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너지 구간 54기 모듈 중 전단부 5기 빔인출 완료
홍승우 연구소장 "모든 시스템 제대로 구동, 남은건 시간문제"
시운전 완료 후 24년부터 본격 활용, 고에너지는 25년부터 제작

지난 17일 대덕특구기자단이 라온에 방문했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지난 10월 7일 오후 3시 3분 저에너지 가속구간 첫 번째 빔인출 시험에 성공했다. 사진은 이번 빔인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 [사진=이유진 기자]
지난 17일 대덕특구기자단이 라온에 방문했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지난 10월 7일 오후 3시 3분 저에너지 가속구간 첫 번째 빔인출 시험에 성공했다. 사진은 이번 빔인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 [사진=이유진 기자]
IBS(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첫 빔인출에 성공했다. 2011년 착공 이후 약 12년간 있었던 당위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순간이다. 이번 빔인출 성공은 중이온 가속에 필요한 모든 장치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성과는 라온의 첫 번째 성공모델로서, 향후 있을 고에너지 가속장치 구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지난 10월 7일 오후 3시 3분 저에너지 가속구간 첫 번째 빔인출 시험에 성공했다. 총 54기 가속모듈 중 전단부 5기 가속모듈에 대해 첫 번째 빔인출 시험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제작 완료 후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저속 주행시험에 성공한 셈이다. 

빔인출 과정은 아래와 같다. 우선 극저온 시스템을 통해 초전도 가속관을 영하 269도로 냉각한 뒤 고주파 전력을 공급, 초전도 가속관에 전기장을 형성시킨다. 가속기가 전기장을 이용한 전압으로 입자를 빠르게 끌어당기는(가속)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후 입사기에서 공급된 아르곤(Ar) 빔을 가속해 최종적으로 빔을 인출한다. 
 

빔은 모듈 사이 500원 동전만한 크기의 가속관(사진)을 빠르게 통과하면서 가속된다. 주황색 물체는 전자석이다.  
빔은 모듈 사이 500원 동전만한 크기의 가속관(사진)을 빠르게 통과하면서 가속된다. 주황색 물체는 전자석이다. 가속기가 전기장을 이용한 전압으로 입자를 빠르게 끌어당기는(가속) 원리이기 때문에 전자석이 각 모듈 사이마다 배치돼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 같은 첫 번째 빔인출의 성공은 중이온가속기 장치 구축의 종합적 성능이 문제없음을 의미한다. 이 모든 과정이 0.0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간은 100%, 라온 전체 기술의 상당수 이상이 국내 기술인만큼, 한국의 설계·제작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한 사례로 보인다.

현재까진 저에너지 가속 구간 총 54기 모듈 중 전단부 5개 가속관에만 빔이 지나간 형태다. 이미 성능 검증은 완료된 터라, 나머지 가속관 통과도 문제는 없을 거란 입장이다. 연구소는 이달 말 28번째 가속관 빔 인출을 계획 중이다. 

홍승우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은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첫 빔인출 성공으로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린 거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한국 산업체들의 기술력을 토대로 극저온 시스템과 초전도 가속관, 그리고 이걸 구동시키는 고주파 시스템 등 모든 제어시스템이 제대로 구동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완성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남은 구간 구축도 잘할 수 있도록 격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소는 내년 3월까지 빔 시운전을 완료하고 2024년 9월까지 활용성 검증에 나선다. 이후 같은 해 10월부터 전 세계 연구자들 대상으로 한 이용자 활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간 말이 많았던 고에너지 구간은 앞서 지난 3월 선행 R&D가 확정됐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이다. 연구소는 가속관 시제품 성능구현과 본제품 설계를 완료하고 2025년 이후 본격적인 본제품 제작·시운전에 돌입한다. 다만 기존 확정됐던 42억원 규모의 선행 R&D 예산은 부족하다고 판단, 현재로선 약 126억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이번 시운전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었다"며 "다만 실제 빔 이용은 고에너지 구간 설치가 완료돼야 한다. 고에너지 구간 구축이 고난도인 만큼, 제작에만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고에너지 구간을 하루빨리 설치하는 게 중요하겠다. 선행 R&D는 25년까지지만 내부적으로 빨리 착수해 그 기간을 단축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이온가속기는 말 그대로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장치다. 방사광·양성자·중입자가속기와 달리 원소 중 가장 무거운 이온으로 알려진 우라늄(uranium, U)까지 모든 이온을 가속할 수 있다. 그렇게 생성된 희귀동위원소는 주로 기초연구에 활용돼 물질의 기원, 우주 생성 원리 등을 밝혀내는 데 사용된다.

기존 중이온 가속기는 가벼운 이온을 가속해 무거운 표적에 충돌시키는 생성 장치 ISOL(Isotope Separation OnLine)과 그 반대인 IF(In-flight Fragmentation) 중 하나만을 장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라온의 중이온가속기는 세계 최초로 이 두 개를 모두 지니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