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우주 프로젝트 명암]③
누리호에 실릴 수 없는 KPS 위성
"매년 운영비만 수천억원 달할 것"

[편집자 주] 과학산업 전문언론 대덕넷(HelloDD.com)은 누리호(KSLV-II) 발사 이후 우주 분야에 지속 투자가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다만, 우주 바람을 타고 기존처럼 세계 추세와 동떨어지거나 따라가기식 연구개발을 계속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연구 현장에서 논란이 됐던 KPS를 다룹니다.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우리가 왜 우주를 가야 하는지, 어떻게 세계 경쟁자 사이에서 위치 선정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 개발 프로젝트가 끝나는 2022년 초대형 우주 프로젝트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KPS(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이야기다. '12년 2조원' 누리호(2010~2022)를 넘어 KPS(2022~2035)는 4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우주 프로젝트다. 이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연구 현장에선 개발 당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우주·방산 기업 간에도 이견이 있었다.

우선 KPS를 통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 정밀 위치·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항법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위성항법시스템이 미국 GPS, 러시아 글로나스(GLONASS), 유럽연합(EU) 갈릴레오(GALILEO) 등 해외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어 국가 간 정치·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위성항법신호 중단과 신호 왜곡 등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근거다. 독자 항법 시스템을 구축해 국방·안보 분야 강화뿐만 아니라 위치 정보를 필요로 하는 자율주행 등 미래 신산업 분야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그러나 KPS가 누리호에 실릴 수 없어 6000~7000억원가량이 해외 발사 비용으로 책정됐고, 범용 서비스가 되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고정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숙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더구나 KPS는 2000년대 초 항우연이 개발 필요성을 인지해 연구를 기획했지만 정부 지원이 없어 10여 년간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가 현 정부 들어서며 초대형 우주 프로젝트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방산 기업 관계자 A씨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일본 등 해외 위성항법 시스템을 모두 활용할 수 없는, 확률적으로도 희박한 상황을 가정해 우리 독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관점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KPS 개발 목표대로 사회 인프라가 된다면 위성 수명이 끝나기 전에 계속 쏘아 올려야 할 텐데 매년 운영비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 안보와 미래 신산업 분야에 중요한 국가 프로젝트였다면 조금씩이라도 연구하고 준비했어야 하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협력한다지만 급하게 추진되면서 해외에 쓰지 않아도 될 예산까지 쓰는 안타까운 상황이 있다"고 했다. 

항우연 고위 관계자 B씨는 "KPS가 2000년대 초 기획 됐을 때 노력이 많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가야했던 건 사실"이라면서 "우주 강국 저력은 해야 하는 연구를 누군가 조금이라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이 위성은 위성대로 발사체는 발사체대로 계획을 따로 짜면서 국가 우주 프로젝트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KPS만 해도 누리호에 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SBAS(위성기반 오차보정시스템)을 통해 위치 등 항법 정보를 보강하고 있다.

연구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은 왜 우주를 가야 하고, 세계적 경쟁자 사이에서 어떻게 위치 선정할지에 대한 전략이 없기 때문에 연구과제 단위로만 움직인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목적 없이 거대 우주 사업이 끝난 뒤에 예산 확보 차원에서 후속 연구를 기획한다는 지적이다.

◆ 한국의 독자 항법 시스템 KPS는? 

KPS는 한국의 '범지구 위성항법시스템(GNSS)'이다. 한국도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을 쏘아 올려 위치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GPS는 미국의 GNSS 일환이다. 현재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GNSS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뿐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2027년 경사궤도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총 3기의 정지궤도위성과 5기의 경사궤도위성을 쏘아 올린다. 미국 GPS는 31개 위성으로 전 지구를 담당한다. 한국은 8개의 위성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일대만을 다루게 된다.

정부는 KPS가 한정된 지역을 다루는 대신 GPS 신호를 겸용하며 정확도를 상승시키겠단 입장이다. KPS는 L1, L2, L5, L6, S 총 5개의 대역을 주파수로 한다. 여기서 L6와 S 대역만 한국이 사용하는 새로운 신호다. 이 때문에 과학계 일각에선 3조 8000억원에 달하는 예산 활용에 대한 적절성 논란의 불거져왔다. 다만 KPS를 활용하면 센티미터(cm)급 보정이 가능하다. 나머지 신호는 GPS와 같은 대역인 'GPS 라이크(like) 신호'다.  

항우연은 GPS 라이크 신호를 포함한 모든 신호는 GPS 없이도 정상적인 위성항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한 출연연 관계자는 "GPS와 같은 신호를 발송하면 하드웨어(스마트폰)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KPS를 쓸 수 있다"며 "결국 위성항법은 다다익선이다. 위성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확도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KPS는 지난 6월 예비타당성조사에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예산 반영이 이뤄질 예정이다. 연구는 적절성 논란에도 진행될 예정이지만, 과학계 일각에선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속적인 연구 기획 없이 초대형 우주 프로젝트 기획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일본판 GPS 우여곡절 끝 우주로 

일본은 GPS와 호환할 수 있는 준천정위성시스템(QZSS) 미치비키 1호기를 개발해 2010년 9월 발사한 바 있다. 미치비키 커버 범위는 일본과 경도가 가까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이다.  일본은 2018년부터 24시간 운용이 가능한 4대 체제로 QZSS를 운영 중이다. 2023년까지 7기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판 GPS인 준천정위성시스템 미치비키도 쏘아올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치비키는 8자 모양을 그리며 움직이면서 지상과 전파를 주고 받는 위성이다. 이 개념은 1972년에 정보통신연구기구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우리나라의 항우연이 한국형 GPS 필요성을 제안한것처럼,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위성항법시스템 중요성을 피력했다. 일본 역시 우리처럼 독자적인 측위기술을 보유할 지, GPS를 기본으로 할 것인지 많은 논의가 있었다. 1997년 GPS와 호환하되 최소한의 위성수로 기술을 시험하자는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하지만 예산이 문제였다. 정확한 위치정보를 위해 수차례 위성을 쏘아올려야하는데, JAXA와 문부과학성이 온전히 감당하기엔 예산부담이 컸다.

각 부처들간 기싸움이 시작됐다. GPS는 기본적으로 군사적 시스템으로 시작된 만큼 군사를 담당하는 방위성, 운전 등 네비게이션 등에 활용되니 국토교통성, 기업이 활용할 수 있으니 경제산업성 등에서 예산을 일부 부담해야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위성 자체가 전문적인 내용인데다 기술의 중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부처간 이견으로 협업이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2010년 JAXA가 주체적으로 개발한 미치비키 초호기가 발사됐다. 

그 때 일본 내에서 오랫동안 논의 중이었던 '내각부설치법 등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이 2012년 가결됐다. 내각부에서 우주개발 총괄을 맡게된 것이다. 내각부가 연구개발, 군사안보, 산업화, 우주외교 등을 통합 조정하는 우주개발 총괄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치비키도 내각부의 담당이 됐다.  

아난 일본과학관은 "내각부가 미치비키를 담당하면서부터는 부처간 논란이나 문제없이 꾸준히 사업을 이어나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한국처럼 R&D 예산증가가 어려워 새로운 업무를 꾸준히 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하지만 내각부를 통해 장기적인 안을 세우고 예산을 지원하면서 미치비키를 논란 없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글로벌 위성항법 시스템 베이더우(北斗)를 1994년부터 독자 개발해왔다. 현재까지 쏘아 올린 위성이 55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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