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세미나' 열려
"폐기물 답답한건 우리, 차기 정부서 연구 가능하길"
과학과 교육, 교과부 부활? 원자력 강국과는 먼 정책
"중구난방 아닌 체계적 연구개발로 국민 신뢰 얻어야"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세미나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세미나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실현 등으로 원전르네상스 부활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국내 원자력연구개발이 진흥이 아닌 국가정책으로 추진되고 폐기물 처분 연구 등 원자력 전주기기술 개발이 지속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우리가 탈원전을 한 사이 세계 에너지 판도는 달라졌다. 탄소중립을 위해 EU는 택소노미에 원전을 택했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며 "잃어버린 5년의 시간을 빠르게 회복하고 다시 세계 최고 원전기술을 복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원안위의 독립성과 전문성, 원전을 포함한 탄소중립 2050계획 재수립, 고준위 폐기물 관련 원자력계 입장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원자력 강국'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침체된 원자력계에 순풍이 불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자들은 자긍심과 활력을 되찾았고, 문 정부 동안 아무도 찾지 않던 원자력 자료 요청이 쏟아지며 원자력계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관련학계와 부처 등이 함께 '차기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범진 교수와 구정회 원자력연 소장은  차기 정권에서 원자력 강국을 위한 정책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관련 지원 방안 등 현황을 설명하고 향후 방안을 논의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가 '차기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제언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원자력정책자문위원을 맡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경제협력기구 등에서 활동한 바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정범진 경희대 교수가 '차기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제언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원자력정책자문위원을 맡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경제협력기구 등에서 활동한 바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 "폐기물 처분장 없어 답답한건 원자력계, 처리방법 지속 연구 기회주길"

정범진 교수는 윤석열 당선자가 내놓은 원전 관련 공약을 분석하며 "공약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원자력계가 요구했던 '하던 것을 계속 하게 해달라'에 초점이 맞춰져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 교수는 "신한울 3,4 호기 건설 재개와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백지화 취소를 위한 법률개정 등을 극복해야하는 과제는 남아있다"며 "신규 원전 부지확보를 위한 여러 일들이 추진돼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의 계속운전이냐 최신원전 대체건설이냐에 따른 정책결정도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하지 않고 계속 운전했던 것은 선진국의 원전 부품생태계가 붕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핸드폰과 자동차를 자주 바꿔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국 이를 통해 기술력을 쌓고 수출국으로 가는데 기여한 부분이 있다. 해외 사례를 통해 계속 운전만이 경제적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원자력계는 그동안 무엇이 더 긍정적인 것인지 정책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있었다. 원자력계가 이런 논의에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을 포함한 탄소중립 2050 계획을 재수립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안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를 500GW, ESS확대, 동북아수퍼그리드, 수소경제 등 탄소중립 2050 계획에는 기술적으로 달성이 어려운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이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드는 예산을 제대로 추산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의 탄소중립 2050계획에는 원자력이 빠져있다. 원자력을 포함해 계획을 재수립한다면 국제적 약속한 2030 NDC 40% 이행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활용으로 탄소중립 2050도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재생에너지 실현을 위해 보조금이 나오는데 이를 중국산 패널을 수입하는데 쓰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보조금은 국가산업을 발전시키고 국가 역량을 개선시키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근원적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재인식과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원전이 주목받고 있어 원전수출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봤다. 그는 "원전르네상스의 부활 조짐이 보인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의 붕괴로 미국과 일본의 원전 경쟁력이 나빠졌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국가적 불신을 초래했다"며 원자력 기술수출을 위해 1995년부터 2017년 운영된 경수로 기획단과 같은 범부처 추진기구를 두고 전략적으로 K-원자력 기술 수출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위폐기물에 대해서는 "원전 폐기물 처분장이 없어 답답한건 원자력계"라며 공론화 등 시간낭비보다 원자력계가 입장 우선을 정리하고 제대로 된 처리방법을 연구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원전 폐기물 문제가 사회화되면서 원자력계는 주도적인 입장보다 컨설턴트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제 우리는 폐기물 문제를 풀기 위한 입장정리를 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불황으로 굴착조사를 한 번도 못해본 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다음 정권에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과 안정감을 통해 고준위 폐기물 처분 부지를 지정 고시하고 한번이라도 굴착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고 당부했다. 

교과부 부활론에 대해서는 원자력 강국에 좋지 못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부 합병은 원전 연구개발 목표인 국책연구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대통령 바뀔 때 마다 변화하는 정부조직이 정상적일까. 조직운영을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차라리 변화시도가 없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원안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것과 원전 관련 정부 부서의 지원기능 확대 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탈원전 정책을 맞았던 것은 원자력계가 대중을 잘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자력 사업 가운데 대중 수용할 수 없는 사업은 추진하지 말아야한다"면서도 "산업부, 원안위, 과기부 등 원자력 정책 기능이많이 축소됐다. 이것이 탈원전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던 이유라고 판단된다. 정권은 바뀌어도 정부는 남는 것인데 정권이 정부로 하여금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도록 했다. 정부는 앞으로 우리 국가를 이끌어가기 위해 어떤 의식을 가질지 고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파이로프로세싱 시험 시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로프로세싱 시험 시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전 이슈 중 하나인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해서는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통해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8년 원전 가동 이후 40년 이상 사용후핵연료가 누적돼왔다. 원전 부지 내 저장 중으로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처분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자체를 그냥 묻어버리는 직접처분이 있다. 안전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지만 직접 처분할 넓은 부지와 장수명 고방사성 원소의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 기술'이 주목받는다.

파이로 기술이란 쓰고 남은 사용후핵연료 핵종을 원소별로 나눠 일부는 처리하고, 일부는 소듐냉각고속로(SFR)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원료로 쓰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 영국, 러시아, 일본 , 중국, 인도 등이 재활용 하고 있고 미국도 옵션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암울하다. 구 소장은 "원전 가동 후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핵심 후보기술을 검증해 이를 기반으로 직접 처분 및 재활용 등 정부의 최종정책결정이 필요한 상황이 시급하지만 기술도 미비한 상태에서 비전문가들주장에 따라 정책결정이 주를 이뤘다"고 토로했다.

로드맵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지난 2021년 1월 산업부가 수립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처리기술이 누락되면서 정책 추진이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김성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관한 특별법안'에도 '사용후핵연료 처리'분야가 누락됐다. 

구정회 소장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제10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의결된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개발을 포함한 특별법안의 보완 또는 신규 입법과 제2차 기본계획 처리 분야에 포함이 필요하다"며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 기술 확보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 국가 로드맵 재정비 및 특별법 제정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의 장기동의 확보 및 국내 실증 ▲사용후핵연료 관리 관련 필요기술 추가 추진을 제안했다. 

그는 "사용후핵연료처리 시설에 대한 공포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청바지 티셔츠를 입고 일할정도로 굉장히 안전하다"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검증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구난방이 아닌 체계적인 사용후 연료운반, 저장, 처분 기술을 만들고 검증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답을 원자력계가 내놔야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원자력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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