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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성(福建省)은 한국 면적의 1.2배인 12.4만km²에, 3700여 km의 복잡한 해안선을 가진 해양 성(省)이다. 천년 무역항의 전통과 근대 혁명의 정신, 그리고 첨단 산업이 공존하는 이곳을 이해하려면 여러 층위를 살펴봐야 한다.푸젠성은 "八山一水一分田(팔산일수일분전)"이라 불린다. 산이 여덟, 물이 하나, 논이 하나라는 뜻이다. 실제 면적의 80% 이상이 산지이고 평야는 드물다. 해안은 남에서 북이 직선거리로는 530km지만 굴곡이 심해 실제 길이는3700여 km에 이른다. 이 긴 해안선을 따라 125개의 만(灣)과 수백 개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11.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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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단순 제조 국가에서 연구 개발을 통한 초격차 제품으로 새롭게 무장하고 있다. 푸젠성은 중국에서도 베이징과 2700km나 떨어진 변방이다. 서울-부산간의 약 7배에 달하는 먼 곳이다.하지만 장소와 무관하게 연구개발 생태계를 마련하며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는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수도권 아니면 연구개발이 안된다는 한국의 고정관념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이다. 한국이라면 오지에 속할 푸젠성은 어떻게 '세계 신발의 수도'이면서 세계 배터리 중심지가 됐나?◇ 두 개의 풍경, 엇갈린 운명2025년 9월 23일, 중국 푸젠성 진장(晋江)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1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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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을 방문하면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과 마주한다. 푸젠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복도 벽면을 가득 채운 붉은색 게시판이 그것, 붉은 벽에는 ‘党建强 发展强(당이 강하면 발전도 잘된다)’, ‘永远跟党走(영원히 당을 따른다)’와 같은 구호들. 한쪽 벽면에는 '重走长征路十年计划(장정로 재탐방 10년 계획)'이라는 제목 아래 연도별 탐방 사진들이 연표처럼 전시되어 있다. 다른 벽면에는 "以科技创新引领新质生产力发展(과학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질의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자본주의 기업들이 정치와 일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11.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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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성 기업들을 둘러보며 놀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세계 시장 점유율과 글로벌 야심이다. "지방에서도 세계 1등"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뚜렷하다. 중국은 지방 중소 도시조차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 일부로 인식하며, 글로벌 공급망과 연결되어 있어 세계로 향하는 문턱이 훨씬 낮다.◇ 안타(ANTA): 동네 신발 가게에서 세계 3위 브랜드로세계 스포츠 신발 및 의류 브랜드의 강자 안타의 사사(社史, 회사 역사)를 보면 그 야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991년 진장의 가족형 구두 공방에서 창업해 OEM으로 사업하다가 10년 후 전국에 자체 브
중국 과학굴기 뿌리
중구 푸젠성=이석봉 기자
2025.10.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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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은 서방세계에서는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됐다. 준조세처럼 공산당이 기업 이익을 강제로 환원해 억지로 배분한다는 것. 이번 푸젠성 방문을 통해 공둥부유 출발점인 ‘진장 경험’ (晋江经验)에 대해 알게 되며 기업과 지역의 공생 방안에 대해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중국 푸젠성의 작은 도시 진장(晋江)은 '공동부유' 정책의 출발점이다. 민영기업과 지역사회의 상생 모델로 20년간 GDP가 11배 성장하며 '중국식 현대화'의 대표 사례가 됐다.◇ '경험'(经验)이란 무엇인가'진장 경험'
기획
중국 푸젠성= 이석봉 기자
2025.10.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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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세계의 중심 나라'라는 한자 그대로의 중국(中國)이 돌아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미완이지만, 이 흐름대로라면 10년 이내다. 1949년 세워진 신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전 중국을 원형으로 본다. 서세동점(서양의 동양 지배)에 의해 중국은 시련을 당했고, 이후 신중국이 세워지기 전까지를 치욕의 세기로 본다. 1949년부터 ‘백년의 마라톤’(마이클 필리버스의 저서)을 하며 2049년을 중국 귀환 목표 연도로 생각했다. 현재로서는 그 목표가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중국이 서구로부터 왕좌를 잃어버리게 된 큰 원
기획
중국 푸젠성= 이석봉 기자
2025.10.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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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잃은 한국 과학우리나라는 과학으로 일어선 나라다. 폐허에서 출발했지만 과학을 산업과 접목시키며 100달러 소득 국가가 반세기만에 3만 달러 국가가 됐다. 특히 추격형 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제 5만 달러, 10만 달러로 가는 길이 불분명하다. 반도체 같은 세계 최고 기술도 위상이 흔들리고, 자동차·조선·석유화학·철강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과학 분야는 세부 연구는 활발하지만 통합적 비전이 부족해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다. 기후·에너지·AI·반도체·핵융합·바이오 등으로 분야별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6.