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安 주요 과기 공약 발표
과기부총리·민관과기위 신설 등 과기컨트롤타워 제시
"표심 위한 선심성 공약 대신 과기 이해 바탕 전략 제시해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당 후보들이 과학기술 공약을 구체화해 발표했다. (왼쪽부터)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  [사진=대덕넷 DB]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당 후보들이 과학기술 공약을 구체화해 발표했다. (왼쪽부터)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  [사진=대덕넷 DB]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당 후보들이 전국을 돌며 마지막 표심잡기에 나섰다. 대선후보들은 국가 미래전략 핵심으로 '과학기술'을 내놓으며 과학기술 국정 운영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색 없이 닮은꼴이거나,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는 모양새여서 정작 과학기술계 현장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과학기술 관련 공약을 가장 빠르게 내놓은 후보는 안철수 후보다. 오랜시간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그는 5개 이상 초격차기술과 5개 선도기업, G5 세계 경제 강국 진입 등을 목표로 하는 '555 전략'을 제1호 공약으로 선정하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특히 안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과학기술 초격차 분야 육성을 위한 제도 ▲4차산업혁명 실현을 위한 인재양성 등을 강조했다. 

두 번째로 과학기술 공약을 구체화한 이재명 후보는 기술주권 확립과 과학기술 강대국 실현을 위한 7대 공약을 내놓았다.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 도입 ▲10대분야 대통령 빅 프로젝트 선정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환경 조성 ▲국민 체감형 과학기술연구로 사회문제 해결 기여하는 과학기술 ▲전환성장 이끌 과학기술 인력 폭넓게 양성 ▲지역 R&D 자율성 강화로 지역 과학기술 역량 증진 ▲대통령 직속 국가 우주 정책 전담기구 '우주전략본부'설치 등이다.

윤석열 후보는 위 두 후보와 달리 ▲대통령 직속 민관과학기술위원회 신설이라는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장기 연구사업제도 신설 ▲유연한 연구비 집행 및 국제 기준 평가검증 시스템 도입 등 '자율적 연구환경 확립' ▲과학기술로 국가적 난제와 미래문제 해결 등을 강조했다.

각 후보별 과학기술 공약.[사진=대덕넷]
과총 개최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 내용을 기반으로 한 각 후보별 과학기술 공약.(가나다순) [사진=대덕넷]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이 가장 눈에 띈다. 안철수와 이재명 후보는 과학기술혁신 부총리를 신설하겠다는 같은 공약을 내놓았고,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직속 민관과학기술위원회를 제안했다.

안철수,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과학기술혁신 부총리는 과학기술을 국정 중심에 세우기 위한 공약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이 지난 1월 대선주자들에게 성명서를 내며 촉구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기술혁신부총리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조직 개편에서 폐지된 바 있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과기부총리 신설과 함께 청와대과학기술보좌관 수석비서관급 조정을 내세우고 있는데 과기계 관계자는 "과학기술계컨트롤타워확립 과정에서 충돌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획+예산권을 모두 갖는 과기부총리를 제안하고 있는데, 현재 예산권을 쥔 기재부와의 맞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과기부가 강력한 권한을 쥐게 되면 출연연에 대한 간섭이 커지면서 자율적인 연구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거버넌스 개편인 대통령 직속 '민관과학기술위원회'는 연구자, 개발자, 기업, 과학기술행정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위원회를 통해 국가과학기술 전략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유사한 형태로 보인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국가과학기술 혁신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기구로 대통령을 의장으로 구성돼 있다. 과학기술·정치·경제·인문·사회 등 전문가들이 민간위원으로, 과기부·교육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장관들이 정무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가과학기술 분야 제도 개선 및 정책 등 관련 사항을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능과 연구개발 예산 운영 관련 사항을 심의하는 기능을 갖는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민관 과기위원회 신설을 언급하며 과학기술을 직접 대통령이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어 실효성은 의문이다.

정부주도 R&D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후보의 10대 분야 대통령 빅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윤 후보와 이 후보가 내놓은 국가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 및 국민 체감형 과학기술 등도 정부 출연연구원으로 연구 몫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만, 관련 언급이 없는 상태다. '창의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와 PBS 문제 해결도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공약이지만 정부마다 문제를 제기해온 데 반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어 선심성 공약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석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은 "과학기술계에 분명히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후보들이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이나 내놓은 과학기술 공약 대부분이 과학보다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이 많이 맞춰진 듯 하다. 선도형, 초격차 등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 추격형 연구개발 아젠다가 남아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면서 "공약 내용도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치와 과학을 분리해야 한다. 과학기술계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되지 않도록 과학기술계와도 꾸준히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는 "차기 과학기술 정책과 방향은 각 부처와 전문가 그룹이 숙성을 거쳐 만들어 내야 한다. 당장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표를 의식해 내놓은 공약은 결국 현장을 왜곡시키고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라며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국가 중요요소를 이해하고 글로벌 시각에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국가전략을 가지는 철학을 갖도록 하는게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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