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켄의 정년·자율연구 보장 대신 한국행
김유수 교수 "연구에 큰 변화 필요한 시점"
"양자 변환 계측 제어하는 혁신적 방법론
개발해 혁신적 기능과 물성을 창출할 계획"
IBS, GIST와 성균관대 캠퍼스 연구단 선정
기초과학연구원(IBS)는 1일자로 김유수 일본 도쿄대 교수 및 리켄 수석과학자를 양자 변환 연구단(광주과학기술원(GIST) 캠퍼스) 단장으로 선임했다. 김 교수는 이날 GIST 화학과 교수로도 합류했다.
김 단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응용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일본 리켄에서 박사후 과정을 시작해 25년간 일본 과학계에서 연구를 이어왔다. 2015년에는 리켄의 과학자로서는 가장 높은 직책인 수석과학자에 선정되며 표면 및 계면과학연구실을 이끌어 왔다. 2022년 도쿄대 응용화학과 교수로 임명됐다.
리켄에서는 수석과학자에 선정되면 정년을 보장받고 자유롭고 긴 호흡의 연구를 이끌 수 있다. 한국인 과학자가 일본 연구기관에서 수석과학자로 선정된 것은 김 교수가 처음으로 그의 연구 역량이 짐작된다.
◇ 양자 변환과 한일공동 연구 주축
김 교수의 연구 분야는 계면과학이다. 주사터널현미경(STM)을 이용해 물질의 표면, 계면에서 일어나는 원자나 분자 수준의 화학반응을 관찰하고 연구한다.
이번 선정으로 김 교수는 IBS ‘양자 변환 연구단’을 이끌게 된다. 양자 상태간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계측 제어하는 혁신적 방법론을 개발해 양자 변환 현상에 의해 발현되는 혁신적 기능과 물성을 창출할 계획이다.
20여년간 일본 연구계와 학계에 몸담은 그동안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한일간 공동연구도 적극 계획하고 있다.
김 교수는 "촉매, 배터리, OLED 등 인류에게 편의를 가져다준 기술의 기저에는 모두 고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연구해 온 기초과학자들의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성과로는 단일 분자 내에서 생성되는 광전류를 원자 수준에서 측정한 연구(Nature. 2022), 나노 물질의 전자구조와 광학 물성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나노 분광법의 개발(Science, 2021),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발광 메커니즘을 제시한 연구(Nature, 2019) 등이 있다. 그의 성과에서 알 수 있듯이 김 단장은 표면 및 계면화학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 연구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업적을 인정받으며 일본 문부과학부 과학기술표창(2018), 일본 분자과학회 국제학술상(2018), 일본 화학회 학술상(2019) 등 유수의 과학상을 수상했다.
◇ 표면 연구의 시작은 연구장비
194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볼프강 파울리는 '물질은 신이 창조했지만, 표면은 악마가 만들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표면화학 연구는 까다롭다. 교과서에 배운 화학 도구가 표면 연구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연구개발을 위해 없는 장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서 세계적 연구성과를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연구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연구성과를 내기위해 기존 장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장비를 개조한다. 세상에 없는 장비로 세상에 없는 성과를 내는 것이다.
대덕넷과의 이전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과학자는 대부분 자신이 익숙하게 사용하던 장비를 선호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못봤던 것을 보려면 기존 장비로는 불가능하다"면서 "때문에 몸통은 독일 장비를 구하더라도 부분별로는 각각 다른 기업에 제작을 의뢰해 조합한다. 전혀 다른 장비가 완성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에 완성품이 만들어지지만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장비로 세상에 없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철 총장은 "김유수 교수를 모시기 위해 그간 IBS와 긴밀히 협력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김 교수께서 이끌어 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GIST가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노도영 IBS 원장은 “일본 정상급 연구자로 자리매김한 김유수 단장이 귀국해 IBS 양자 변환 연구단을 이끄는 만큼, 연구단이 국제 협력의 가교가 돼 글로벌 화학계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IBS에 의하면 이날 하콴 라우(Hakwan Lau) 리켄 팀리더는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의 공동 연구단장(성균관대 캠퍼스)에 선임됐다.
하콴 라우 단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이나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2021년 일본 리켄 뇌과학센터 팀리더로 부임했다. 라우 단장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연구로 피인용 수 1만7000회를 기록할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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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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