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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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보국'은 포스코(옛 포항제철)를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만든 정신이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밑천으로 시작한 포항제철에 있어, 출발점을 잊지 말고 사명을 완수해 국가에 보답하자는 뜻이 이 표현에 담겨 있다. 실패는 곧 선조들의 피값을 탕진하는 일이라 여긴 창업 멤버들은, 반드시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로 임했다.이 같은 정신적 토대 덕분에 용광로 한 번 본 적 없던 사람들이 세계 최고 철강사를 일구었으며, 창업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정신은 포스코인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5.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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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통했다. 과학이 국가 부흥의 유일한 길이라는 지도부 호소와 과학자들 사명감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60여년만에 종이 호랑이로 비하되던 나라를 포효하는 호랑이로 일신시켰다. 중국 과학계 이야기이다. 그 중심에 있는 연구 기관이 중국 과학원(CAS)이다. 신중국 지도부는 국가 수립전인 1949년 3월부터 과학을 통한 부국강병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준비 과정을 거쳐 1949년 10월1일 국가 성립을 선포하고, 바로 이어 11월1일 중국 과학원을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해외에 있는 과학자들에게 조국 건설 동참을 호소했다. 이에 호응해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5.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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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자동차 모터쇼,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자동차 모터쇼가 축소되는 가운데 홀로 성황이다. 지난 4월 이 모터쇼에서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놀란 신기술 발표가 있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나트륨 배터리 발표. 그동안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일반적이었다. 리튬은 추출이 어렵다. 자연 비싸다. 이에 비해 나트륨(소금)은 세상에 널렸다, 싸다. 리튬 배터리는 미국과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나트륨 배터리는 중국 개발이다. 중국 혁신 수준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나트륨 배터리 발표 배경에는 중국의 과학굴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5.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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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우리나라 대덕단지 같은 과학도시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50년전 대덕단지를 만든 다음 후속 과학도시를 반세기 지나도록 계획도 못세우고 있다. 중국은 2017년이후 지금까지 전국에 9개 정도의 과학도시를 만들었다. 국가과학센터란 이름의 과학 거점들은 앞으로도 계속 지정될 전망이다.대덕단지는 논밭을 새롭게 개발해야 해 완공에 활성화까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중국의 과학 신도시들은 이미 거대과학시설들이 투자돼 기반이 형성된 위에 새로운 시설과 기능들이 부가되는 방식이라 속도가 빠르다. 중국은 게다가 거대과학 시설들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4.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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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색다른 곳을 다녀왔다. 과거 세계의 공장이었던 곳이다. 바로 영국의 글래스고. 현재 세계의 공장이 중국이라면 글래스고는 산업혁명에서 2차 대전즈음까지 황금기를 누린 과거형이다. 이곳을 보면 현재 세계의 공장 운명도 짐작할 수 있을 듯 했다. 짧은 시간 시내를 둘러보며 느낀 점은 ‘영광은 순간’이라는 것. 중심가에 즐비한 빅토리아 양식 석조 건물들은 타임머신을 탄듯 과거로 바로 데려간다. 바래기는 했지만 화려함과 위풍이 느껴진다. 그런 가운데 시내 쇼핑가 상품들은 시대가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 MADE IN CHINA,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4.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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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초거대 과학 투자가 무섭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과학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투자 규모가 커지며 전체 규모는 EU를 훌쩍 넘어섰고 미국에 맞먹는다. 물가나 임금수준, 부동산 가격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미 미국을 추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중국의 투자는 전략적이다. 당장 눈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몇십년뒤를 내다본다.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지금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중앙 정부 차원의 거대과학 투자만 어림잡아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3.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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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경 500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이 있다. 1994년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고, 2007년 건립이 승인됐다. 준비작업을 거쳐 2011년 건설을 시작해 5년만에 완공했다. 총 공사비는 1억8000만 달러. 목적은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 탐색. 