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연구원, 지역학 기획총서 제1권 출간
과학기술·기업운영·교육과 문화·종교·사회운동 등

대전세종연구원은 분야별로 20세기 대전의 리더들을 선정, 그들의 리더스피릿을 다룬 책자를 출간했다. 사진 위 왼쪽부터 한필순 원자력연 소장, 이영섭 진합 대표,  김정우 동아연필과 우송학원 회장, 이동훈 작가, 박희선 시인, 사진 아래 왼쪽부터  성락서 학자, 이자익 목사, 오원진 열사, 신채호 사학자.[사진=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세종연구원은 분야별로 20세기 대전의 리더들을 선정, 그들의 리더스피릿을 다룬 책자를 출간했다. 사진 위 왼쪽부터 한필순 원자력연 소장, 이영섭 진합 대표,  김정우 동아연필과 우송학원 회장, 이동훈 작가, 박희선 시인, 사진 아래 왼쪽부터  성락서 학자, 이자익 목사, 오원진 열사, 신채호 사학자.[사진= 대전세종연구원] 
과학도시 대전의 역사는 1905년 경부선, 1914년 호남선이 개통되며 시작됐다. 철도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며 교통도시로 출발했다.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갖는다. 

지금의 대전은 과학도시로 알려진다. 1973년 과학입국을 명제로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민간연구기관 등이 입주하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대전은 국내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국가연구소 집적지, 박사급 연구인력이 가장 많은 도시로 알려진다. 오늘날에는 과학도시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이면 대덕연구단지 출범 50주년을 맞는다. 

과학도시 대전을 대표(다소 주관적일 수 있다)하는 리더는 누구일까. 그들이 갖는 시대정신, 리더스피릿은 무엇일까. 

대전이 갖는 시대정신을 분야별 인물로 다룬 책자가 발간돼 주목된다. 대전세종연구원(원장 정재근) 대전세종지역학연구센터는 지역학 기획총서 제1권 '20세기 대전의 리더스피릿(이하 리더스피릿)'을 발간하고 지난 12일 출간 기념회를 가졌다.

리더스피릿은 과학, 산업, 문화 등 분야별 인물 9명을 소개한다. 과학산업 분야는 원전 기술자립의 핵심 한필순 前한국원자력연구소(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 기업 위기를 연구개발로 극복한 이영섭 前 진합 대표, 동아연필과 우송학원 설립자 김정우 대표를 다뤘다. 

정재근 원장은 "리더십은 인류 역사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주목을 받아온 보편적 관심사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공동체와 구성원의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태도와 능력"이라면서 "시대적 통찰과 사회적 사명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역량 '리더스피릿'으로 사유의 폭을 확장해야 한다는 게 이 총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세기에 큰 족적을 남긴 우리 지역 선각자들의 리더스피릿은 대전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리더들에게 올바른 활동의 지침서가 되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참된 삶의 가치와 지역적 자긍심을 전하는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원자력 기술자립 한필순, 연구개발로 기업 위기 극복 이영섭 등

한필순 소장은 대한민국이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하기까지 기술자립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원전 기술불모지 한국이 원자력 연료는 물론 원전계통설계, 운영 등 전반에서 강국이 되고 산업으로 발전하는데 기반을 다졌다. 

그는 모두가 안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열가지 안되는 이유보다 한가지 가능성으로 연구자들을 독려하며 기술개발을 이끌었다. 은퇴 후에는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의 커뮤니티 대덕클럽을 출범, 인적 네트워크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한 소장이 원자로 설계기술을 익히기 위해 미국으로 출발하는 연구진을 향해 "나라를 빼앗기면 식민지가 되듯이 기술자립을 하지 못하면 밤낮 외국 기술에 의존해야하는 기술 식민지가 된다. 기술 개발에 실패하면 태평양 앞바다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절실했던 기술 자립 열정은 연구진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만세 삼창을 하고 출발했던 연구진은 한명의 낙오자 없이 복귀했고 원전기술자립의 핵심인물로 역할을 했다.

이영섭 대표는 과학기술을 통해 기업의 위기를 넘어서고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위상을 확고히 한다. 이 대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시작점인 현대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면서 자동차 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1976년 앞으로 나가간다는 뜻의 기업명 '진합'을 서울에서 설립했다. 초기 생산품은 컨테이너와 철탑용 볼트, 스크류, 이후 컨테이너 시장이 성장하면서 파스너 생산도 시작했다. 하지만 부지 등 문제로 제품 생산과 품질 개선에 한계가 발생하며 대전으로 공장을 이전한다. 진합의 연구개발에 속도가 붙는 계기가 됐다.

당시 브레이크 호스피팅 등 자동차의 주요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이영섭 대표는 일본에 협력을 요청했으나 그들이 제공한 자료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기술개발의 집념과 의지로 독자적인 브레이크 호스피팅 개발과 공장 건설까지 이뤄냈다. 한국이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그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동아연필과 우송학원 설립자 김정우 회장. 그는 기업육성과 인재양성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또 초대 민선 대전 시장을 역임하며 행정적 리더로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1946년 동아연필을 설립하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1963년부터 해외 수출까지 시작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교육으로 나라를 세운다'는 일념으로 1954년 대전 동중학교를 개교했다. 이후 대전상업고등하교, 우송공업대학과 우송정보대학, 우송대학교를 출범시켰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난으로 학업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사재를 출연해 우송장학회를 만들어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토록 했다.

이외에도 문화예술 분야(이동훈 작가와 박희선 시인)와 유학자이면서 교육자(성락서 학자와 이자익 목사), 민주화운동 열사(오원진 열사), 그리고 단재 신채호를 선정, 그들의 삶을 통한 시대정신을 풀어냈다.

한상헌 대전세종지역연구센터장은 "대전은 근현대도시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때문에 도시가 형성되고 급속히 발전한 것은 20세기라 할 수 있다"면서 "인물사를 다룬다는 것은 객관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기획 첫 단계는 과학기술, 기업경영, 문화예술, 교육, 종교, 사회운동 등 6개 부문을 설정해 뚜렷한 리더스피릿을 발휘한 인물을 찾았다"고 발간 과정을 밝혔다.

한편 20세기 대전의 리더스피릿은 대전세종연구원에서 e-북으로 다운 받을 수 있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이후 세종시의 인물과 대덕연구단지 50주년 관련 책자를 준비하고 있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지난 12일 오후 6시 '20세기 대전의 리더스피릿' 출간 기념행사를 가졌다.[이미지=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세종연구원은 지난 12일 오후 6시 '20세기 대전의 리더스피릿' 출간 기념행사를 가졌다.[이미지= 대전세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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