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인공지능 주간' 26일, '영화와 AI'를 주제로 개최
"인공지능 감독과 협력? 기술과 철학 교묘하게 뒤섞인 작품 기대"

"미래 인공지능이 작가, 배우, 감독까지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우리는 주제의식을 기획해야겠죠. 인간과 인공지능의 기술, 철학이 교묘하게 뒤섞이면서 수많은 작품이 탄생하리라 봅니다. 저 또한 그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한민 명량 감독)

영화 '명량'을 제작한 김한민 감독은 인공지능이 예술영역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창작을 협력하는 관계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김 감독은 "인공지능이 사회를 투명화하고 개방한다는 명목 아래 인간이 갖는 익명성의 권리와 우리만의 공간, 그것을 상실할 때 갖는 우려내지 두려움이 큰 것 같다. 때문에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과 같은 상상을 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얼마든지 인공지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쓸 수 있다. 나 또한 미래 인공지능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2021 충청권 인공지능 주간 두 번째 행사가 '영화와 AI'를 주제로 26일 온·오프라인을 통해 개최됐다. 영화 '명량', '봉오동 전투'의 김한민 감독과 박주용 KAIST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KAIST 출신 곽재식 작가와 김태영 AI팩토리 대표 등과 함께 'AI로 만드는 작품'을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 영화제작 60% 이상 사람 필요...인공지능 100% 대체 어렵지만 조력자 될 것

김한민 감독이 '영화와 AI'주제로 토크쇼를 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쳐]
김한민 감독이 '영화와 AI'주제로 토크쇼를 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쳐]

김한민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로봇' 등 인공지능을 선보였던 영화들에 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명량을 본 많은 관객이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하거나 이순신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영화가 한 편의 상업 대중영화의 기능을 넘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을 다룬 여러 영화를 통해 우리가 역으로 인간을 반추하고 성찰하게 하면서 더 화두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우리 인간에 대해 더 알아가는 작품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에서 인공지능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산'과 '노량' 촬영을 마치면서 '명량'을 촬영했던 당시와 비교해 과학기술이 많이 발전함을 느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명량 속 해전 61분을 현실감 있게 만들기 위해  직접 바다로 가 배를 띄우고 그걸 3D화 해 합성하는 등 컴퓨터 그래픽 기술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한산과 노량은 그런 과정들을 생략할 수 있었다"며 과학기술이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더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시나리오 선별작업을 넘어 작가, 감독까지 대체해 연출하고, 연기도 직접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그는 "인공지능이 이런 역할을 대신한다면 우리는 주제의식을 기획하고 싶다. 결국, 이것 도 인공지능과 경쟁할지도 모르지만, 기술과 철학이 교묘하게 섞인다면 수많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용 KAIST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쳐]
박주용 KAIST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쳐]

"컴퓨터는 창작의 전 과정을 책임질 수 없고 인간의 창의성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영화나 예술에서 인공지능의 영역은 대체가 아닌 인간과 결합이 될 겁니다." (박주용 KAIST 교수)

이어진 강연에서 박 교수는 영화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상업, 유통, 안면인식 등에서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이끌고 있지만, 기계학습을 통해 사람이 하는 것을 모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창의영역에서는 역할이 덜하다.

특히 영화제작의 60%를 차지하는 시나리오 분석, 캐스팅 참여, 국내외 시장 트렌드 발견 등 프리프로덕션단계에서 인공지능 활용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그는 "어벤져스의 타노스 분장 배우의 얼굴을 인공지능으로 사전에 분석해 분장에 필요한 미세표정 등을 렌더링하고 테스트하면서 시간을 많이 줄였다. 20세기 폭스와 구글은 예고편 시청 선호도를 분석해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선호할지 수요마케팅을 하기도 했다"면서 "이 외에도 IBM의 왓슨은 영화 모건의 예고편을 만들었고, 초당 프레임을 늘려 매끄러운 영상을 만들거나 해상도가 적은 부분을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높여주는 등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2015년 벨기에의 한 기업은 3만 개의 시나리오 매출을 분석해, 성공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 스타일, 장르, 나이, 유사한 영화를 찾아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개봉 후 관객층과 평점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작하는 인공지능도 있다. 인공지능이 각본을 쓰고 인간이 연출한 영화 '선 스프링'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시간적 흐름 패턴을 배우는 알고리즘을 통해 탄생한 벤자민이라는 인공지능 작가의 글을 보면 ▲취업률이 낮은 미래, 젊은 층들은 피를 팔아야 한다 ▲가서 남자를 만나고 입 다물어요, 백 살까지 사는 건 나다 ▲글쎄 난 해골 쪽으로 갈게 등 맥락 없는 글들로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창작영역에서의 인공지능 개발은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박 교수는 인공지능이 예술계에서 인간을 100% 대체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인공지능 예고편을 담당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인간개입이 필요하다. 컴퓨터는 창작의 과정을 다 책임질 수 없고 인간의 창의성은 사라지지 않기에 오히려 영화와 예술, 인공지능을 말할 때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깊은 생각이 든다"며 "인공지능은 창의적인 인간의 조수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그는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 단계론을 통해서 인간의 최고 욕망은 '창의적 활동을 통한 자기실현'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춥고 배고프다 등 '기본욕구'를 만족하면 이를 지키기 위한 '심리적 욕구'를 실현하고, 이후에는 '자기충족'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를 과학기술과 접목해보면 '산업혁명'을 통해 '기본욕구'를 만족시켰고, 인터넷과 SNS로 '심리적 욕구'를 충족했다. '자기충족(자기실현)'은 창의적인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크쇼에는 김태영 AI팩토리 대표의 사회로 두 연사와 KAIST 출신 곽재식 작가가 참여해 영화와 인공지능을 넘어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심리 등 다양한 주제의 논의가 이어졌다. 

 

27일에는 '쉐프의 집! AI 쿠킹 클래스에 초대합니다', '음식 산업에 파고든 과학기술'을 주제로 토크쇼가 열린다. 최현석 쉐프와 AI 로봇치킨으로 알려진 '로보아르테'의 강지영 대표, 식물성 대체육을 주력으로 하는 'WEMEET'의 안현석 대표, 이윤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공지능연구소장, 이정원 ETRI 박사 등과 음식 산업 속 AI를 논한다.(관련 홈페이지)

ICT 이노베이션스퀘어 확산 사업 일환으로 개최된 이번 '충청권 인공지능 주간'은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 충청북도가 주최했으며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세종테크노파크, 충남테크노파크, 충북과학기술혁신원이 주관한다. KAIST, 기초과학연구원, KISTI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AI프렌즈, 모두의연구소와 같은 AI 커뮤니티 등이 후원으로 참여한다. 진행은 대덕넷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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