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 발사, 세계 7대 우주강국 각인
"성공·실패 경험 축적, 가장 큰 자산"
발사대 등 인프라, 기업 생태계 형성

[편집자 주] '국산 로켓'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발사됩니다. 국내 연구진이 2010년부터 '우주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선 집념의 결과물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년 7개월간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며 우주 발사체 기술 자립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로호(KSLV-I) 발사가 두 차례 실패하면서 후속 로켓 누리호는 도전보단 보수적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누리호는 '초대형' '초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며 세계 기술 트렌드에 대응할 수 없었습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R&D 체계가 빚은 한계입니다. 문제는 '우주 기술 국산화'라는 미명 아래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에 과학산업 전문 언론 대덕넷(HelloDD.com)은 '초대형 우주 프로젝트 명암' 기획을 진행합니다. ①누리호가 뿌린 우주 씨앗 ②도전도 실패도 없는 우주 R&D ③초대형 우주 프로젝트의 민낯 ④왜 우리는 우주를 가야 하나(추후 좌담회 개최) 순으로 기사 4개를 소개드립니다.

누리호는 3단형 우주 발사체다. 로켓 3개가 하나의 발사체로 통합되어 있는 형태다. 최하단인 1단은 75t급 액체엔진이 4기 묶음(클러스터링)이고,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t급 액체엔진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1월 75t급 엑체엔진 성능을 시험 검증하기 위해 만든 1단형 발사체 발사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는 3단형 우주 발사체다. 로켓 3개가 하나의 발사체로 통합되어 있는 형태다. 최하단인 1단은 75t급 액체엔진이 4기 묶음(클러스터링)이고,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t급 액체엔진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1월 75t급 엑체엔진 성능을 시험 검증하기 위해 만든 1단형 발사체 발사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우주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한다. 한 국가가 우주 기술을 자립하려면 '위성'과 이를 실어나를 '발사체'(로켓)가 필요하다. 한국은 1992년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영국 도움을 받아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만들었고, 지난 30년간 기술개발에 매진한 끝에 위성 자립에 성공했다. 

그러나 발사체 기술은 우주 연구 목적 외에 무기로 활용될 수 있어 국가 간 기술 교류가 어렵다. 한국은 2001년 러시아 도움을 시작으로 한국형발사체 나로호(KSLV-I) 개발에 착수했다. 나로호는 두 차례(09년 8월, 10년 6월) 발사 실패 이후 세 차례 시도(13년 1월)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만들어진 우주 발사체로 한국 우주 기술 자립의 마지막 퍼즐이 될 전망이다.

누리호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내년 5월까지 예산 1조9572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우주 프로젝트다. 연평균 1631억원이 투입되는 수치다. 우주강국이라 불리는 미국, 유럽 등도 민간 우주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기 전까지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 토양을 가꿨다. 이 맥락에서 누리호는 발사 성공·실패 여부를 떠나 ①기술 자립 ②경험(인력) 육성·축적 ③우주 인프라 확충(발사대 등) ④기업 생태계(산업체 300개 이상) 형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리호 비행은  고도 700km 도달을 위해 약 16분 7초 간 비행한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비행은 고도 700km 도달을 위해 약 16분 7초 간 비행한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①위성 자력발사, 세계 7대 우주강국 발돋움

누리호는 1.5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다. 설계-제작-시험-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만들었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미국·러시아·유럽·중국·일본·인도에 이어 실용급(무게 1t 이상) 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된다.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해 향후 우주 탐사, 국방 안보, 민간 서비스 등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누리호는 3단형 발사체다. 로켓 3개가 하나의 발사체로 조립돼 있는 형태다. 최하단인 1단은 3개 로켓을 쏘아 올려야 하는 만큼 추력(밀어 올리는 힘)이 가장 크다. 1단은 75t 액체엔진 4개가 한 묶음(클러스터링)이다. 2단(75t 액체엔진 1기)과 3단(7t 액체엔진 1기)은 무게와 함께 추력도 점차 줄어든다.

