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에든버러 과학축제' 성료
전세계 15만명 다녀가‧‧‧"과학을 놀이로"

과학축제의 본거지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비가 오면 과학체험 하는 가족이 많아지고, 해가 뜨면 비교적 한산해 진다. [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축제의 본거지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비가 오면 과학체험 하는 가족이 많아지고, 해가 뜨면 비교적 한산해 진다. [사진=김요셉 기자]
영국 에든버러 중심부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코로나 팬더믹 시절을 완전히 잊은 듯 남녀노소 가족들이 모여 과학 실험에 빠져들었다.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은 각종 실험 도구를 만지고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과학을 체험하기에 거침이 없다. 

유럽 최대 규모 과학축제로 성장한 에든버러 과학축제가 지난 4월 1일부터 16일까지 2주간(부활절 휴가기간)의 향연을 마쳤다. 수백년된 고성이 즐비한 도심 곳곳에서 과학 실험의 장이 펼쳐졌다. 200개가 넘는 다양한 과학 이벤트들은 어린이 영유아 뿐만 아니라 어른들 모두를 위한 과학놀이와 실험, 지식 강연들로 채워졌다. 
 

과학은 놀이다. 영유아들도 과학을 그저 놀이로 느낀다. [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은 놀이다. 영유아들도 과학을 그저 놀이로 느낀다. [사진=김요셉 기자]
34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에든버러 과학축제. 매년 시대를 통찰하는 과학메시지를 던진다. 올해는 'Let's Experiment'. [사진=김요셉 기자]
34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에든버러 과학축제. 매년 시대를 통찰하는 과학메시지를 던진다. 올해는 'Let's Experiment'. [사진=김요셉 기자]
올해 34회를 맞는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슬로건은 'Let’s Experiment'. 에든버러 과학축제 사무국 프로그램 매니저 션(Shan)은 "사람들에게 과학에서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 손을 더럽히면서 사물을 만지고 상상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자 했다"면서 올해 축제의 전체 컨셉 배경을 설명했다.

스코틀랜드 박물관에서 만난 과학 커뮤니케이터 챨리 파이크(Charlie Pike)는 아이들에게 과학을 즐기게 하려고 놀이를 장려하고 있다며 '과학자본(Science Capital)'의 개념을 꺼내들었다. 

과학자본은 사람들이 과학과 연관되는 사회문화적 자산 그 자체다. 과학을 단순히 지식의 영역으로 국한하지 않는다. 과학자본은 과학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된 사회적 상관관계가 단순히 과학 지식에 매료되거나 과학의 중요성을 설파하는데 있지 않고, 얼마나 과학활동을 한다든가‧과학자들을 만난다는가‧책을 읽으면서 친숙해지는 등 수많은 사회적 요소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는 개념이다. 
 

챨리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자본이 중요해 지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을 지향한다. [사진=김요셉 기자]
때문에 과학에 대한 노출 자체를 지식 전달 수준을 넘어 일상의 중심에 과학이 자연스럽게 존재함을 인식하는게 중요하고, 모든 과학이벤트와 스토리텔링이 과학자본 개념 하에 기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영국에서도 과학을 장려하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투자가 감행됐지만, 이공계 진출이 늘거나 과학자가 증가하지 않았던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해 2015년 킹스칼리지 연구진이 새로운 과학문화 개념으로 과학자본을 제시한 것이다. 

챨리는 "과학자본의 중요성을 주목하며 그 인식에 기반해 과학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과학을 하고 싶게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과학을 문화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성공비결을 배우는 전세계 과학커뮤니케들. 합리적 사회로 가는 길에 과학문화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한다. [사진=김요셉 기자]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성공비결을 배우는 전세계 과학커뮤니케들. 합리적 사회로 가는 길에 과학문화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한다. [사진=김요셉 기자]
챨리는 사람들이 시각, 청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과학과 친숙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감각으로 과학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세팅하고 있다. 과학축제 현장 구석구석 과학자본의 개념을 투영한 듯 아이들이 만지고 조립하고 이야기를 듣는 등 오감을 깨우며 과학에 편하게 다가가는 모습들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스코틀랜드 박물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시티아트센터에서도 미래 과학꿈나무들의 과학오감을 깨우는 다양한 과학놀이들이 펼쳐졌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직접 의사 가운을 입고 수술장갑을 낀 채 수술실로 들어간다. 인간 마네킹의 장기 내부를 내시경으로 들여다 보며 이물질을 꺼내보는 의사들의 수술 과정을 직접 체험한다.
 

에든버러 과학축제기간 시티아트센터에 가면 색다른 공룡수업을 들을 수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에든버러 과학축제기간 시티아트센터에 가면 색다른 공룡수업을 들을 수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실감나는 수술실. 마네킹에 빨간 피가 흐르고 장기 내부를 내시경으로 들여다 본다. [사진=김요셉 기자]
실감나는 수술실. 마네킹에 빨간 피가 흐르고 장기 내부를 내시경으로 들여다 본다. [사진=김요셉 기자]
바로 아래층에서는 아이들이 인터넷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저씨 과학 커뮤니케이터와 도구 게임을 하며 익히고, 옆 방에서는 레고를 각자의 방식으로 건축물을 만들며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익힌다. 

어른들을 위한 과학 즐김거리도 수두룩하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60% 비중이라면, 40%는 어른을 위한 과학 소통 이벤트들이다. 대개 어른 프로그램는 저녁 시간에 진행된다.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도 어려운 공식이나 개념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과학을 일상으로 가져와 쉽고 재밌게 받아들이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됐다. 동시에 심리, 수학, 사회학 등 넓은 범주들의 분야들과 과학을 융합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소통하는데 집중한다. 

에든버러 보타닉 식물원을 비롯해 동물원, 대학 등 도심 40~50개 장소에서 각자 장소 특성에 맞게 과학의 새로운 교류와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축제가 코로나 이전 규모 대비 70%에 이를 정도로 서서히 이전 축제 열기를 되찾고 있다. 총 15만여명이 축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번 축제 과정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태식)와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 사무국과의 협력이 타진되기도 했다. 축제 현장을 찾은 이태식 과총 회장은 "올해 7월중 개최될 과총 연례총회에 맞춰 강남 테헤란로에 에든버러 과학축제와 같은 축제를 개최할 것"이라며 "영국 과학문화 전문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과학문화 창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실험에 여념 없는 과학 꿈나무들. 영국이나 한국이나 어디든 많은 어린이들은 과학자를 꿈꾼다. [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실험에 여념 없는 과학 꿈나무들. 영국이나 한국이나 어디든 많은 어린이들은 과학자를 꿈꾼다. [사진=김요셉 기자]
엄마와 딸은 과학으로 마냥 즐겁다. [사진=김요셉 기자]
엄마와 딸은 과학으로 마냥 즐겁다. [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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