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사이먼 게이지 에든버러 과학축제 CEO
모두에게 긍정적 과학이 축적되도록 '과학 자본' 중요성 강조

다양한 과학문화 축제를 30여년간 이끌어 온 사이먼 게이지 에든버러 과학축제 CEO. 그는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강조한다.[사진= 영국 에든버러 김요셉 기자]
다양한 과학문화 축제를 30여년간 이끌어 온 사이먼 게이지 에든버러 과학축제 CEO. 그는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강조한다.[사진= 영국 에든버러 김요셉 기자]
"부유한 국가일수록 과학에 관심이 늘거나 과학자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지난 60년동안 유럽이 그랬다. 한국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자 커뮤니티의 변화가 필요하다. 자신의 연구를 사회에 나누려 노력하는 과학자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럼으로써 과학 자본이 확산될 수 있다."

세계적인 과학 커뮤니케이션 민간 전문조직 대표의 말이다. 영국 '에든버러'라는 작은 도시에서 국제과학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과학문화 활동을 30년간 이끌어온 사이먼 게이지(Simon Gage) 에든버러 과학축제 CEO는 과학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강조한다. 

사이먼 대표는 영국의 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다양한 연구 분야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널리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영국과 유럽에서 과학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들을 전개하고 있다. 

사이먼 대표가 과학자들의 목소리와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배경은 ‘과학 자본(Science Capital)’에 기반을 둔다. 과학에 대한 관심과 과학자 수가 더이상 증가하지 않는 위기 상황에서 과학 자본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 자본은 루이스 아처(Louise Archer) 교수와 킹스 컬리지 대학 연구원들이 개발한 개념적 도구로, 개인이 자신의 삶을 통해 축적하는 모든 과학 관련 지식‧태도‧경험 및 자원의 합을 말한다. 아일랜드 더블린 과학 갤러리는 전시회를 통해 방문객의 과학 자본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미네소타 과학박물관도 과학 학습에 대한 접근과 참여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 자본 개념을 도입해 운영되고 있다. 

사이먼 대표는 "지난 60년동안 유럽 엔지니어들의 부족현상 때문에 국가적으로 엄청난 투자와 노력해 왔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무엇보다 부유한 국가일수록 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존재하고, 한국도 그런 위기에 속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이먼 대표가 언급한 ROSE(The Relevance of Science Education) 국제 비교 연구 프로젝트에 따르면 국가의 돈이 많을수록 공학자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신기술이 일을 재밌게 만든다'라는 조사에서 우간다 같은 가난한 나라들은 90% 이상 긍정으로 답한 반면, 일본이나 덴마크 등 부유한 나라에서는 30% 이하 수준으로 답했다. '과학의 이점이 단점보다 더 많다' 질문에 일본 여성의 20% 비율만 이점이 더 많다고 답한 바 있다.

사이먼 대표는 ROSE의 국가별 비교 연구결과에 따라 한국도 일본이나 덴마크처럼 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과학자 수가 줄어드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한국도 과학 자본의 개념을 갖고 어떤 커뮤니티 보다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 참여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영국의 과학자 커뮤니티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자신들의 연구를 나누길 원하고 사회에 노출하고 싶은 문화가 많다"며 "그런 과학자들이 한국도 늘어나야 하고, 그래야 과학 자본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축적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에든버러 과학축제 현장 중 하나인 시티아트센터.[사진= 영국 에든버러 김요셉 기자]
에든버러 과학축제 현장 중 하나인 시티아트센터.[사진= 영국 에든버러 김요셉 기자]
사이먼 대표에 따르면 40년 전 영국은 유전학의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당시에는 대중들이 의심하고 받아들이지 않아 심한 경우 진행 중이던 연구실험조차 중단된 적이 있다. 그러자 정부에서 국민들과 과학단체들의 다리를 놓아 일방적 소통이 아닌 쌍방 소통의 장을 적극 나서 마련하기 시작했다. 아예 영국 정부는 연구과제 펀딩을 하는 조건으로 과학 커뮤니티의 대중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내걸었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은 분명히 각 과학자들의 전문적인 책임의 일부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이먼 대표는 "기후변화, 코로나, 환경 문제 등을 정부가 마주하면 게을러지는데 과학자들이 정부를 압박하여 더 나은 선택과 빠른 선택을 하게끔 한다"며 "영국 과학자들은 먼저 나서서 정부에게 적극적은 의사표현 및 반발을 하기 때문에 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 다음은 사이먼 게이지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

Q. 코로나 팬더믹 이후 개최된 올해 에든버러 과학축제에 평가한다면.
"잘 됐다고 생각한다. 2020년에는 축제 2주전에 중단해야했고, 2021년에는 7월로 연기해 작은 실외 이벤트들만 개최했다. 2022년에도 개최했으나 가족단위가 대부분이었고, 나잇대가 있는 사람들은 참여가 저조했다. 3년의 코로나 공백을 회복한 만족스러운 축제였다. 티켓도 매일 모두 매진되고, 사람들의 과학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게 느껴졌다."

