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SMR 기업, 부지 및 건설계획 확정 등 본격 상용화 돌입
창고 창업 '시보그', 韓 투자액만 2000억 '뉴스케일파워'···민간 투자 활발
국내 원자력 기술 최고인데···국내 아닌 해외 투자 선택하는 국내기업
우리나라 원전산업, 민간 주도 이끌기 위해 정부 제도 개선 등 마련해야
"SMR 세계 시장 주도권, 민간 끌어들이지 않으면 승산 없어"

소형원전(SMR) 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 각축전이 치열하다. 한국도 새 정부 출범으로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며 대형원전 건설과 SMR 개발이 미래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민간 중심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소형원전 개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추세다.

SMR은 300MW 이하의 원자로를 말한다.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했다. 대형원전 주기기와 격납 건물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작다. 모듈 형태 제작으로 이송과 건설이 가능, 건설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형이라 발전 목적에 따라 도심, 외각, 선박 등 다양한 지역에 건설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기기들을 일체화 해 대형의 우려 가능성을 제거하며 안전성도 갖췄다는 것이다.

한국은 97년부터 소형 일체형원자로 스마트 개발에 착수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며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 상태였다. 소형원전 시장의 포문을 가장 먼저 열었던 셈이다. 그동안 투입된 예산은 5000여억 원(97~12년 3134억 원, 13~19년 1775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세계 각국이 빠르게 치고 나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2020년 9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 은 총 71개다. 개발을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17개), 러시아(17개), 중국(8개), 영국(2개) 등이다.

각국이 개발 중인 SMR은 원자로·냉각재 종류에 따라 경수로형(PWR), 소듐냉각형(SFR), 고온가스형(HTGR), 용융염냉각형(MSR) 등으로 나뉘지만 공통점이 있다. 정부와 공기업 주도가 아닌,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고, 원자력 스타트업들이 업계를 이끄는 한 축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 정부 지원없이 연구? 美 대표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 韓·日 투자액만 4000억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원자력전략비전(21.01)에 따라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개발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 원)투자를 확정했다. 민간과 정부가 협력을 통해 17개 SMR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 

미국 SMR 대표기업으로 '테라파워'와 '뉴스케일파워'가 있다. 두 기업 모두 민간 자본을 대거 끌어들였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사진=뉴스케일 홈페이지]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사진=뉴스케일 홈페이지]
뉴스케일파워는 2007년 텍사스 주 어빙에 본사를 둔 미국의 다국적 엔지니어링 및 건설 회사인 플로어의 자본으로 설립됐다. 플로어는 현재까지 뉴스케일파워의 최대주주로 절반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에너지부로부터 상당한 연구비와 부지 등을 제공받은 뉴스케일은 유타주에 2030년까지 세계 최초의 상업용 SMR발전소 건설·가동을 확정했다. 이에 유타주에서 전력을 구매하겠다는 업자를 중심으로 조합이 생겼다. 조합의 에너지구매가 확실시 되자 민간이 투자가치를 느끼고 자본을 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두산에너지빌리티(약 1290억 원), 삼성물산(약 850억 원), GS에너지(약 500억), 한라(약 50억) 등이 투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투자액을 합치면 약 4000억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뉴스케일파워는 상장을 앞두고 있다. 투자 기업들의 지분수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단순 투자액 회수 목적으로 자본을 투자한 것은 아니다. 황주호  前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투자와 함께 건설물량을 받는 조건을 함께 제시해 올해 중반 SMR발전소 관련 제조에 돌입할 예정이다. GS에너지는 지역판권을 받았고, 일본회사들도 건설 일부분 지분을 받는 등 사업의 영역 확대를 꾀하며 윈-윈 관계를 구축한 상황이다.

빌게이츠가 약 39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테라파워 역시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다. 2010년에는 미국 벤처캐피탈 CRV(Charles River Ventures)와 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에 총 3500만 달러(약 446억 원) 투자를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SK그룹이 테라파워 지분 투자를 결정하는 등 사업협력 중이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와 미쓰비시중공업 등과도 손을 잡았다. 

테라파워는 2024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서 34만5000 킬로와트(㎾)급 고속로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8년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건설비는 테라파워와 미국 에너지부가 절반씩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미국 스타트업 오클로(Oklo)는 초소형 원자력 발전소 '오로라'를 개발했다. '오로라'는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투자를 받아 2025년에 상용화될 예정인 청정 원자력 발전소로 핵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한다. 

◆ 창고에서 직원 100명까지···원자력 스타트업 '시보그 테크놀로지스'
 

덴마크 SMR기업 시보그는 코펜하겐대학에 대니던 물리학도들로부터 시작된 벤처다. 6명에서 시작한 벤처는 현재 24개국 출신직원 100여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한국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세웠으며 한국의 삼성중공업, 대덕 에너지기업 비즈와 MOU를 맺고 협력 중이다. [사진=시보그 홈페이지] 
덴마크 SMR기업 시보그는 코펜하겐대학에 대니던 물리학도들로부터 시작된 벤처다. 6명에서 시작한 벤처는 현재 24개국 출신직원 100여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한국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세웠으며 한국의 삼성중공업, 대덕 에너지기업 비즈와 MOU를 맺고 협력 중이다. [사진=시보그 홈페이지] 
창고에서 시작해 세계 원자력 브레인이 모인 기업으로 성장한 덴마크 MSR 기업 시보그도 민간투자하면 빼놓을 수 없다. 시보그는 용융염냉각형 SMR 분야에서 강자로 불린다. 바다 위 선박형 구조물에서 원자력을 발전하는 SMR을 개발 중이다. 

