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아이들' 함께해야 하는 우리 현실, 사회 인재로 키워야
외국우수인재 韓 정착 꺼리는 이유? 자녀 교육, 은퇴과학자 역할 절실
"다문화 현상 문제점 해결에 이공계 적극 공감해야"

최병규 KAIST명예교수는 해외강연비를 수년간 모으고 사비를 털어 동료들과 '한마음교육봉사단'을 꾸렸다. 다문화가정 엄마들을 교육하는 '엄마학교',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한마음글로벌스쿨'을 전국단위로 운영한다. 다문화 가정이 빠르게 늘어나는만큼 그는 은퇴한 과학기술인이 나서 한국에 외국인 연구자들이 자리잡고 사는데 걸림돌 중 하나인 아이교육을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성장해 한국사회에 잘 적응토록 하면서 훌륭한 과학기술 인재로 키우는 것이 또한 목표다.[사진=유튜브 과총]
최병규 KAIST명예교수는 해외강연비를 수년간 모으고 사비를 털어 동료들과 '한마음교육봉사단'을 꾸렸다. 다문화가정 엄마들을 교육하는 '엄마학교',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한마음글로벌스쿨'을 전국단위로 운영한다. 다문화 가정이 빠르게 늘어나는만큼 그는 은퇴한 과학기술인이 나서 외국인 연구자들이 자리잡고 사는데 걸림돌이자, 사회적 문제인 다문화 아이교육을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성장해 한국사회에 잘 적응토록 하면서 훌륭한 과학기술 인재로 키우는 것이 또한 목표다.[사진=유튜브 과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다문화가정 어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눈물을 참느라 애썼다. 사회로부터 느낀 외로움과 서러움 때문이 아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와 부모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준 과학기술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 때문이었다. 

2015년 KAIST 명예교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마음교육봉사단' 1기 합격자 박인옥 어머니의 두 자녀는 어느덧 대학생, 고등학생으로 성장했다. 그는 "물질적 지원보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이다. 우리가 교수님들을 만날 수 있던 건 행운이었다"며 "다문화 친구들뿐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자신감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어 감사하다"고 눈물을 삼키며 마음을 전했다.

지난 13일 오후 과총이 '인구절벽, 다문화가 답이다'를 주제로 이슈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매년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사회에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미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키우자는 취지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우리 사회의 다문화 현상 및 문제점 해결에 이공계가 적극 공감하고 해결하는데 기여야해야한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병규 KAIST명예교수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한마음교육봉사단' 설립을 위해 해외강연비를 수년간 모으고 사비를 털었다. 은퇴한 동료들과 봉사단을 꾸린 그는 다문화엄마 교육을 위한 '엄마학교'를 운영하며, 주말에는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 한마음글로벌스쿨'을 운영한다. 봉사단이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미래 과학기술인력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인물들. 이들은 다문화가정의 사람들이다. (왼쪽부터)카탈린 카리코, 일론 머스크, 비탈릭 부테린.[사진=최병규 KAIST 명예교수 발표자료]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인물들. 이들은 다문화가정의 사람들이다. (왼쪽부터)카탈린 카리코, 일론 머스크, 비탈릭 부테린.[사진=최병규 KAIST 명예교수 발표자료]
그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다문화 가정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많다.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일론 머스크, mRNA 백신을 개발한 카탈린 카리코,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나라 사회인식은 좋지만은 않다. 문화 간 인종 간 차별로 어려움을 겪고 ,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 교수는 "자국민 아이들도 힘든데 왜 다문화를 지원하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우리 아이들"이라며 "외국인 노동자 없이 돌아가는 산업이 많다. 또 이공계대학원에는 전원이 외국인인 실험실도 많다. 앞으론 외국인 유학생 없이 연구실이 돌아가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다문화는 어쩔 수 없는 우리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가정의 출생률이 늘자 우리 정부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센터를 마련해 지원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 살지만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닌 친구가 24%가량이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드물다. 

그는 "우리는 방치된 아이들을 어떤 방식이든 교육해 누구나 원하는 인재로 만드는 교육공급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초등학교 교육은 부모의 몫이 크기에 외국인 엄마들이 자녀교육을 챙기게 하고 이후 중고등학교 수업은 이공계 교수들이 보충학습이나 멘토링을 담당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문화 프로그램 운영계기를 설명했다. 