망원경 이름은 ‘하늘의 눈’이란 뜻의 텐옌(天眼). 소재지는 중국 구이저우성. 참고로 우리나라 전파 망원경 지름은 21m.중국은 텐옌 이외에도 세계 최대의 양자 클러스터, 빛 도시 등 많은 거대 프로젝트를 연이어 거침없이 실행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최초 타이틀 연구 결과가 잇따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3.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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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중국의 패권 도전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 나오는 평가이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과학 발전을 경계하며 괄목상대하는 중국 과학을 분석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런 가운데 주목하고 있는 개념이 하나 있다. '전략 과학가(strategic scientist)'. 중국에서 전략 과학가란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21년. 시진핑의 전국인재대회에서의 발언이다."2025년까지 우리는 핵심기술 분야에서 대규모의 전략적 과학기술인재, 일류 과학기술 리더, 혁신팀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전략적 과학기술 인재란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3.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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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최근 자서전을 썼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의 한 사람이 됐던 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금수저’였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부유한 미국에서 백인 남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일종의 출생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변호사인 아버지, 사회적 활동이 폭 넓었던 어머니, 지적인 할머니란 가족 배경과 그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해준 사서를 비롯한 교사와 학교의 역할 등이 거론된다. 특히 고교생이라도 당시 엄청난 고가품이었던 컴퓨터에 접근하고 무료로 쓸 수 있었던 명문 사립학교라는 환경이 중요한 변수였다.그의 자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3.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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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기술인들에게 양탄일성은 성전(聖戰)으로 여겨지는듯 하다. 물자부족과 낮은 기술 수준, 혹독한 환경 등 온갖 고난을 뚫고 기어코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가 비상하게 된다.양탄일성 성공으로 중국은 강대국으로 인정 받으며 군사적 위협도 줄었고, 첨단 산업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달리보게 되었다. 닉슨 대통령은 1972년 2월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방문에서 양국은 상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하나가 소련 견제이고, 다른 하나가 미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었다.소련 견제는 닉슨이 바로 한 달뒤 소련
중국 과학굴기 뿌리
이석봉 기자
2025.03.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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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박물관과 과학기술관 베이징 과학중심센터 등을 가면 전시물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중국의 고대는 화려했으나 근대는 아편전쟁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 과학을 배우려 절치부심했고, 신중국이 세워지며 과학에 집중 투자해 염원하던 양탄일성이 성공하며 비로서 중국은 자존심을 되찾는 여정을 시작했다는 서사이다.전시관에는 고대의 지남거와 화약, 제지, 인쇄술 등 4대 발명에 해당하는 내용이 상세히 소개되며 민족적 자긍심을 한껏 부추긴다. 그런데 아편전쟁으로 제국주의로부터 침탈당하며 국토가 만신창이가 되고,
중국 과학굴기 뿌리
중국 베이징= 이석봉 기자
2025.03.0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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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기술 기세가 무섭다. 딥시크 충격은 중국의 실력을 별안간 알게 된 기습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네이처에서 발표된 세계 대학 순위는 지각 변동이 이미 현실임을 깨닫게 하며 많은 사람들을 멘붕 상태로 만들었다.세계 과학계에 중국이 어떻게 갑자기 거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됐을까? 량원펑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인재가 육성된 배경은 무엇일까? 딥시크에 근무하는 젊은 순수 중국 출신 과학기술자들은 어떤 교육 과정을 거쳤을까? 등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2016년에 찾아본 중국 박물관에서의 '부흥
중국 과학굴기 뿌리
중국 베이징= 이석봉 기자
2025.03.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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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천둥 같은 폭발음이 대전 충남대학교를 뒤흔들었다. 화염과 함께 뚫린 건물 천장으로 20kg짜리 로켓 노즐이 치솟았다. 노즐은 연식 정구장을 뚫고 들어가 바닥을 관통했다. 다행히 정구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유 충남대 명예교수는 이날을 떠올리며 "터뜨리는 건 도사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로켓 개발과 연소 시험 연구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인하대학교 조선공학과에서 시작해 미국 UC버클리대, 오리건대, 조지아공과대, 서던메소디스트대 등을 거쳐 기계공학(열전달)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국방과학연구소(ADD
21세기 과학기술 도공열전
이유진 기자
2025.01.30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