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 전문가 융합, 진단·백신·치료·방지 결과 이어져
연구자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속도감 있게 연구"
진단, 15분만에 결과 비전문가 현장 사용 기대
백신, 임상1상 중 내년 하반기 2상 돌입 예정
치료제, 머크사 보다 약효 우수 레고켐 신약개발 중

CEVI연구단은 19일 기술이전 협약식과 연구성과 발표회 행사를 열었다. 진단, 치료, 신약, 확산 방시 분야 성과를 전시하고 각 연구자들이 참여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사진= 한국화학연구원]
CEVI연구단은 19일 기술이전 협약식과 연구성과 발표회 행사를 열었다. 진단, 치료, 신약, 확산 방시 분야 성과를 전시하고 각 연구자들이 참여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사진= 한국화학연구원]
70여명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 6년전(정확히 5년 6개월 전)소속된 연구기관을 떠나 한국화학연구원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출입도 어렵고 출장처리, 물품구입도 제때 안되고 불편한 것 투성이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설레였단다. 저마다 하는 일, 소속기관은 달랐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해 볼 수 있다는데 기대가 컸다. 

3년, 5년이 지나면서 연구자들 간 소통은 기본, 지금은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 수 있게 됐다. 연구진행 중 터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월화수목금금금 연구실에 파묻혀 지내야 했지만 "해야 한다"는 긴박한 상황에 어느때보다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도 저절로 조성됐다. 

지속적으로 출몰하는 감염병 대비를 위해 출범한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단장 김범태, 이하 CEVI연구단). 내년 7월이면 6년의 연구가 종료된다. CEVI연구단은 주관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8개 출연연의 연구진이 참여한다. 

2016년 메르스 시기에 시작한 CEVI연구단은 신변종바이러스 대응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감염병 진단, 예방, 치료, 확산방지 네 분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메르스 등 감염병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낙타 검체 확보를 위해 UAE 등 아랍국가와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당시는 우한폐렴) 발생 소식이 전해졌다. 연구진들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단다. 내부적으로 대응 논의에 들어갔다. 연구자로서 먼저 움직인 것.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코로나19는 걷잡을 수 없는 팬데믹으로 확산됐다. 연구진들의 감염병 대응 사투가 본격화됐다. 월화수목금금금 일정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초기 6개월간은 누가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모두가 연구실에 나왔다. 

CEVI연구단은 지난 19일 기술이전 협약식과 연구성과 발표회를 가졌다. 5년 반동안의 연구를 통한 논문 83건(SCI 75건), 기술이전 19건, 계약금액 337억3600만원 등 결실을 소개했다. 진단분야는 지난해 빠른 진단기술에 이어 올해는 민감도를 월등하게 높인 면역진단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백신 후보물질을 이전받은 기업은 임상1상을 진행중이고 치료제는 신약개발의 전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상용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확산 방지 기술은 이미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CEVI연구단의 성과. 각분야별 기술이전 19건, 계약금액 337억3600만원, 논문 83건(SCI 75건) 등이다.[사진= 길애경 기자]
CEVI연구단의 성과. 각분야별 기술이전 19건, 계약금액 337억3600만원, 논문 83건(SCI 75건) 등이다.[사진= 길애경 기자]
◆ 6개월간 월화수목금금금 숨가빴지만 융합연구 덕 톡톡

진단팀의 박대의 박사(안전성연)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우리도 같이 움직였다. 매일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뉴스에 나오니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모두 연구실에 나와 있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웃음)"고 당시를 돌아보며 "메르스 진단 플랫폼 성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진단기술 개발에 집중, 초기에 진단 기술 이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의 박사는 "처음에는 메르스를 위해 시작해 낙타 검체 확보에 주력했다. 연구진이 검체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면서 "코로나가 터졌는데 메르스와 유사성이 많았다. 기획부터 연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검체확보도 병원과 협력이 이뤄지며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진단 기술 성과도 빠르게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진단팀은 기초지원연, 화학연, 표준연, 식품연, 안전성연 연구진이 참여한다. 진단 플랫폼 기술 개발을 목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맹진수 박사(식품연)는 "같은 주제를 기관별 특성으로 이야기 하면서 종합적 결론도 금방 얻을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연구는 갈라먹기였다면 융합연구는 한 주제를 놓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기술이 어디에 필요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금방 알 수 있었다"고 융합연구의 강점을 들었다.

CEVI연구단은 지난해 7월 임신진단 키트 형태의 코로나19 항원 신속진단 기술을 개발, 웰스바이오에 기술 이전한 바 있다. 해당 연구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인체 감염 수용체인 ACE2를 이용한 새로운 신속진단 기술로 평가된다. 올해 1월 국제저널 Biosensors & Bioelectronics (Impact factor: 10.618)에 발표됐다. 

이어 진단팀은 올해 민감도를 월등하게 높인 면역진단기술을 개발, 웰스바이오에 이전했다. 나노구조체가 적용된 진단용 기판을 개발, 항원, 항체 등 생체분자를 기존보다 50배 이상 고밀도로 집적시켰다. 무엇보다 15분내외에 진단이 가능하고 생산단가도 저렴하다.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어 현장 신속진단으로 코로나19 확산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공동연구로 상용화도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다.

