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태식 과총 차기 회장
"학회 지원방법 개선 및 고경력 과학자 활용, 국민 소통 늘릴 것"
"차기정부 科技 중심국정, 집단지성 발휘 소프트웨어 만들어야"

이태식 박사가 과총을 이끌 차기회장으로 선출됐다. 2023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과총 이끈다. 그는 내년 임기를 앞두고 과총 비전을 다양하게 모색 중이다. 그는 과총이 시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활성화하고 과학기술계에 도움 되는 일에 방점을 둘 예정이다. [사진=김지영 기자]
"과총이 과학기술계 총본산역할을 했는가... 그 질문이 제가 회장선거에 나간 출발점입니다.  4차산업혁명 확산과 빅데이터, AI, 기후변화, 팬데믹 등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일들을 과총이 해줘야합니다. 과총이 국민 관심 밖의 단체가 되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계, 국민 등을 대상으로 소통의 장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2월 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태식 국제우주탐사연구원장은 내년 임기시작을 앞두고 과총이 연구계, 산업계, 학계에서 도움 되는 일을 하는데 방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특히 과학기술이 국민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소통의 장도 마련하면서,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기관으로 일선에 서겠다고 피력했다.

건설경영학으로 석박사를 한 그는 기업에서 활동 후 한양대 교수로 재직,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을 하는 등 산학연에서 다방면으로 내공을 쌓아온 인물이다. 과학기술 기반 창업도 여러 차례하며 기술창업 생태계 이해도 깊다. 우주건설에 관심도 높아 지구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달복제토를 개발해 우주환경을 구현하고, 우주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로 건물을 세우는 연구도 오랫동안 매진했다. 순수 학자도, 순서 경영인도 아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 차기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과총 회장 선거에서 지지를 얻어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가 제안하는 과총운영방안은 소통하는 과총, 산업계가 관심 갖는 과총, 과학기술 외교 중심의 과총, 시니어들을 위해 봉사하는 과총이다. 그는 "과총이 과학기술 유일한 민간단체를 내세우고 있지만 80년대 중후반부터 정부주도 R&D, 과학기술 그룹의 다양한 조직 증가 등으로 총본산보다 강력한 응원군으로 바뀌어 영향력이 저하된 것 같다"면서도 "위기는 대전환의 모멘텀을 만든다. 4차산업혁명과 데이터 경제시대에 과총이 관심 밖의 단체가 되지 않도록 소통하며 오랫동안 쌓은 내공으로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라고 말했다. 

◆ "회원단체 지원 방법 개선해야할 때"

과총에는 약 600여개의 회원단체가 있다. 400여개가 과학기술 관련 학회고, 나머지 200여개가 산업계 관련 단체들이다. 과총은 회원단체들의 안정적인 학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과학기술진흥기금사업을 통해 예산을 지원한다. 학회규모나 학술지 발간, 학술대회 개최 명목 등 정량적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과총이 단순히 회원단체에 예산을 정량 배분하는 조직에 머무르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한다. 퍼스트무버로 갈 수 있는 기술을 모색하거나 세계 과학기술 정황과 우리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 등을 내놓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학회를 지원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쇼트트랙과 양궁이 있듯, 과학기술계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는 기술이 뭐가 있는지 학회 내에서 고민이 나와줘야한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학회, 사차산업관련 IT 분야 학회도 있으니 세계적인 상황과 우리의 현실을 분석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과총의 예산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학회들이 자기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총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지원 예산배분 방향이 달라져야한다는 걸 느낀다. 학회지원금이 당연한 권리금이 아닌 사회적 기여 등 역할에 대한 정의가 포함될 수 있도록 약간의 보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사진=김지영 기자]
"학회지원 예산배분 방향이 달라져야한다는 걸 느낀다. 학회지원금이 당연한 권리금이 아닌 사회적 기여 등 역할에 대한 정의가 포함될 수 있도록 약간의 보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사진=김지영 기자]
그가 예산배분의 새로운 기준을 고민하게 된 것은 과총회장 선거운동에서 학회장들과 만나면서다. 그는 "과거 학회들이 작았을 때는 정량적으로 나눠주는 프로세스가 맞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선거 과정에서 과총이 왜 우리에게 이만한 예산을 주냐고 질문하는 학회장도 많더라. 학회 지원 예산배분 방향이 달라져야한다는 걸 느꼈다"며 "지원금이 당연한 권리금이 아닌 사회적 기여 등 역할에 대한 정의가 포함될 수 있도록 약간의 보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기 시작까지 남은 1년 동안 그는 각 학회를 돌아다니며 예산지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그는 "소형, 중형, 대형학회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기에 학회장들과 자주 만나 의견을 공유하고자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며 "과총은 1년이라는 인수기간이 있기에 충분히 현장과 함께 고민해 제도를 보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테헤란밸리, 과거 영광 다시 한 번" 

과총의 또 다른 활동방향 키워드는 '테헤란로의 과학기술밸리'다. 과학기술로 창업하고자 하는 관계자를 위한 생각은 아니다. 과학기술 축제도 함께 열어 국민과 과학기술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이 차기회장의 바람이다. 

