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바이러스 다룰 'BL3 실험실' 구축 한창

IBS(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발표한 비전. [사진=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제공]
IBS(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발표한 비전. [사진=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제공]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을 뒤바꿨다. 글로벌 제약사 협업으로 1년 만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 나왔지만, 이 연구는 1987년 태동한 30여 년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사람에게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800여 개인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예방 효과를 인정한 백신은 30개 미만이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백신도 아직 없다. 미지의 감염병 '질병 X'에 대한 장기 연구가 곧 '백신 주권'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IBS(기초과학연구원) 산하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이하 바이러스연)는 지난 7월 미지의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선제 대응하기 위한 사명을 안고 출범했다. 8일 출범 100일을 맞는 바이러스연은 현재 인력 충원이 한창이다. 연내까지 연구·행정 인력 포함 40여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변종바이러스연구센터'와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로 운영 중인 바이러스연은 2023년 바이러스구조분석 연구센터까지 출범시키는 것이 목표다.

바이러스연은 올해 예산 55억원을 배정받아 연구소부터 출범시키고 최영기 소장 체제에서 인력 채용과 연구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10월 16일자로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으로 공식 부임한다. 그는 KAIST에서 20여 년간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 연구를 진행해왔고 기존 연구들을 정리하고 바이러스연으로 넘어오게 됐다.

바이러스연은 지난 7월부터 대전 본원에 바이러스 기초 연구에 핵심인 고위험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고위험 바이러스를 다루는 생물안전도(BL·Biosafety Level) 3등급 실험실과 동물이용 생물안전도(ABL) 3등급 실험실을 각각 1개씩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 발병 기전, 면역 기전, 형태 구조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의철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면서 "언제 어디에서 가치를 발휘할지 모르지만 mRNA 백신처럼 꾸준히 연구한 결과가 백신이라는 성과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르지만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했을 때 미래에 지닐 수 있는 파급력이 바로 과학의 내재적인 성격"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기초과학이 일반국민과 연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연은 향후 바이러스 기초연구 생태계 조성과 국가 방역체계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바이러스 연구 협력 협의체를 통해 기초와 응용을 잇는 연구개발(R&D)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KAIST,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질병관리청 등 국내외 바이러스 관련 학회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영기 바이러스연 소장은 "바이러스성 질병은 한번 발생하면 모든 사회·경제활동을 마비시킬 정도의 재난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바이러스와 질환 극복 연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질병에 대한 기초지식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젊은 연구자를 키우고 꾸준히 지원해야만 해외처럼 우수한 연구자 풀을 만들어 미래에 다가올 감염병을 선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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