항우연은 거듭된 난관을 극복하며 액체엔진 기술을 확보했다. 초기에는 액체엔진과 주요 구성품(연소기, 터보펌프, 가스발생기) 개발을 위한 시험설비 조차 없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시험설비를 임차해 제한적으로 시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수년에 걸친 연구 끝에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과 대등한 시험설비를 확보해 액체엔진 기술 자립에 성공했다. 이 액체엔진은 현재까지 총 184회(누적연소시간 1만8290초) 엔진 시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②"성공·실패 경험 축적, 가장 큰 자산" 

우주 발사체 분야 전문가들은 성공·실패 관점보단 누리호 의미를 전문인력 육성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평가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시대로 나아가려면 전문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인력이 없는 초창기에는 정부 주도로 예산을 지속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누리호 개발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뿐만 아니라 300개 이상 기업이 참여했다.

채연석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前 항우연 원장)은 "이번 누리호 발사 의미는 성공이냐 실패냐 관점보다는 기술과 인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라면서 "해외처럼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 시대를 열려면 국내 기술과 인력들이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태동할 수 있었던 건 과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국가 주도 우주 프로젝트 때문"이라면서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 생태계를 만들면서 우주 관련 기술들과 연구자들이 만들어졌고 기업들까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나로호는 기술적 한계로 러시아에 기술 협력을 받았지만, 누리호는 순수 독자 기술로 75t급 액체엔진을 포함한 모든 발사체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면서 "연구진이 설계-제작-발사 운용 등 독자적으로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③발사대 등 인프라 확충

우주강국처럼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이 태동하려면 기업이 확보하기 어려운 거대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그중 핵심 인프라는 발사대다. 현재 미국 스페이스X(일론 머스크)와 블루오리진(제프 베이조스)이 갈등을 빚기 시작한 배경도 발사대 때문이었다. 2013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발사대 LC-39A에 민간 임대 계약 추진 과정에서 경쟁이 벌어졌고 이를 기점으로 이의제기와 소송 등이 시작된 것이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는 제1발사대와 제2발사대가 구축돼 있다. 제1발사대는 나로호 개발 당시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해 국산화 과정을 거쳐 개발된 발사대다. 반면 제2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2016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설계-제작-조립까지 건립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국산화했다. 두 발사대는 연면적 규모도 약 2배(1발사대 3300m2, 2발사대 6000m2)에 달한다.

누리호는 아파트 17층(47.2m) 높이인 만큼 이를 수용할 발사대가 중요하다. 발사체는 3500도까지 연소해 추력을 얻기 때문에 열에 견뎌야 한다. 또 로켓 연료를 태우기 위해 주입되는 액체산소가 -183도이기 때문에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설도 필요하다. 현재 액체연료 발사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우주 발사장도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④산업 생태계 조성
 

누리호 개발 산업체 현황.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개발 산업체 현황.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번 누리호 개발에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비츠로넥스텍, 유콘시스템, 스페이스솔루션, 한진중공업 등 3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주력 참여 30여 개 기업에서만 인력 500여명이 10년 이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누리호는 총 사업비 약 80%인 약 1조5000억원가량이 기업에서 집행했다. 

KAI 관계자는 "국내 위성 자력 발사를 통해 누리호 신뢰성을 축적하고 국내 산업체를 육성 지원해 자생적 우주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기관생산기술팀 차장은 "누리호 엔진 생산기술은 대한민국 민간 주도 우주시대의 꽃을 피우는 일"이라며 "누리호 발사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자산인 만큼 후속 사업도 중단 없이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콘시스템, 스페이스솔루션, 비츠로넥스텍 등 대덕연구단지 내 기술력을 지닌 항공우주 관련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김종학 스페이스솔루션 차장은 "초기에는 특수 소재와 생소한 개발 규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외부 기관에 있는 엔지니어와 협업을 통해 기술을 축적했다"면서 "참여 기업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협업으로 만들어진 우주 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조기동 유콘시스템 대표는 "이번 누리호 개발에 300여개 기업이 참여한 건 민간 주도 우주개발의 중요한 시작점"이라면서 "우리나라가 민간 주도 우주 시대를 아직 열었다고 볼 수 없지만 누리호를 기점으로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연속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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