2층 중앙엔 수군들의 휴식방이 배치됐다.
채 전 원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거북선의 구조가 다 달랐는데, 이번 설계도를 바탕으로 거북선의 실제 모습을 알 수 있게 됐다. 나름 완벽하게 설계 구조를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꿈에 그리던 순간"이라며 "당시 군함들은 수명이 다하면 민간에서 분리해 목재로 사용했다. 조선의 해군력이 군함 차원에서 지속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엔 전라좌수영거북선을 연구하려 한다. 후엔 우리가 만든 거북선 중 가장 큰 규모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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