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주역들] 극지연·파스퇴르연·건설연
정만 사장, 본업은 쉐프! 극지 안전관리부터 요리까지
강의성 팀장, 주말에도 안전공부! 고위험성 바이러스 안전 연구 책임
나무영 팀장, 하천 연구에 필요한 모든 것! 그의 손 끝에 탄생

22년도 어느덧 20여일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계는 언제나 그랬듯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국가의 과학기술 위상을 높이고 사회와 산업, 국민에 기여한 바가 큽니다. 성과 뒤에는 항상 보이지 않게 주역의 역할을 한 분들이 계십니다. 대덕넷은 연말을 맞아 연구현장의 빛나는 주역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편집자 편지>

◆ 극지 연구 안전요원이자 요리사, 정만 사장
정만 사장은 극지연 북극 지질탐사팀 안전요원이자 요리사로 10여년 이상 함께 했다.[사진=정만 사장]
정만 사장은 극지연 북극 지질탐사팀 안전요원이자 요리사로 10여년 이상 함께 했다.[사진=정만 사장]
척박한 땅 남극과 북극 연구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크레바스에 빠질 위험이 있고,  화석 연구를 하려면 돌산 암벽을 타고 오르기도 해야 한다. 극지연구소 연구자들의 안전한 연구활동을 위해 수년간 동행한 사람들이 있다. 팀명 '아틱'이다.

"2007년 처음 남극 운석팀과 함께했습니다. 2011년 북극 지질탐사팀 권유로 10년 이상 북극 연구를 함께하고 있죠."

아틱의 리더 정만 사장은 15년 이상 극지를 찾았다. 본업은 요식업 종사자.  평소 운동을 좋아해 산을 자주 찾기도 하지만 전문 등반가이자 스키, 스쿠버다이빙을 20년 넘게 했고, 응급처치 자격증도 갖고 있다. 아틱의 다른 멤버들도 영상촬영전문가, 스포츠센터 등 본업을 가지면서도 전문산악인이자 응급처치자격증을 모두 보유한 사람들이다.  

그는 산에 함께 다니던 선배 권유로 극지연구에 동행했다. 안전요원+특기인 요리 실력을 발휘하면 좋지 않냐 제안, 받아들인 것이 계기가 됐다.

그가 북극에서 맡은 일은 다양하다. 망가진 기계를 고치기도 하고, 연구를 위한 텐트도 함께 친다. 제일 중요한건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고정로프를 깔아주거나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안전은 곧  체력'이기에 팀 아틱은 매달 한 번씩 모여 훈련을 한다. 크레바스에 빠졌을 때 구출, 암벽등반 위험상황 등에 대처하기 위한 훈련 등이 주를 이룬다. 연구자 훈련도 도맡아 한다. 그는 "북극으로 떠날 팀이 꾸려지면 연구자들과 함께 북한산, 도봉산 등에서 훈련을 한다. 지질탐사팀의 경우 암벽에 매달려 화석 등을 케는 일이 많아 내년에는 인공암벽센터에서  훈련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극지의 화석연구는 땅 속에서 찾기도하지만 산 위로 올라가 암벽을 타고 화석을 얻어야하는 경우가 더 많다.[사진=정만 사장]
극지의 화석연구는 땅 속에서 찾기도하지만 산 위로 올라가 암벽을 타고 화석을 얻어야하는 경우가 더 많다.[사진=정만 사장]
"북극은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렵죠. 즐길 수 있는 것은 먹을거리가 유일하단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국에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해드리고 외국인 연구자들에게도 소개하죠. 많은 외국인들이 달고 매콤한 갈비찜을 좋아하더라고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저도 보람되죠."

요리가 특기인 정만 사장은 40여 가지 요리를 만들어 남극 기지에 보내기도 하고, 김치찌개, 된장찌개, 육개장 등 한국에서 음식을 80%만들어 급랭해 북극까지 가져간다. 연구원 중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지 먼저 확인 후 메뉴를 만든다. 북극에서 연구는 짧게는 20일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이어지는데, 닭갈비, 갈비찜, 초밥, 칼국수, 수제비, 탕수육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정만 사장 손에서 나온다. 

깍두기, 오이소박이, 배추김치 등은 현지에서 재료를 사다 직접 담근다. 그는 "아일랜드 배추는 작지만 단단하고 단맛이 강하다. 한국에서 만드는 김치보다 고소해 별미"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7월 말 떠나는 여름 북극연구에도 동행한다. 이번 북극연구에서 극지연은 화석뿐 아니라 그린란드의 호수 미드써머레이크 연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 호수는 46km의 민물호수로 한때 바다였다가 호수가 돼 많은 비밀을 품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지연 이 호수를 본격 연구하는 첫 해가 될 예정이다. 

