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뛰어든 과학자①]"한국 科技발전하려면 세계와 교류"

누구에게나 세계 최고가 되고픈 꿈이 있다. 과학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온갖 고난을 헤치고 '이국 낯선 땅'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한국 과학자들.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한 과학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의 후원으로 월드베스트를 위해 세계 속에 뛰어든 한국 과학자들을 만났다. 이들에게는 한번 세운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조국의 발전을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편집자의 편지]

지난 1997년 7월 25일 새벽, 화성 표면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호'. 화성의 생명체 생존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발사된 탐사선이 화성에 무사히 도착하자 지구촌은 흥분했다.

NASA 본부에서는 한 한국인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의 임무는 한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박영호 박사(58)다. 박 박사는 NASA가 화성의 생명체 존재유무를 규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온 이번 화성탐사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처음부터 주요 핵심부품 제작을 맡아 팀장으로 참여해 왔다. 특히 패스파인더호의 최첨단 로봇탐사차량인 '소저너(Sojourner)'의 광물채취용 로봇 팔 제작은 박 박사팀이 제작한 것이다. 그는 99년 발사된 화성 탐사선 'MSP-98호'의 로봇 팔 제작 프로젝트도 진두지휘했다.

그의 진가는 탐사선이 행성에 도착한 뒤부터 발휘된다. 그가 제작한 로봇 팔이 삽으로 땅을 파서 흙을 들어올리고, 로봇 팔 부분에 달린 카메라가 구멍 부분 등을 촬영하게 된다. 경북대 총장을 역임한 故 박정기 박사의 장남인 그는 서울공대 전기과를 졸업하고 70년 도미해 미 메릴랜드대학에서 위성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박 박사는 25년 동안 JPL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토성과 화성 등 무인 행성탐사 프로젝트를 담당해왔고 특히 원격감지(리모트 센싱)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통한다.

미국생활에서는 언어표현력이 가장 중요

5~6천명이나 되는 JPL에서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온 과학자가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중심 역할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스마트한 사람이 많지만, JPL은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이 셀 수 없이 많을 정도로 스마트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 안에서 경쟁은 치열하죠. 머리만 좋아서는 성공할 수 없어요." 그가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무엇보다 언어 표현력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미국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언어표현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한국이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언어 표현력을 갖추고 열심히 일한다면 출신이나 경력에 큰 상관없이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백인이 주도하고 있는 사회지만 실력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도 오기 마련이다. 박 박사는 "미국 사람들은 '일' 보다는 '가정'이나 '취미생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덤빈다면 못할 것도 없죠"라고 덧붙였다.

"한국 과기 발전시키려면 세계와 제휴해야"
 

▲화성 표면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호'. 박영호 박사는 이 탐사선의 핵심부품 제작을 맡아 팀장으로 참여했다.  ⓒ2005 HelloDD.com
우주선 발사 등 항공우주분야는 어떤 특정한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박 박사가 주도한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도 생물학자, 지구과학자, 물리학자, 기계공학자, 전자공학자, 수학자 등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그래서 미국이 항공우주산업에 쏟는 정성은 대단하다. 박 박사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성공하자 미국은 엄청난 돈을 투자해 올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전후해 '딥 임팩트'라는 엄청난 사건을 다시 벌여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항공우주산업은 복합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지요. 그래서 미국이 이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올해 아리랑 2호를 발사한다고 하니 전반적으로 과학기술이 많이 발전했죠." 아직 한국 과학계와의 구체적인 교류는 없지만, 박 박사는 한국에서 연구 제안을 해 온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또한 그는 한국의 과학기술이 더 크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국과의 교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한국 과학계를 보면 전반적으로는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더 잘하려면 외국과의 기술 교류에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나 나름 없기 때문이다.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실력도 업그레이드 된다고 조언한다.

과학자는 국민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국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요. 제가 미국에 건너올 때만 해도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또 어떤 분야가 전망이 있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외국의 상황을 알 수 있을 만큼 여건이 훨씬 좋아졌죠." 박 박사는 한국인이 갖고 있는 성향이 있는데 강점은 살리고, 약점을 줄인다면 세계를 제패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만 보면 한국인들은 'Can do Spirits'가 있어요. 어떤 일에 대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저돌적으로 덤비는 성향은 아주 큰 강점입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할 수 없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약점이라고 그는 말한다. "못할 것 같으면 바로 불가능 하다고 해야 하는데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 해요." 한국의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과학자들이 사회 구성원에게 꿈을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사의 미션 중 하나는 '에듀케이션'입니다. 나사의 고객이 바로 국민이기 때문에 국가가 과학기술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을 설득시켜야 하죠. 이 인식 자체가 정말 중요합니다." 덧붙여 그는 특히 혁신을 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투자를 받은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발전시키려면 과학, 수학 등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하느냐'는 거죠. 출연연들도 그런 자세를 갖고 국민들에게 꿈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자녀가 둘 있는데 엔지니어로 고생한 내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지, 과학계로 진출하지 않더군요. 한 녀석은 영화 회사에 다니고, 또 한 녀석은 그래픽 디자이너죠.

그래도 앞으로도 과학자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 문정선 기자 jsmoon@hellodd.com * 이번 '세계 속의 한국인 과학자' 시리즈 기획물은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www.kosen21.org)의 후원으로 추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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