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 기초지원연 박사, 진단법 개발 등 체계 마련
연구원 1기 멤버로 진단 지원부터 연구까지
바이오센서 기술로 현장에서 바로 검출 가능
"바이오 분야, 나 혼자 아닌 협력 연구 시너지"

김승일 한국기초지원연구원 박사는 국내 단백질 서열분석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김승일 한국기초지원연구원 박사는 국내 단백질 서열분석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진단을 위한 기술, 진단법을 개발하며 국내 단백질 서열분석의 기술 수준을 높였다.[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단백질체 특성 분석 연구자 김승일 박사. 1989년 석사장교 과정을 마치고 새로 생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당시는 기초과학연구지원센터) 연구자 모집 소식에 서류를 냈다. 기관의 특성, 당장 해야할일도 알아보지 않았다.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DNA합성기, 단백질 합성기, 단백질서열분석기 장비에 망설임없이 결정했단다. 그가 맡은 분야는 단백질 서열분석. 그렇게 국내 단백질 서열분석 1호 연구자, 기초지원연 1기 멤버로 연구인생을 시작했다.  

올해로 연구인생 33년을 맞는 김승일 박사. 그는 별로 한일이 없다며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단백질체 분석 연구자로 국내 단백질체 분석법, 특히 그가 관심이 컸던 미생물 분야 단백질체 분석법 토대를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결과를 인정받으며 그는 지난해 기관 우수연구원에 선정됐다.

단백질 분석은 감염병 연구와 진단, 신약발굴의 시작이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시기 그의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실시간 검출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분석전문가인 그의 역할이 컸음이 당연하다(그는 팀이 이룬 성과로 강조). 그의 팀이 개발한 바이오센서 기술은 이번 코로나뿐만 아니라 향후 나타나는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바로 검출해 낼 수 있게 된다. 바이러스 분석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 장비 있지만 아무도 못다뤄, 싱가포르에서 교육

"연구원에 오니 단백질 분석장비가 구축돼 있는데 운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입사하자마자 싱가포르에 가서 훈련을 받고 투입됐죠."

김승일 박사는 기초지원연에 입사하자마자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올랐던 기억을 회상했다.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을 치른 한국이었지만 바이오분야 분석에서는 후발주자였다. 단백질 분석장비를 다룰 줄 아는 연구자가 거의 없었다. 

싱가포르에서 빡센(?) 일정을 마치고 오자마자 단백질 서열 분석일을 맡았다. 단백질 분석을 공부한 그였기에 단백질 정제에 필요한 기술도 직접 개발했다. 장비 운용을 넘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 것. 국내 1호 단백질 서열분석 전문가로 손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리된 단백질의 서열을 분석하고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학, 연구소들에 정보를 제공했다. 

2000년 이후부터는 단백질체학 연구에도 뛰어들었다. 김 박사는 "미생물 단백질체 특성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연구에 집중했다"면서 "단백질 서열분석은 단백질 고유의 지문을 아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지고 바이오 마커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나혼자 연구아닌 협력, 40여편 논문

그는 1995년 박사학위를 마치고 단백질체 연구를 본격화 했다. 그러면서 그가 선택한 연구방식은 '나 홀로가 아닌 공동연구'다. 연구를 본격화하며 2002년 이후 그가 낸 논문 중 40여편 이상이 SCI 학술지에 발표됐다.

그중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을 공포에 떨게했던 슈퍼박테리아를 신속하게 검출하는 기술은 기업에 이전한 바 있다.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융합연구단)에 참여하며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코로나19 등 신종바이러스 진단에 필요한 바이오센서, 진단용 항체, 항원진단용 키트 개발 등 성과를 냈다. 연구성과들은 지난해 국가연구개발성과 100선에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김 박사는 이같은 성과 요소로 공동연구를 꼽았다. 그는 "바이오 분야는 혼자 연구하기보다 공동연구를 할때 시너지가 난다. 하지만 공동연구를 위해서는 다른 분야도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CEVI융합연구단의 성과도 공동연구를 통해 나온 것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공동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래는 공동연구 더 많아질 것"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에 자부심을 갖죠. 하지만 바이오분야는 공동연구가 더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 내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분야 최신정보를 업데이트하며 양보와 배려를 기본으로 하면 공동연구로 더 많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인생 33년의 김 박사는 후배들에게 공동연구를 당부했다. 그는 "CEVI융합연구단에서도 같이 연구를 해보니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더 많이 알게됐다"면서 "과학계는 다양한 인간관계, 여러 전공자들이 같이 연구하면서 복잡하고 쉽지 않다. 하지만 바이오분야는 공동연구가 정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신을 연구벌레이기보다는 주어진 시간내에 연구에 집중한 평범한 연구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 역시 젊은 시기에는 주말에도 집과 연구실을 오갔다. 주말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연구에 몰입했던 것(이부분에서 그는 연신 모든 연구자가 그렇다며 자신을 낮췄다).

끝으로 김 박사는 국내 연구진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며 과제 연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국내 유전체 분야 연구는 늦게 시작했지만 단백질 분석 기술 수준은 중상이상의 실력을 갖췄다. 특히 출연연의 연구장비는 강점"이라면서 "그러나 연구과제들이 5년과제, 3년과제로 종료되고 이어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는 여전하다.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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