그는 "우리가 생각했던 과학자 이미지는 넥타이를 매고 점잖게 연구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북극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연구하는 모습에서 달리 연구자가 아니구나! 정말 배울 점이 많다! 느낀다"며 " 우리가 함께한 연구가 좋은 성과로 발표됐을 때 가장 기쁘다. 극지연구소에서 노력하는 분들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도움 되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시간 자리를 비우게 됨에도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아내, 그리고 가게 이모님들이 있어 극지에 갈 수있다는 걸 잘 안다.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BL3 안전! 우리가 책임진다···강의성 파스퇴르연 안전관리팀장

강의성 파스퇴르연 안전관리팀장은 고위험성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BL3의 안전을 맡고있다.[사진=파스퇴르연]
강의성 파스퇴르연 안전관리팀장은 고위험성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BL3의 안전을 맡고있다.[사진=파스퇴르연]
우리나라에는 대학, 연구소, 병원 등에 약 60개의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BL3)이 설치돼있다. BL3는 생물학적 위험성이 높은 감염성 물질을 취급을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한다. 코로나19,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인플루엔자 같이 인체에 위험한 병원체는 접근 ABL3 이상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BL3시설 중에서도 우리나라 최초 BL3등급을 인정받은 연구소가 있다. 판교에 있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다. 2006년부터 BL3 연구시설을 운영 중인 파스퇴르연은 연구자 감염사고 생명공학연구의 안전성과 운영능력을 인증 받아 정부로부터 다양한 표창도 받았다. 

여기에는 연구소 안전을 전담하는 안전관리팀의 노고가 숨어있다. 그 중 강의성 팀장은 연구자들이 더 안전하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BL3시설을 관리한다.

정부로부터 내려오는 BL3운영지침이 있지만 강 팀장은 자체적인 규정지침을 더해 연구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예를 들어, BL3 출입은 법령에 따라 2~3시간의 짧은 교육을 받으면 되지만, 파스퇴르연은 연구소 6개월 이상 실무경험을 가진 사람이 10회 이상 담당자와 함께 출입해야하며, 병원체 취급을 위해 테스트도 거쳐야한다. 이 같은 규칙은 모두 안전관리팀을 통해 만들어져 파스퇴르연의 생물안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만들어졌다. 

강 팀장은 "생물안전위원회에는 연구자들이 대거 포함돼있다. 연구자 입장에서 복잡하고 귀찮은 규칙이지만 우리 팀을 믿고 의지하며 규칙과 안전에 잘 협조해주어 감사한마음"이라고 말했다.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연구자들이 더 안심하고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부한다.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산업안전기사, 생물안전관리자 자격증 등도 취득하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파스퇴르연은 연구동 6층에 연구자원센터를 신설 중이다. 내년 중순부터  BL3가 없는 연구기관에 시설을 개방할 계획이다. 강 팀장은 "BL3를 운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외부 연구자 안전을 새로 전담하게 됐다. 내외부 연구자가 팬데믹 대응을 위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하천 연구에 필요한 모든 것 그의 손에서...나무영 건설연 행정팀장

하천연구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나무영 팀장.[사진=건설연]
하천연구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나무영 팀장.[사진=건설연]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하천이 4000여개 가까이 있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하천은 삭막한 도심에서 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쉼터 역할을 한다. 우리는 야생동물의 서식지이자 수자원의 보고인 하천의 생태보존을 지켜낼 의무가 있다. 

경북 안동에 있는 건설연 하천실험센터 연구자들은 이 하천을 연구실 삼는다. 센터는 하천 보전과 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실험시설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서 연구실험지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나무영 행정팀장이다.

하천 연구를 위해서는 하천과 비슷한 환경을 설계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번 현장으로 나갈 수 없기에 건설연은 원내 하천 생태계 구현을 위해 직접 식생을 양식하고 다양한 어종도 키운다. 이를 기반으로 나 팀장은 하천 연구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든다. 연구원 직원이 수행하는 과제의 실증실험을 설계 및 제작하고 하천 현장조사, 연구실험, 계측, 분석 등 하천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등 연구행정업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실험을 위한 모든 준비가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셈이다. 

"연구부서에서 근무하며 실험시설인프라 구축, 실험실 안전관리 책임과 직원의 후생복지를 책임지고 업무를 수행했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끼죠."

나 팀장은 내년이면 건설연에서 하천연구를 한지 20년째가 된다. 다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팀장 역시 설계한 실험에서 좋은 데이터와 성과가 도출됐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홍수에 강하고 식물이 잘 자라는 바이오폴리머 제방공법을 개발한 일이다. 그는 "이 제방공법은 임진강 임진교 하류지점 좌안 제방에 시공했다. 연구과제 및 외부기관 업무지원을 수행하면서 데이터가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논문에 실리고 활용됐을 때 가장 기쁘다"고 설명했다. 

나 팀장은 안전하고 생태적으로 건전한 하천을 위한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 그는 "국내외에서 수행하지 못했던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생태하천환경복원 및 실험, 실규모 하천관련실험, 치수 분야 수리모형실험장을 구축하여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스마트 하천 관리를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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