과총이 위치한 강남 테헤란로는 1990년대~2000년대 ICT산업이 발전과 함께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이 자리를 잡으며 창업의 요충지로 성장했다. 테헤란로에 깔린 초고속 광통신을 이용하기 위해 벤처들이 몰려들었고 이곳에서 한글과컴퓨터, 네이버, 다음, 안철수연구소, 넥슨 등이 탄생했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로 기업이 떠나면서 공실이 늘었고 위기를 겪었다. 

침체기를 겪은 테헤란밸리는 과거의 영광을 조금씩 되찾는 중이다. 공유오피스 등이 자리를 잡아 작은 스타트업이 저렴하게 공간을 임대할 수 있게 됐고, 강남구청장이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혜택을 마련해 기업을 모으고 있다.

과총은 테헤란밸리 영광을 되찾기 위해 관련 기관과 협력하고 대중과도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이 차기회장은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업은행총재 등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이 차기 회장은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이어진 약 140여개골목에는 약 3000여개의 벤처가 있다. 최종현 재단, 발명진흥회, 특허청, KIAT,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과학기술 관련 기관들도 다수 모여 있다. 한국자산신탁도 있어 금융과 과학기술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테헤란로를 과학기술밸리로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차기회장은 과총이 위치한 테헤란로를 과학기술밸리로 만들기 위해 유관기관과 소통 중이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 이곳에서 에든버러과학축제와 유사한 행사도 개최하고 싶다고 밝혔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이 차기회장은 과총이 위치한 테헤란로를 과학기술밸리로 만들기 위해 유관기관과 소통 중이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 이곳에서 에든버러과학축제와 유사한 행사도 개최하고 싶다고 밝혔다.[사진=이미지투데이]
무엇보다 그는 테헤란밸리에서 국민과의 소통도 꿈꾼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흥미와 관심이 곧 과기계의 진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 그가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매년 3~4월경 개최되는 에든버러 국제과학축제다. 이 차기회장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장을 만드는데 남다른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연극 제작자로 참여하며 과학 관련 연극을 제작해 과학문화 확산에도 앞장서 온 근거있는 자신감이다. 그는 "곧 완공될 과학기술회관 신관에 자리 잡을 과학문화창의재단과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문화예술을 아는 과학기술인이라는 본인의 장점을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과학외교 선봉, 은퇴과학자 지식 활용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많은 과학기술인 인력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에 이 차기 회장은  은퇴 과학자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그에 따르면 은퇴한 시니어 연구자들에게 프로젝트가 맡겨지기도 하지만 제도적 문제로 2년 이상 할 수 없는 등 제약조건이 있다. 그는 과기인들이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고자 한다. 예로 은퇴과학자를 훈련시켜 지역 기초·광역의회에 진출시키거나 개발도상국의 교육과 연구, 정책봉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는 과학외교 선봉자로 과총이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정부관계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는 전문성을 과총이 커버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로 NASA의 총책임은 부통령이 맡아 적어도 4년 이상 가지만, 우리나라는 정부담당자가 자주 바뀐다는 약점이 있다. 이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민간간사역할을 과총이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제관계에 대한 과학기술 첨단화, 각국의 과학기술정책, 산업, 과학기술과 인류의 연결 등을 커버하기 위해 민간기관도 나설 때"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기업 관련 회원단체를 늘려 연구계, 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조직이 축소됐던 과총 내 정책연구소도 활성화시키려한다. STEPI의 정부 과학기술정책기능과 달리 과총의 정책연구소를 통해 민간과학기술 정책을 논의하는 기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을 국정 중심에 두겠다고 선언한 새 정부에 몇가지 소신을 전했다. 특히 그는 부처통폐합, 과학기술 거버넌스 등에 대해 "거버넌스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패권전쟁에서 키워드가 과학기술인만큼, 과학기술이 국가 성장과 미래먹거리를 만드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하려면 국정중심에 과학기술이 있어야한다는 철학을 잊지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국정 중심에 과학기술을 놓으려면 적어도 과총,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수장급 인사의 목소리가 대통령에 닿을 수 있어야한다"며 "한 사람의 머리보다 종합적 전문성을 가진 기관의 대표들이 함께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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