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평화적 시민운동 '매봉산 피크닉'···외국인·주민·과학자 다수 참여
"과학동네 심장부 난개발 우려···우리의 힘으로 자연 생태계 지킨다"
'성명서 낭독' '깃발꽂기' '음악회' '시민행동 토론회'···생태계 보전 공감

과학동네 구성원들은 10일 오전 7시 매봉산 피크닉 행사를 열었다. 인간띠를 만들어 매봉산을 안아주는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과학동네 구성원들은 10일 오전 7시 매봉산 피크닉 행사를 열었다. 인간띠를 만들어 매봉산을 안아주는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과학도시 대전은 다른 도시보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동네에서 지역주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건강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도룡동 KAIST교수아파트 주민)
 
"외국인이지만 대전의 자연 생태계를 사랑한다. 특히 유성과 갑천에 대해 애정이 깊다.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분명히 결실을 이루리라고 확신한다."(프레데릭 휘센(Frederic Huyssen) KAIST 유학생이면서 지역주민)

과학동네 구성원들의 지역 자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토요일 오전 매봉산 인근 주차장. 매주 일정한 시간이 되자 지역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지난주보다 더욱 많은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피켓이 쥐어져 있다.

대전 한밭고등학교 학생들이 매봉산 아파트 건립 반대 입장을 피켓으로 표현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대전 한밭고등학교 학생들이 매봉산 아파트 건립 반대 입장을 피켓으로 표현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매봉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요!' '매봉산이 깎일수록 우리 수명도 깎입니다!' '아름다운 매봉산 우리가 지켜줄게' 등등 피켓의 문구에도 진정성이 깊이 묻어난다.
 
한쪽에는 외국인의 모습도 보인다. 그들도 피켓을 높게 치켜들고 있다. 국가·도시를 가리지 않고 자연 생태계를 한마음으로 지켜내자는 의지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매봉산 등산로를 오르며 자연과 호흡한다. 나무 사이로 산새들의 지저귐이 울려 퍼지며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과학동네 심장부로 불리는 매봉산에 아파트 건립 등의 난개발이 우려되면서 지역주민 스스로가 자연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섰다. 지난 10일 오전 9시 매봉산 일대에서 평화적 시민운동 '매봉산 두 번째 피크닉'이 열렸다.

매봉산 피크닉 현장의 모습. 외국인 참가자도 눈에 띈다.<사진=박성민 기자>
매봉산 피크닉 현장의 모습. 외국인 참가자도 눈에 띈다.<사진=박성민 기자>
'후손에게 매봉산을'
'지구적 삶을 위하여'
'매봉산아 이제는 내가 있다' 

말 그대로 매봉산에 '공동체'가 피어났다. 정상에는 자연과 공감되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지역주민들은 녹지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매봉산 생태계를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깃발에 적었다.

지역주민들은 매봉산 정상에 깃발을 꽂으며 환경지킴이의 의지를 표출했다. 이들의 의지와 소망이 담긴 깃발은 대전광역시청 정문 공터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매봉산을 바라보며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도 만들었다. 매봉산을 안아주며 생태계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조상들이 물려준 자연환경을 후손에게도 넘겨주자는 과학동네 공동체의 공감대가 매봉산 정상에 메아리쳤다.

◆ 과학동네 한마음 성명서···"아파트 건설 계획 즉각 취소하라"
 

자연 생태계 지킴이들의 목소리가 성명서로 발표됐다.

이날 과학동네 구성원들은 '매봉산 개발 공동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매봉산 아파트 건설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매봉산 지킴이 피켓을 치켜들고 한목소리로 소망했다.

행사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은 "대전시는 유성구 도룡동의 대덕특구 심장인 공동관리아파트와 매봉산 근린공원 내에 아파트 건설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며 "대덕특구의 가치를 확대 재생산해 대전시 전체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입을 모았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성명]매봉산 민간특례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공동관리아파트 공간 재구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오는 2020년 7월에 도시계획시설 지정이 해제되는 매봉산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매봉산근린공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대덕특구 유치과학자들의 정주환경으로 조성된 유성구 도룡동의 공동관리아파트를 아파트 건설과 기업지원 공간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근본원인은 대덕특구의 가치와 대덕특구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덕특구의 가치를 활용한 대전 지역활성화 및 가치창출에 관한 비전과 정책부재에서 기인한 것으로 사료된다.

대전시는 2017년 4분기를 기준으로 전년동분기 대비 인구가 5.3천명이 줄고, 소비 및 판매량의 증가 0%, 수출이 0.3% 감소하고 취업자수는 11.6천명이나 감소하는 등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대전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고민은 뒤로 한 채, 지속적인 인구 감소문제와 도심쇠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이 아파트 건설이라는 근시안적인 대응에 머물러 대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상황이다.

우리는 대덕특구에 대한 미래성 없는 정책 대안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아울러, 우리의 뜻을 실현해나가기 위하여, 지역 구성원들과 함께 매봉산 땅1구좌사기 운동과 공간의 공공적 재구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임을 미리 밝히고자 한다.

2018년 3월 10일. 매봉산 개발 공동 저지 대책위원회.(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대덕몽,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덕밸리라디오, 매봉산 개발 반대 주민 대책위원회 등등)

특히 이날 '매봉산 피크닉'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 몇몇은 '자연 생태계 교류'의 시간도 가졌다. 프랑스인 프레드릭 휘센 KAIST 유학생이 창업한 대전 수제 맥주 공장인 '더랜치브루잉컴퍼니'에 방문해 시민행동 토론회를 열었다.

한편, 매주 이어지는 매봉산 피크닉 행사는 오는 17일 오전 9시 유성구 도룡동 공동관리아파트 관리사무소 앞 공터에서 진행된다.


매봉산 피크닉 행사에 앞서 참가자들이 매봉산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매봉산 피크닉 행사에 앞서 참가자들이 매봉산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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