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미세 분야 세계 최고급 한일 과학자 모여 합동 심포지엄
IBS 양자변환연구단(QCR) 출범 기념 광주과기원에서 지난 5일부터
"안 보이는 세계 규명해 기존 현상 과학적 제어 및 신물질 탄생"
도쿄대와 리켄 등 일본 최고 과학도도 동행···GIST 학생들과도 교류

IBS 양자변환연구단 출범 기념 심포지움이 지난 6일 극미세 분야 한일 최고 과학자들과 도쿄대 및 GIST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이석봉 기자]
IBS 양자변환연구단 출범 기념 심포지움이 지난 6일 극미세 분야 한일 최고 과학자들과 도쿄대 및 GIST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이석봉 기자]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반작용인 탄핵 추진 등 나라가 극도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학자들은 전혀 흔들림 없이 연구에 임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광주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려는 극미세 분야 한일 최고 과학자들이 모여 세미나를 했다. IBS 양자변환연구단(QCR: Quntumn Conversion Research, 단장 김유수 박사) 출범 기념 심포지엄이다.

극미세 세계를 보는 연구에서 국제 최고는 일본이다. 1949년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를 비롯해 도모나가 신이치로, 고시바 마사토시 등을 거쳐 2015년 가지타 다카아키에 이르기까지 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모두 세상에 안 보이던 것을 보거나 측정해서 그 공로로 상을 탔다.

인류는 지금까지 분자는 물론 원자, 양자, 쿼크 등 극미의 세계까지 볼 수는 있게 됐다. 그런데 이들의 상호작용은 여전히 수수께끼에 쌓여 있다. 특히 물성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분자 상태이다. 물의 분자식은 H₂O이다. H₂와 O가 원자 단위에 있을 때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결합될 때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며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유수 단장은 양자변환연구단과 관련해 "태양광이 에너지인 전기로 만들어지고, 그 전기가 LED로 빛이 되는 과정은 우리가 안다. 그러나 정확하게 그 사이에 분자들의 어떤 화학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블랙박스"라며 "양자변환연구단은 분자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제어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인간이 창조라는 우주의 깊은 원리까지 들어가 보자는 것이다.
 
양자변환연구단의 연구진 인맥도. 김유수 단장이 리켄에 근무하며 쌓아온 국제적 네트워크(왼쪽)와 GIST내 화학과 물리학과, 전자과 등등의 교수진(오른쪽)이 함께 하며 보이지 않는 극미세 분자 활동을 탐색할 계획이다. [사진=이석봉 기자]
양자변환연구단의 연구진 인맥도. 김유수 단장이 리켄에 근무하며 쌓아온 국제적 네트워크(왼쪽)와 GIST내 화학과 물리학과, 전자과 등등의 교수진(오른쪽)이 함께 하며 보이지 않는 극미세 분자 활동을 탐색할 계획이다. [사진=이석봉 기자]
김 단장은 리켄(理研-이화학연구소의 일본어 축약음)에서 28년간 근무하며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실을 운영할 정도로 실력과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도쿄대 교수도 겸직했다. 그런 그가 올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일본에서 쌓은 역량을 한국에 이식해 한국 과학발전은 물론 일본과의 협력에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의 새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일본에서의 연구 동료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 과학계와 교류하며 양국의 공동연구 가능성도 타진하기 위한 것이다. 세미나 개최를 하루 앞두고 비상계엄 소동이 벌어지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과학을 통해 한마음으로 평화를 기원한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도 했다. 과학자와 함께 도쿄대생 20명도 함께 찾아 광주과학기술원(GIST) 학생들과 우정을 쌓았다. 광주에 도쿄대생이 대거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양자변환연구단 출범을 계기로 교류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변환연구단은 극한분광법을 개발해 양자 상태 간의 상호작용을 원자 및 분자 크기에서 정량적으로 계측하는 것이 1차적 목표이다. 그다음은 에너지 및 물질 변환의 기반이 되는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혁신적인 기능과 물성을 제어하고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이 과정에서 '장비 주도 과학(tool-driven science)' 전략을 수립했다. 프리먼 다이슨 박사가 주창한 '새로운 도구가 새로운 과학 혁명을 일으킨다'는 철학에 맞춰 분자들의 상호작용을 볼 수 있는 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리켄내 극미세 연구단의 계보. 니시나 요시오 박사를 필두로 그 밑에 유가와 히데키를 비롯해 3대에 걸쳐 7명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김유수 박사는 그 계보를 이어 극미세 세계에서의 분자들의 화학반응을 탐구하고 있으며 이 분야 세계적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이석봉 기자]
리켄내 극미세 연구단의 계보. 니시나 요시오 박사를 필두로 그 밑에 유가와 히데키를 비롯해 3대에 걸쳐 7명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김유수 박사는 그 계보를 이어 극미세 세계에서의 분자들의 화학반응을 탐구하고 있으며 이 분야 세계적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이석봉 기자]
김 단장의 이 전략은 일본 리켄의 과학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 리켄을 이끈 니시나 요시오 박사는 일본 과학의 선구자로 도구 혁명을 통한 과학 발전을 주창한 사람이다. 그의 지도와 후속 세대에 의해 일본은 극미세 관찰이 세계 최고 수준을 갖게 됐고, 관련 노벨상 수상자가 7명에 이른다.