진단팀의 책임을 맡은 김승일 박사(기초지원연)는 "초기에는 기관마다 다른 기준에 맞춰가느라 시간이 조금 필요했지만 한 공간에 모여 연구하면서 시너지가 높았다. 연구자간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속도가 붙었다"면서 "기존 종사 기관은 일주일에 한번 갈 정도로 융합연구단에 집중했다. 코로나19 진단 기술이 빨리 나올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같이 하면서 시너지가 높았다"고 말했다.

확산방지팀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소재, 기구 시스템 개발이 목적이다. KISTI와 건설연이 참여했다. KISTI는 강점인 데이터 수집·처리 기술을 활용해 딥러닝 하고 고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 감염 예측모델과 확산예측 통합플랫폼을 개발했다. 건설연은 감염병을 일으키는 감염원의 공기 중 확산을 저지하는 기능을 갖춘 '광촉매 항균·항바이러스 공조장치'를 개발, 제품화 했다. 공조필터는 기존 공기청정기에 장착하면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원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미 10개 기업에 기술 이전, 과기부 등 우수 연구개발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김성준 건설연 박사는 "우리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먼저 바이러스 분야부터 치열하게 공부했다. 또 같이 하면서 성과도 빠르게 나왔고 국민의 안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면서 "후속연구와 응용연구 아이템도 여럿이다. 이 부분은 기관 차원에서 지속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융합연구의 강점으로 초기부터 토론하며 연구 기획은 물론 기술을 어떻게 엮을지 활발한 논의가 가능한 점을 꼽았다. 항상 같이 붙어 있어 이야기도 많고 연구자간 다양하게 해보며 재미있게 연구를 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들었다.

CEVI연구성과를 둘러보고 있는 참여자들.[사진= 길애경 기자, 한국화학연구원]
CEVI연구성과를 둘러보고 있는 참여자들.[사진= 길애경 기자, 한국화학연구원]
◆ CEVI연구단 개발 백신, 치료제 기존보다 우수

지난해 6월 CEVI 융합연구단은 백신과 치료제 후보물질 기술 이전 협약식을 가졌다. 백신 후보물질은 HK이노엔, 치료제 물질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 각각 이전됐다. HK이노엔 관계자에 의하면 백신 물질은 올해 9월 임상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께 임상2상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치료제 후보물질은 새로운 화합물(CEVI-319, CEVI-500)로 코로나19와 메르스, 사스 등 코로나 바이러스에 우수한 약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숭이 신장세포(VERO cell) 시험 결과 특정 농도에서 바이러스를 50% 사멸하는 능력이 렘데시비르보다 50배 높았다. 특히 최근 가장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보다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적은 금액으로 신약을 개발, 국내 공급은 물론 해외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기술 이전 금액도 상당한 것을 알려진다.

CEVI연구단은 이날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형질 전환 소동물(마우스) 제작기술도 이전했다. 김성준 화학연 박사팀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공동개발해 기업 마크로젠에 기술이전했다. 
 
연구팀은 메르스 감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간의 수용체(hDPP4)가 마우스 전신에 안정적으로 발현돼 유전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메르스 감염 마우스는 국내에 기술이 없는 상황. 연구팀이 개발한 마우스는 한국 변이형과 사우디 원형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민감도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김성준 화학연 박사는 이날 설명을 통해 "백신은 효능을 높이기 위해 면역증강제를 추가하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면서 "우리는 1년간 기술조사 끝에 신규 백신플랫폼을 개발하고 안전성, 효능도 확인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면역증강제는 특허가 풀려 비용도 낮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한 연구자는 "참여 기관이 많은데 주관기관인 화학연 룰에 맞추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많은 연구기관들이 참여하는데 주관기관만 주목을 받으며 다른 연구자의 아쉬움도 있었다"면서 "특허나 논문 승인을 기관마다 받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럴때는 기관마다 쪼기개보다 연구회 소속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출연연마다 이해의 폭이 달라 애로를 겪은 연구자도 있다. 한 출연연 박사는 "융합연구가 기관에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등 이해부족으로 파견 근무에 제동이 있었다"면서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한 출연연의 인식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기관마다 행정체계가 달라 맞추는 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단다. 연구자들은 "애로가 있지만 융합연구는 미래 연구개발에서 꼭 필요한 플랫폼이다. 이후 후속 연구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범태 단장은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한 백신은 뇌염, 코로나 등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감염병 대응 연구는 지속해야 한다.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부분으로 공공연구가 필요하다. 개별연구보다 산학연병이 통합한 연구를 국가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VI연구단은 연구성과 발표와 함께 민감도를 높인 진단기술과 유전형질 전환 소동물 제작기술도 이전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CEVI연구단은 연구성과 발표와 함께 민감도를 높인 진단기술과 유전형질 전환 소동물 제작기술도 이전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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