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는 행운 집단, 앞 말고 옆 볼 수 있어야"
"과학계 목소리 내야 한다, 쉬운 조직 인식 고착"
"과학계에 빚진 의무감, 후배 위한 프로세스 만들 것"

신용현 박사는 과학자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과학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하고자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사진= 대덕넷 DB]
신용현 박사는 과학자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과학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하고자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사진= 대덕넷 DB]
솔선수범 과학자정치인 '신용현 박사'. 그를 요약하는 한줄이다. 신 박사는 20대 국회의원 활동을 거쳐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다 최근 대선 정치권에 다시 뛰어들었다. 1월말 대전역에서 만난 그는 화장끼 없는 맑은 얼굴에 선한 미소, 이웃집 과학자 모습이 여전했다. 빡빡한 대선 유세 일정에 조금 지쳐보였지만 과학자의 정치권 진출 필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어조는 또렷했다. 

신 박사는 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진입했다. 당시 정당에서 비례대표 우선순위에 과학자를 전진배치했다. 과학계에서도 반기는 분위기 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으로 재임 중인 그에게도 과학계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과학계 내외부에서 신망이 두터운 과학자에게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가 고사했다. 

과학계는 과학자도 정치권에 진출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굳이 해야 하나' 하는 수동적 입장인게 사실이다. 과학계 내부에서는 정치권에 진입하는 과학자를 두고 과학자가 연구 아닌 딴짓을 한다, 자리 욕심을 낸다는 등 곱지않은 시선도 여전하다. 신 박사 역시 굳이 남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그도 직접 나서기보다 적임자 발굴에 집중했다.

비례대표 후보 마감이 임박한 무렵 당은 "비례 1번은 아무에게나 줄 수 없다. 신 원장이 아니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신 박사는 정치권에 진출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당시 여러 번 고사했다. 기관장 선임시 이미 검증된 과학계 인사였던 그의 정치권 진출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선거관리위원회 문의에서도 문제 없음이 확인되면서 신 원장의 정치권 진입은 속도를 더했다. 

당시 가족도 반대하면서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응원군이 됐다. 이번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신 박사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표현했다)까지 맡게 되며 24시간이 부족한 일정이지만 과학자인 남편은 가장 큰 지지자다. 신 박사 역시 과학자의 정치권 진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 박사는 "4차산업혁명, 기술패권 등 미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국회에서도 과학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고 많이 알고 싶어한다"면서 "하지만 과학기술은 전공하지 않으면 국감에서 질문하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첫 해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시간이 흐르며 과학자정치인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처음에는 비례대표를 마치면 정치권은 거리를 둬야지 생각했는데 3년쯤 지나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겠더라"면서 "과학자 시기보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무척 넓어졌다. 그리고 재선 의지가 있는가에 따라 의원간 협력여부도 달라지는 걸 느꼈다. 과학기술을 아는 정치인, 과학자 출신 정치인이 많아지면 좋겠다 싶었다"고 역설했다.

◆ 가장 큰 변화 "시야가 넓어졌다"

신 박사는 국회의원 1년차 시기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과학자 출신 의원, 선배가 없어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았단다. 또 비교적 안정적인 과학계와 달리 생존권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목소리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그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았다가 넓어졌다. 4년여의 시간은 과학자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게 했다. 정치인으로 단단해지기도 했다.

그는 "주말마다 서울에 시위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의원직 초반에 주말마다 거의 시위 현장에 가느라 쉬는 날이 없었다"면서 "그 속에 있으면서 주변을 보게됐다. 과학계에서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내 앞길만 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편하지 않았다"고 소회했다.

이어 신 박사는 "과학계는 밥을 굶거나 당장 생계가 잘못되는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국회에 들어가니 오늘 끼니를 걱정하고 생존권이 달린 어려운 문제들이 정말 많았다. 과학계에서 다양한 위원회 활동으로 다른 분야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무뎌(이 부분은 단점으로 보았다)졌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계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과학계 종사자들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인류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높다. 서로 적이 아닌 협력과 잘하려는 경쟁의 관계가 다수다. 

신 박사는 "과학계에 있을때는 우리가 무척 행운을 가진 집단이라는 것을 몰랐다. 주변 과학자도 비슷했던 것 같다"면서 "정치계는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문제가 많았다. 각각의 주장을 뭉뚱그려 더 좋은 안을 만들면 좋은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부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계는 32년 있으면서 익숙하고 돌아가는 것, 사람도 알아서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을 바로 제시할 수 있는데 정치계에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뭔가 도모해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았다"면서 "과학계를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막아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할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 다시 정치계에 발길을 돌리다

신 박사는 21대 총선을 준비하던 중 걸림돌에 멈춰야 했다. 행정적 문제로 자격을 상실했다. 재선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던 그에게 상심이 컸다. 하지만 학교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며 정치권을 잊기도 했단다. 정당활동도 아예 거리를 두면서 과학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0대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각 당에서 그에게 합류를 제의해 왔다. 정치권에서 보는 그는 과학기술 전문가, 여성, 충청권 출신 등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신 박사 본인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단다. 한켠으로는 과학자정치인으로 할 일을 해야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며 지내는 현실이 잘 맞는다는 생각에 제안을 거절했다. 

뒤늦게 출발한 안철수 후보도 그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신 박사는 여러번 고사했다. 신 박사는 "안 후보가 공약을 만들었는데 과학자로서 한번 평가해 달라고 하시더라. 초격차 과학기술 분야를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맥을 분명히 짚고 있었다. 몇몇 디테일한 기초 분야를 추천하고 두말없이 동행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후보는 과학기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인선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내 선거 운동도 해보지 않아 쉽지 않다. 선대위원장은 정말 맞지 않는 옷 같기도 하다. 하지만 위원장이라기보다 실무자로 유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 국회에 과학기술 전공자 많아져야 한다

"국회 내에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이 많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부처 관료나 장관은 그 분야에 오랜기간 있었기에 의원들이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바꾸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정책보다는 수치적으로 가능한 분야만 건들고 있다. 과학자 출신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신 박사는 과학자 출신 정치인이 많아져야 과학계의 목소리,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학자들이 정치권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누군가 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신 박사는 "과학계를 위해 막아야 하는 정책은 어떻게 미리 작업을 할 수 있고 어떤 프로세스로 풀어야하는지 경험했다"면서 "그런데 과학기술 백그라운드가 없는 정치인에게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정치인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겠다고 마음 먹어도 제대로 진행이 안될 수 있다. 과학자정치인이 많아져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학계도 적극 목소리를 낼 것을 당부했다. 그는 "사회적 이슈에서도 과학계는 중립을 지키라는 불문율(?)에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비과학적 이야기가 돈다. 젊은층에서 목소리를 그나마 내고 있어 기대를 건다"면서 "과학계가 목소리 내는 걸 주저하면서 (조금 비약일 수 있지만) 정치권에서도 과학계는 무시해도 좋은 집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쉬운 집단으로 보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끝으로 그는 과학자정치인으로서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과학자정치인이 좀 더 쉽고 빠르게 과학기술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학자정치인이 더 많이 국회에 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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