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너지 구간 54기 모듈 중 전단부 5기 빔인출 완료
홍승우 연구소장 "모든 시스템 제대로 구동, 남은건 시간문제"
시운전 완료 후 24년부터 본격 활용, 고에너지는 25년부터 제작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지난 10월 7일 오후 3시 3분 저에너지 가속구간 첫 번째 빔인출 시험에 성공했다. 총 54기 가속모듈 중 전단부 5기 가속모듈에 대해 첫 번째 빔인출 시험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제작 완료 후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저속 주행시험에 성공한 셈이다.
빔인출 과정은 아래와 같다. 우선 극저온 시스템을 통해 초전도 가속관을 영하 269도로 냉각한 뒤 고주파 전력을 공급, 초전도 가속관에 전기장을 형성시킨다. 가속기가 전기장을 이용한 전압으로 입자를 빠르게 끌어당기는(가속)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후 입사기에서 공급된 아르곤(Ar) 빔을 가속해 최종적으로 빔을 인출한다.
현재까진 저에너지 가속 구간 총 54기 모듈 중 전단부 5개 가속관에만 빔이 지나간 형태다. 이미 성능 검증은 완료된 터라, 나머지 가속관 통과도 문제는 없을 거란 입장이다. 연구소는 이달 말 28번째 가속관 빔 인출을 계획 중이다.
홍승우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은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첫 빔인출 성공으로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린 거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한국 산업체들의 기술력을 토대로 극저온 시스템과 초전도 가속관, 그리고 이걸 구동시키는 고주파 시스템 등 모든 제어시스템이 제대로 구동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완성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남은 구간 구축도 잘할 수 있도록 격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소는 내년 3월까지 빔 시운전을 완료하고 2024년 9월까지 활용성 검증에 나선다. 이후 같은 해 10월부터 전 세계 연구자들 대상으로 한 이용자 활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간 말이 많았던 고에너지 구간은 앞서 지난 3월 선행 R&D가 확정됐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이다. 연구소는 가속관 시제품 성능구현과 본제품 설계를 완료하고 2025년 이후 본격적인 본제품 제작·시운전에 돌입한다. 다만 기존 확정됐던 42억원 규모의 선행 R&D 예산은 부족하다고 판단, 현재로선 약 126억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이번 시운전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었다"며 "다만 실제 빔 이용은 고에너지 구간 설치가 완료돼야 한다. 고에너지 구간 구축이 고난도인 만큼, 제작에만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고에너지 구간을 하루빨리 설치하는 게 중요하겠다. 선행 R&D는 25년까지지만 내부적으로 빨리 착수해 그 기간을 단축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이온가속기는 말 그대로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장치다. 방사광·양성자·중입자가속기와 달리 원소 중 가장 무거운 이온으로 알려진 우라늄(uranium, U)까지 모든 이온을 가속할 수 있다. 그렇게 생성된 희귀동위원소는 주로 기초연구에 활용돼 물질의 기원, 우주 생성 원리 등을 밝혀내는 데 사용된다.
기존 중이온 가속기는 가벼운 이온을 가속해 무거운 표적에 충돌시키는 생성 장치 ISOL(Isotope Separation OnLine)과 그 반대인 IF(In-flight Fragmentation) 중 하나만을 장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라온의 중이온가속기는 세계 최초로 이 두 개를 모두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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