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30]③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중학생때부터 창업 꿈꾼 소년, 창업 후 기업 투자전략가로
"'대덕' 기술창업 매력 도시, 인재 올 수 있는 살기좋은 도시 만들어야"

대덕키즈로 14세에 창업을 꿈꾸고 20대 진짜 사장이 된 청년이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이끄는 이준표 대표다. 전문 투자자로 활동한지 8년. 이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벤처 기술을 발굴하고 투자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대덕키즈로 14세에 창업을 꿈꾸고 20대 진짜 사장이 된 청년이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이끄는 이준표 대표다. 전문 투자자로 활동한지 8년. 이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벤처 기술을 발굴하고 투자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대덕키즈로 14세에 창업을 꿈꾸고 20대 진짜 사장이 된 청년이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이끄는 이준표 대표다. 2번의 창업 후 전문 투자심사역로 활동한지 8년. 이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벤처 기술을 발굴하고 투자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기여하고 있다.

"후배 창업자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가 투자자로 변신한 이유는 맨땅에 헤딩하듯 창업했던 영향이 컸다. 창업 후 기술상용화를 시도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꿈을 꾸게 했다. 후배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기술창업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를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길로 이끌었다.

20년 전인 KAIST 재학시절 와이즈현(인터뷰 후 사명을 엔써즈로 바꿨다고 한다)을 설립하며 청년창업에 호기롭게 도전했던 이준표 대표를 서울에 위치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20년 전을 곱씹으며 "묘한 기분이 든다"던 그는 "좋은 창업자들을 만나고 꿈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신나고 의미가 있다"면서도 "대덕엔 좋은 과학기술, 특히 IT관련 기술 사업을 하기 좋은 지역"이라며 대덕연구단지에 대한 애정도 아낌없이 드러냈다.

◆ 응원받지 못한 기업도 있었지만···"성장과정 지켜보는 것 행운"

그는 학창시절부터 많은 도전을 해왔다. 중학생이던 90년대 초 천리안, 하이텔과 같은 PC통신 호스트 프로그램 '집현전'을 개발해 사업을 시작했고, 대덕연구단지 출연연과 벤처에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창업을 위한 준비를 준비했다. 이후  곰플레이어를 만든 그래택에서 곰TV 개발 참여, 소프트웨어개발사 에빅사 창업 후 LG데이콤에 매각, 엔써스 창업 후 매각에 성공했다. 30대에는 에빅사의 투자로 연을 맺은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이사와 대표를 맡게됐다.

이 대표를 만날 즈음 그에게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공동 창업했던 엔써즈가 오는 4월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미국에서 에미상 기술부문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엔써즈는 이 대표가 두 번째로 공동 창업한 회사다. 국내 유일 영상검색기술을 선보인 벤처다.

엔써즈는 2011년 국내 KT 계열사에 450억 원의 평가액으로 인수됐다. 벤처기업으로 현금화했다는 사실은 벤처업계에서도 핫한 뉴스였다. 이후 엔써즈는 미국 회사 완전 매각됐고, 이 대표도 회사를 떠났다. 창업부터 매각까지 직접 한 만큼 추억이 많은 회사다. 그는 "기존 창업자들과 최근 여러 이야길 나눴다. 창업 때부터 함께했던 엔지니어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분들께 감사하고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창업가에서 투자자로 변신한 그는 대덕의 기술이 우수한 벤처에 투자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각오처럼 세상을 변화시킬 많은 벤처를 발굴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은 의료 영상을 통한 진단과 치료를 돕는 국내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투자다. 루닛은 2013년 KAIST 석·박사생 모여 창업한 회사로 에빅사의 창립멤버가 의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가 2015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와 처음 투자를 결정한 곳이기도하다.