봉사단은 전국 총 23개 엄마학교를 운영 중이다. 초등학교 과정을 이곳에서 배울 수 있다. 2021년 작년 말까지 다문화가정 엄마 1138명이 졸업했다. 그들의 자녀는 2125명으로 한마음글로벌스쿨을 다닌다. 엄마학교 첫 졸업생의 자녀는 아주대, 충북대, 목포대 등 이공계생으로 자랐다. 

그는 매년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엄마학교를 늘리고자 한다. (다문화 초등학생은 매년 1만 명씩 느는 반면, 비(非)다문화학생은 연 4만 명씩 감소한다고 알려짐) 현재 연 450여명 배출 되는 엄마학교 졸업생을 5000명으로 늘리고, 이를 가르칠 교수도 400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지금처럼 교육소외계층이 우선이다.

지금껏 봉사단에 드는 예산은 기업 및 일반인에 기부를 받는 등 자체적으로 마련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는 "엄마학교를 늘리려면 지자체장의 의지가 필수적"이라면서 "과학기술인력난 해결의 답은 다문화다. 미국도 독일도, 이스라엘도 다 이 방법을 택한다. 미국처럼 외국인 교수와 포닥들이 한국에 자리를 잡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아이교육을 방치하지 않도록 대응하는데 은퇴 후 과학기술인들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실제 다문화 가정 부모와 학교를 운영 중인 교사들이 나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인식 등을 이야기했다.[사진=유튜브 과총]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문화가정인 이용석 포스코홀딩스 차장이 참석해 다문화가정의 현실에 대해 전했다.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그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갈 즈음 기본적으로 부모의 국적이 다르고, 우린 다른 문화를 갖는다는 걸 안다. 두 언어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보다 감추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다 아내가 엄마학교를 다니면서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했고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학교이야기도 하며 아이와 아내 모두 자신감을 얻더라. 다문화가정에게 물품을 나눠주는 지원보다 스스로 가정 안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하고 학교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디딤돌이 되어주어 감사하다. 더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엄마학교 1기 졸업생인 박인옥 전국다문화엄마학교 총동창회장도 이용석 차장의 말에 공감하며 "아이들과 학교 수업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통할 때마다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선물보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우리에게 교수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많은 후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울먹였다. 

과학기술계가 다문화가정의 한국 적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내용에도 공감했다.

박진우 한마음글로벌스쿨 중3-4반 담임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인구감소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다문화가정 출신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10년 후에는 병역까지 마치고 사회에서 일을 하게될텐데 훌륭한 인재가 돼야하지 않겠나"라며 "다문화가정 인재들 중에선 똑똑한 아이들도 많다. 이중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다. 이를 잘 살려 한국사회와 세계에서 역할을 하도록 과학기술계가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준 ETRI 원장은 "과학기술계 베이비붐세대가 은퇴 하고 있다. 이들은 체력도 구매력도 있다. 30년간 산업발전 혁신의 현장에서 일했던 세대들이 이제는 농촌, 봉사단 일에 투입돼 이 일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천막을 치고 야학을 한 세대가 아닌가. 혁신의 DNA를 다문화가정을 위해 다시 접목하자"고 말했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수도권 인구이탈이 가속화로 지역의 인재가 부족한 가운데 해외서 우수대학원생을 뽑아 국내 정착하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며 "다문화가족센터의 여력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대학생 다문화교육봉사단 아이디어를 국내프로그램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 외에도 양태열 서울 다문화학교 담임(전 한국산업기술대교수)은 "엄마들이 대부분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주말에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말엔 가족지원센터 등이 쉬다보니 도움을 못 받는다. 5개의 가족지원센터에서도 거절당했다"며 "도서관은 주말에 운영하지만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 다문화가정에 색안경이 얼마나 씌워져있는지 절실히 느낀다. 정부가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홍보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남경 진주다문화엄마학교 교장(전 경남과기대 총장)은 "농촌으로 갈수록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높다.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데 단발성 지원이 많은 기업 및 공공기관보다 지자체가 나서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주길 바란다"며 고 덧붙였다. 

한편, 봉사단은 기업, 개인 등에 후원을 받아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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