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창업기업 플라즈맵 '쾌거'
'소형화+멸균 신뢰성·경제성' 확보
의료기기 시장 '게임체인저' 급부상
독자 기술로 미국 중소형 병원 공략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획득한 플라즈맵 ‘플라즈마 멸균기’ STERLINK. 미국 중소형 의료시설(의원급)에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플라즈맵 제공]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획득한 플라즈맵 ‘플라즈마 멸균기’ STERLINK. 미국 중소형 의료시설(의원급)에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플라즈맵 제공]
KAIST 물리학과 출신 스타트업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소형 플라즈마 멸균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획득했다. 비(非)미국계 기업이 ‘플라즈마 멸균기’ 기술로 미국 FDA 인증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국 중소형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플라즈마 멸균기는 FDA 인증 사례가 없어 한국산 의료기기가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라즈맵(Plasmapp, 대표 임유봉)은 플라즈마 멸균기 시스템 ‘STERLINK’가 미 FDA 2등급 의료기기(Class II Medical Device) 인증을 획득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인증은 미국 의료기기 3개 기업에 이어 비미국계 기업 최초다. 미 FDA는 의료기기 인증을 3등급으로 나누고 숫자가 높을수록 기술 난이도가 높다고 분류한다.

그동안 멸균기 시장은 전통적으로 고온 또는 화학 멸균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이 방식들은 각각 고온으로 의료기기에 손상을 가할 수 있고, 화학 멸균제 특성상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한계를 지녔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저온 플라즈마 멸균’ 기술에 대한 방식을 주목했다. 

플라즈마는 고체·액체·기체와 더불어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리며 멸균 효능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대형 플라즈마 멸균기는 1시간 이상을 멸균함에 따라 대용량 제작이 불가피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한 번에 많은 양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고가의 장비로 이어졌고 중소형 병원에선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했다. 기존에도 글로벌 기업이 소형화에 나섰지만, 소규모에서 ‘고속 플라즈마 멸균’ 기술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소형화+경제성·신뢰성’까지···세상에 없던 기술 탄생

플라즈맵은 기존 대형 장비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소형 플라즈마 멸균기’를 개발했다. 기존 대형 장비가 100L급이면 플라즈맵 장비는 7L, 14L급이다. 10분의 1이하 크기다. 멸균기는 소형화했지만 신뢰성은 유지, 증가시키면서 인증까지 획득했다. 플라즈맵은 플라즈마를 멸균 용기 안으로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전용 파우치를 개발해 멸균 소요 시간을 기존 1시간에서 최소 7분까지 단축시켰다.

앞서 2018년 플라즈맵 STERLINK는 유럽인증(CE)을 획득한 바 있다. 현재까지 미국, 유럽,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일본, 사우디, 말레이시아 등 15개국 인증을 얻었다. 이를 기반으로 50여 개 국가에 플라즈마 멸균기를 수출하며 전 세계 의료 위생에 기여하고 있다.

임유봉 플라즈맵 대표는 “기존 대형 플라즈마 멸균기는 멸균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가의 장비라는 한계를 지녔다”며 “STERLINK 시스템은 미국 내 중소형 의료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FDA 승인 제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FDA 승인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미개척 시장을 개척한 플라즈맵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의료기기 시장 ‘게임체인저’ 플라즈맵은? 

플라즈맵은 2015년 KAIST 물리학과 플라즈마 실험실에서 태동한 스타트업이다. 오랜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딥테크’ 창업 기업이다. 플라즈맵은 현재까지 특허 130여 건을 출원했다. 

창업 6년차지만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창업 10년 이내 기업가치 1조 원 벤처)으로 평가받았고, 올해 초에는 한국거래소 상장을 위한 예비 기술상장 특례 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450억 원에 달한다. 최근 사전기업공개(Pre-IPO)를 통해서도 투자를 유치했다. 

플라즈맵이 올해 미 FDA 승인 획득까진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9년과 2020년 2차례 인증 획득에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에선 해외 신규 거래와 미팅이 취소되며 수출 중심 비즈니스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술개발에 몰두했다. 결국 소형화, 경제성·신뢰성까지 확보한 플라즈마 멸균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비미국계라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고 미 FDA 인증까지 획득한 것이다.

임유봉 대표는 “플라즈맵 소형 멸균기는 중소형 의료시설(의원급)에서 사용 가능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전 세계 의료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플라즈맵은 혁신적 한국의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플라즈맵은 한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기 제조사가 될 수 있도록 혁신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플라즈맵은 앞으로 치과용 임플란트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플라즈마 기술을 임플란트 사업에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기술개발에 매진한다는 각오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