시드부터 투자한 루닛은 이후 암진단과 치료, 예후예측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대학원생들이 모인 회사로 회사의 방향성 성장과정을 함께하며 머리를 많이 맞댄 기업이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AI기술로 글로벌 영상 기술로 주목받으며 2021년 1조 9000억 원에 미국에 회사를 매각한 하이퍼커넥트, 같은 해 카카오에 5000억 원에 인수된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세계 1위 자막/캡션/더빙/영상 기술 등 서비스기업 아이유노 등 많은 벤처에 투자하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아이유노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를 대상으로 자막 등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세계
아이유노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를 대상으로 자막 등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단일로는 가장 큰 투자를 결정했으며, 이후 세계1위 스타트업이 되는 등 성장을 함께 했다.[사진=아이유노]
모든 투자가 응원받았던건 아니다. 아이유노의 경우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HBO맥스 등 글로벌 OTT 업체를 대상으로 자막 등을 서비스하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처음부터 주목받는 회사는 아니었다. 

넷플릭스가 해외 시장 겨낭하는 등 OTT시장 태동시기였기에 한국이 창업자가 글로벌 1등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투자에 반기를 들고 내부 투자심의위원회가 아이유노를 대상으로 혹독한 챌린지를 했던 이유기도 했다. 

자막이 시장에서 얼마나 큰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끊임없는 의문 속에 이 대표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저렴해지는 인터넷망, 그로인해 고화질 콘텐츠 수요가 늘 것으로 봤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단일로는 가장 큰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우리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지만 작은 시작들을 계기로 글로벌 영향력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도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 좋은 기업 조건, 우수 인재...대덕, 좋은 인재몰릴 수 있는 지역되길 

"좋은 기업 찾는 중요 조건은 결국 사람이죠"

그에게 초기투자 조건을 묻자 '좋은 사람'을 강조했다. 기술은 사람 손에서 만들어지기에 창업자가 갖는 리더십,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그런 분들이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냈을 때 시장성이 있다면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대덕키즈였던 이 대표는 대덕연구단지에 대한 애정 어린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의 중요 조건인 '좋은 인재'들이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살기 좋은 도시 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다는 것이다. 창업자에게는 인재를 데려올 때 절대 타협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는 에빅사 창업 당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에빅사는 대전에서 창업했습니다. 당시 서울대 출신으로 서울에서 근무 중이던 친구와 스텐포드대학 출신 미국인을 설득해 대전으로 데리고 왔었죠. 외국인 친구는 KAIST 옆 어은동 옥탑방에서 살면서 꿈을 함께 키웠어요. 저는 좋은 인력을 데려오는데 타협하지 않았고 그 친구들역시 겁이 없었죠.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 지역을 떠나는 벤처들이 많습니다. 좋은 회사,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결국 좋은 인재가 모여야 가능합니다.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데 타협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런 인재들이 더 많이 모일 수 있도록 살기 좋은 도시와 인프라를 대전시가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 "어려울수록 내실 다져야...투자사 생존과 성장 돕는 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AI에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된 소프트뱅크벤처스.[사진=대덕넷 DB] 
"AI 기술 자체보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해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그런 서비스를 잘 하는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사장은 수년전부터 세상을 바꿀 기술 중 하나로 AI를 강조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투자 상당부분이 AI기업에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AI기술을 잘 활용해 기존 산업질서를 바꾸고 서비스 모델을 바꾸는 기업을 계속 찾고 있다"면서 "이 외에 소프트웨어 등 기업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회사에 관심을 두고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투자가 메마른 현 스타트업에 '생존'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벤처와 스타트업들이 최소한의 추가 투자 없이 버틸 재무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 않아 우리도 보수적인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움츠릴 필욘 없다. 과거엔 외형적 성장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느리더라도 내실을 다지자. 그래야 시장이 좋아질 때 다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 우리 미션은 투자한 회사가 어려운 경기 속에서 잘 생존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 와중에 좋은 회사에 투자하고 싶고 신생 창업자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 편협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교류하는 한해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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