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생
탈원전, 거리로 나섰던 KAIST생의 3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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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벌써 탈원전 2년째에 접어들어 가던 한국은 이미 한참 전부터 예견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 모두 여기에 대해 체계적인 성토를 내놓지 못하고 우물쭈물 했다. 이 와중에 대만은 국민투표를 거쳐 공식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것이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원자력계에 큰 충격이 되었다. 당시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만의 교수들과 학생들은 발 빠르게 탈원전의 근본적인 모순과 한계를 정리해 국민을 설득하고 공론화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국민이 원자력을 받아들이며 탈원전 정책 폐지 투표와 투표결과를 끌어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도전과 용기가 되었다. 마침내 2019년 2월, 대전역 광장에서의 탈원전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원자력 살리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각 학교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님과 학생들은 물론 비전공자들까지 뜻을 함께하며 활동 규모와 범위를 늘려나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서명운동으로 시작된 활동이었지만, 후원금을 토대로 차츰 규모를 늘려나갔다. 보도자료 배포, 녹색원자력학생연대 SNS 만화 콘텐츠 제작, 핵인싸 유튜브 영상자료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서서히 활동이 알려지며 대덕넷(헬로디디), 문화일보, 조선일보, 조선비즈,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 각종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로써 국민께 탈원전의 문제와 예정된 실패를 설명하는 귀한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원자력계 안에서도 탈원전 반대 운동에 대해 관조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대한민국 원전 산업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께서 그 시작을 선포했을 때부터 국책사업이었다. 지금도 정부의 사업발주와 연구과제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이다. 이런 구조의 업계에서 정부를 비판한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바보 같은 일인 것이 당연하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원전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의 수장에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을 앉히는 세상에 어떻게 선뜻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나는 아직 잃을 것이 적은 학생이었기에 나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활동은 환영받지 못했고 힘들었고 가난했다. 이런 고초에 비해 당장 우리가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엔 정기후원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상근직은 커녕, Stand up for Nuclear 릴레이 1인시위에 참여해 준 학생들에게 커피만 겨우 한 잔씩 사줄 정도로 재정상태가 열악했다. 상황을 아신 교수님들이 십시일반 도와주시고 조금 더 여유 있는 다른 시민단체와 노조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고초를 겪은 끝에 우리는 성공을 했을까? 여기에 대해선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결국 우리는 문재인 정부를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고, 국민의 절반을 설득하지 못했다. 끝내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이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국전력에 기록적인 적자를 안겨주며 실패가 증명된 지금도 차기 행정부의 탈원전 폐기 구상을 비난하고 있다. 여권의 대선후보 역시 '감원전' 공약으로 국민의 절반 가까운 선택을 받았다.
나는 지난 3년간의 활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슬픔은 감출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공포를 이용하고 여론을 권력 삼아 전문가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데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한 분야에 평생을 헌신해 온 학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한겨울에 대전역 앞에 나가 전단지를 돌려도, 이 사회에는 그 목소리를 간단히 짓밟을 수 있는 정치 권력이 존재한다. 이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 조재완 KAIST 박사과정생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생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탈원전 정책에 2019년부터 국민속 원자력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를 통해 페스티벌도 열며 국민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무박2일의 철야행군도 펼치며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음을 알렸다. 한국원자력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과학적 진실알리기에 고군분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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