김유수 박사는 그 전통을 이어 극미세 세계에서의 화학반응을 연구해 왔다. 김 단장 유치에 공을 들인 임기철 GIST 총장은 "내년 한일수교 60주년을 앞두고 뜻깊은 한일 과학 심포지엄이다. 우장춘 박사가 종자 개량을 통해 배추와 무 등 우리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면, 김유수 박사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규명하며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임 총장은 "광주과기원 설립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유지를 이어 과학을 기반으로 한 지역발전과도 연관이 있다"며 "양자변환연구단과 같은 세계 수준의 연구 그룹과 기존의 연구역량이 결합되면 광주가 한국 과학의 중요한 거점이 되고 국내 최초 노벨과학상 수상도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수 단장의 과학철학을 담은 슬라이드. 과학자는 연구자이면서 인간이다. 때문에 사회와도 깊은 관계를 갖는다. 사회와 과학은 상호 작용을 하면서 사회는 과학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과학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진=김유수 단장 발표자료 캡처]
김유수 단장의 과학철학을 담은 슬라이드. 과학자는 연구자이면서 인간이다. 때문에 사회와도 깊은 관계를 갖는다. 사회와 과학은 상호 작용을 하면서 사회는 과학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과학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진=김유수 단장 발표자료 캡처]
김 단장은 기조 발표에서 자신의 연구 철학도 피력했다. 과학자이면서 인간으로 사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그리하여 사회가 과학을 지원하고, 과학도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한일 간의 가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단장을 지도했던 가와이 마키 일본 학술원 회원이며 자연과학연구기관 기관장도 강연을 통해 한일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1999년부터 시작된 김 단장과의 인연으로 말문을 열었다. 세월이 지나 2010년 자신의 리켄 연구실이 문을 닫고 바로 김 단장의 연구실 개소로 이어졌다며 깊은 인연을 설명했다. 그는 한일은 인구 감소, 여성 참여 강화 필요성, 자원 빈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자변환연구단이 성공해 두 나라의 영원한 평화를 만드는데 일조해 줄 것을 주문했다.
 
김유수 단장의 리켄 동료인 타하라 타헤이 박사의 한일 공동연구와 공영을 바라는 모양. 자신의 연구실인 CPR과 김 단장의 QCR이 협력하고, 그것이 리켄과 IBS란 기관으로 확대되며, 궁극적으로 한일 두 나라가 공동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사진=타하라 타헤이 박사 발표자료 캡처]
김유수 단장의 리켄 동료인 타하라 타헤이 박사의 한일 공동연구와 공영을 바라는 모양. 자신의 연구실인 CPR과 김 단장의 QCR이 협력하고, 그것이 리켄과 IBS란 기관으로 확대되며, 궁극적으로 한일 두 나라가 공동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사진=타하라 타헤이 박사 발표자료 캡처]
김 단장의 리켄 동료이며 타하라 분자분광연구실 실장인 타하라 타헤이 박사는 "리켄의 제 연구실인 CPR(Cluster for Pioneering Research)과 김 단장의 QCR이 협력하고, 이것이 리켄과 IBS라는 기관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일본과 한국의 협력으로 이어져 한일 간의 공동 번영을 이루는 가교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는 3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 양자 화학 전환, 2부는 양자 에너지 전환, 3부는 양자 동적 프로세스가 주제였다. 일본 측에서는 요시노부 준, 야나기다 다케시, 카즈마 에이코, 기무라 켄스케 도쿄대 교수, 타하라 타헤이, 이마이 야마다 리켄 박사 등이 참석했다. GIST에서는 문봉진, 윤명한, 김호원, 방윤수, 이호재, 이마다 히로시 교수가 발표했다. 중국 측에서 시안춘 웡 박사도 발표했다.
 
본격적인 심포지움에 앞서 전날인 5일 한일 과학도들은 포스터 대회를 갖고 서로의 연구 주제에 대해 교류했다. [사진=이석봉 기자]
본격적인 심포지움에 앞서 전날인 5일 한일 과학도들은 포스터 대회를 갖고 서로의 연구 주제에 대해 교류했다. [사진=이석봉 기자]
심포지엄을 마친뒤 한일 과학도들은 김치박물관을 찾아 김치담그기과 전통시장 방문 등을 하며 서로간의 우애를 쌓았다.[사진=GIST]
심포지엄을 마친뒤 한일 과학도들은 김치박물관을 찾아 김치담그기과 전통시장 방문 등을 하며 서로간의 우애를 쌓았다.[사진=GIST]

도쿄대에서도 대거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GIST 학생들과 어울려 포스터 대회도 같이 하고 세미나도 들었으며, MT 형식의 워크숍도 함께했다. 특히 광주에 있는 김치박물관을 방문해 함께 김치 담그기 행사도 참가하고 전통시장 방문 등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참가한 오주희 GIST 대학원생은 "포스터와 세미나를 통해 보다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어서 연구에 많은 자극이 되었다"며 "워크숍을 통해 같이 잠을 자며 일상생활 등에까지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어 매우 보람 있었다"고 밝혔다.

모치즈키 도쿄대 대학원생은 "광주는 처음 왔는데 서울과는 많이 달라 한국의 진면목을 본 것 같다"며 "연구에 있어서도 함께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많은 교류를 통해 안목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를 표했다. 그는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GIST 화학과 안진희 학과장은 "한일 간의 최고 과학자와 학생들이 모여 국제 심포지엄을 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GIST 화학과는 IBS 양자변환연구단과 협력하며 광주를 극미세 상황에서의 분자 화학 분석에서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일본 측 참가자들은 무안공항을 통해 입출국했다. 12월부터 무안-나리타 항공편이 개설돼 호남과 도쿄 간 왕래가 한결 간편해졌다.

타헤라 리켄 박사는 "광주를 처음 왔는데 이토록 가까운 줄 몰랐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공동연구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교통편도 생긴만큼 더 잦은 왕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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