시보그의 시작은 2014년 코펜하겐대학에 다니던 물리학도들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맥주를 만드는 창고에서 과거 미국에서 실험했던 방식의 용융염원자로를 만들고 이를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초기엔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민간에 투자 받고 있다. 시보그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트롤스 쉔펠트(Troels Schönfeldt) CEO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유럽투자자들에게 약 64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10명도 채 안됐던 창고벤처는 현재 24개국 출신 직원 100여명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보그는 바다 위 원자로를 만든다. 선박이나 해상부유체에 탑승 가능한 초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설계하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과 MOU를 맺고 바다 위 선박형 구조물에서 원자력 발전을 하는 SMR 공동 개발에 착수키로 했으며, 대덕 에너지 기업 비즈와 CMSR 개발 및 상용화 MOU를 체결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세웠으며 지속적인 협력기회를 찾고 있다. 

◆ 롤스로이스도 SMR 도전···러시아는 세계 최초 부유식 SMR 상용화 

영국은 총리실 주관 '녹색산업혁명 10대 계획(20.11)'에 SMR개발 계획을 포함시키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민관 총 6억 8500 파운드(약 1조1000억 원)를 투자 확정지었다. 2035년까지 10기 상용화를 추진한다. 

SMR 기술개발에 뛰어든 곳은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롤스로이스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투자관리 회사인 BNF캐피탈, 미국 발전기 회사인 엑셀론과 연합체를 구성해 1억9500만 파운드를 투자해 벤처를 설립했다.

롤스로이스의 원자로는 폐쇄된 기존 원전 부지, 이른바 '브라운 필드'에 건설될 예정이다. 롤스로이스는 웨일스 두 곳, 잉글랜드 북서부 한 곳을 부지로 물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러시아는 2020년 세계 최초 부유식 SMR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선박, 산업용 초소형 SMR을 포함해 17개 SMR모델을 개발 중이다. '에너지전략 2035'를 바탕으로 국유에너지기업 로사톰이 주도해 SMR과 차세대 원자로에 약 1200억 루블(약 1조9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도 해상부유식 SMR개발 목표를 '14차 5개년계획(21~25)에 포함시켰다. 20기설치를 목표로 약 90억 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국영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연합체를 중심으로 8개 SMR모델을 개발 중이다.

◆  "SMR 주도권, 민간 끌어들이지 않으면 승산 없다"
 

그동안 국내 원전은  정부와 공기업 주도 속에 대형원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SMR은 다르다. 민간 허들이 낮아진 만큼 민간 기업이 원전사업을 수행할 제도를 마련해야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다는 것이 원자력계 의견이다.  사진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원전 1호기(맨 왼쪽)부터 6호기(오른쪽) 모습. [사진=대덕넷DB]
그동안 국내 원전은  정부와 공기업 주도 속에 대형원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SMR은 다르다. 민간 허들이 낮아진 만큼 민간 기업이 원전사업을 수행할 제도를 마련해야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다는 것이 원자력계 의견이다.  사진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원전 1호기(맨 왼쪽)부터 6호기(오른쪽) 모습. [사진=대덕넷DB]
그동안 국내 원전은 대형원전이 주를 이뤄 정부나 공기업이 주도해왔다. 넓은 부지, 대형기술, 많은 인력이 필요한 이유도 있지만, 전기판매나 생산 할 곳이 확실하다보니 금융을 쉽게 일으킬 수 있어 정부주도로 공기업이 충분이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SMR은 다른 시각에서 봐야한다. 원자력계는 SMR성공을 위해서는 민간을 끌어들여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민간이 100% 스스로 SMR을 성공으로 이끌긴 어렵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신산업 육성에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중요하다.

황주호 교수는 "우리나라 대형원전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때부터 선배들이 열심히 일궈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MR은 다르다. 세계가 앞 다퉈 경쟁하는 분야에 우리가 뛰어드는 것"이라며 "한 단계 한 단계를 거치는 계획은 SMR에 맞지않는다. 멀티테스킹을 하며 SMR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SMR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내야한다. 정부가 지향성을 보여주는 펀드를 만들어준다면 원자력 벤처나 투자 등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와 함께 SMR 민간투자를 위한 상업적 제도와 연구개발법 등 SMR관련 제도적 장치와 법안들을 개선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실현 등 당면한 글로벌적 문제 대응을 위해 각국이 원전 건설과 소형원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EU는 원전을 기후변화에 대응할 녹색분류체계로 구분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자원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며 원자력에 눈을 돌리는 국가도 늘고 있습니다. 뉴 뉴클리어(New Nuclear)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덕넷은 한국이 탈원전 5년을 극복하고 다시 원전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1편 원전 대가의 고언, 2편 소형원전 세계 시장에 이어 3편을 게재할 예정입니다.<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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