Q. 코로나 시대 어떻게 극복하려고 노력했는지.
"앞서 말했다 시피 2020년 2주 전 급하게 중단하였다. 대신 급하게 아이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과학 액티비티들, 시청각 자료, 온라인 artwork 등을 준비했었다. 2021년에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 중에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family activity가 역시 가장 인기가 많았다."

Q. 과학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해보니 어떤가.
"성공하기 힘들다. 상호소통이 없기 때문에 힘들다. BBC나 TED 등 이미 온라인 영상 시장에서는 훌륭한 경쟁자들이 있기 때문에도 힘들다. 경쟁자들을 보면, 이미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곳들도 있기 때문에 과학축제 콘텐츠로 온라인 경쟁에 있어서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Q. 에든버러 과학축제만의 차별점은.
"대부분 local culture에 기반하기도 하고, 국제적이기도 하며 지역 특색에 맞추기도 한다. 우리는 상호작용에 가장 집중을 한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이기 때문에 위스키 과학소통 프로그램 같은 걸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다른 곳 들은 대부분 기존에 사용해 오던 프로그램이나 전시를 진행하는 반면 우리는 매년 직접 프로그램을 창작해 낸다.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Q. 위스키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기발하게 만드나?
"기후변화 등 인류의 문제에 대해 우선 접근을 한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어 하는가를 먼저 생각을 하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위스키 냄새를 맡고, 맛을 보며 더욱 흥미를 끌어올릴 수 있다."

Q. 에든버러 과학축제가 34년 역사를 갖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34년 전에는 에든버러 경제부가 본격적인 경제 진흥 활동(인프라, 문화)을 위해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하던 시기이다. 당시 에든버러에서는 많은 축제들을 이미 진행중이었고 또 인기를 끌고 있었다. 우리만의 차별점을 찾기 위해 과학 분야를 열어 시작하게 되었다."

Q. 과학문화를 민간 조직에서 이끌고 있다. 에든버러 과학축제 사무국은 어떻게 성장해왔나. 
"우리 조직은 다른 곳들처럼 공공 펀딩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private funding의 기회가 있음을 알았고 두가지를 노력했다. 첫번째는, 최대한 전문성을 갖춘 후 가치를 보여주었고 계약을 얻어 냈다. 두 번째는 펀딩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가했다. 우리는 학교나 정부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움이 보장 되어있다. 이사회 의장은 1조원 가치 회사의 대표였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합리적 철학을 발휘된 채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

Q. 에든버러 과학축제 성과에 대한 스토리가 있나.
"많은 사례가 있지만, 하나의 대표적 사례가 있다.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가 물리를 전공한 학생이 이메일을 보내 왔다. 과학에 관심이 없던 자신이 축제를 다녀오고 과학에 관심이 생겨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이런 일들이 많다."

Q. 과학 자본에 대한 연구와 결과들이 영국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공유되고 있나?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어 있다. 각종 과학커뮤니티 협회와 유럽 네트워크 등에서 왕성하게 정보가 교류된다. 런던 과학박물관 직원들이 이곳에 와서 자신이 했던 방식들을 소개하는 등 유기적으로 물자 및 인력을 공유한다."

Q. 과학 자본에 의한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나.
"우리의 컨셉 자체가 과학의 흥미를 이끌어내는게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친다’라는 생각하기 보다는 일을 할 때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같이 오는 가족들에겐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한다. 각 가족의 교육과 생활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여 어떻게 하면 차별 없이 가장 평균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지도 고민한다."

Q. 한국 사회에서 과학계 목소리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은 어떤가.
"기후변화, 코로나, 환경 문제 등 우리와 인류의 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응이 게으르기 마련인데, 과학자들이 정부를 압박하여 더 나은 선택과 빠른 선택을 하게끔 한다. 영국 과학자들은 먼저 나서서 정부에게 적극적은 의사표현과 반발을 하기 때문에 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다."

Q. 한국 과학 커뮤니티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왜 영국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 했는지부터 말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과학을 세금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유전학이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지만 처음에는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한 경우 진행 중이던 실험조차 멈췄다. 그렇지만 영국에서는 정부가 국민들과 과학 단체들의 다리를 놓아 일방성 소통이 아닌 쌍방성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사람들이 과학자들이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리는게 좋을 것이다. 정부가 과학 단체에게 과학을 널리 알리는 것 또한 해야할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이런 일을 시킬 때, 펀딩을 하는 조건으로 걸었다. 정부의 노력과 과학 단체들의 협조로 현재 대중은 과학을 많이 이해하고 있다. 이제 영국에서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자신들의 연구를 나누길 원하고 사회에 노출하고 싶어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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