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텍, 유럽ASM에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 ‘개가’…4년간 2천억원대 매출 기대, 한국 반도체산업의 ‘기술독립 선언’

‘꾀돌이’ 다윗과 ‘천하장사’ 골리앗이 협력한다면 어떻게 될까. 머리가 좋고 힘이 센 두 사람이 협력을 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당연지사(當然之事).

성경에서는 있을 수 없지만 실생활에서는 녹록치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직원 30명의 벤처가 종업원 7천여명에 세계 톱클래스의 대기업에 기술료를 받고 원천기술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대덕밸리 반도체 전공정장비 제조 벤처기업 지니텍(www.genitech.co.kr)은 지난 16일 네덜란드의 거대 다국적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www.asm.com)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ASM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 10억 달러의 초대형 다국적 기업. 국내기업이 이렇게 대규모로 반도체 장비 관련 기술 수출을 성사시킨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계약은 지니텍의 원천기술인 플라즈마 원자층 증착기술(PEALD:Plasma Enhanced Atomic Layer Deposition)과 구리 바닥채움 화학증착기술(Cu Superfill CVD)을 ASM에 이전하는 것을 비롯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공급하는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ASM과의 계약으로 지니텍은 오는 2005년까지 2천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대국이면서도 대부분의 공정장비를 수입해온 국내 현실에 비춰 이번에 거액의 기술료를 받고 기술과 장비를 수출한 것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의 ‘기술 독립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SM 역시 ‘자존심은 상하지만’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지니텍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수위의 반도체 장비 회사가 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이경수 사장은 국내 과학기술의 개가라고 설명했다. “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라고 떠들고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번 계약은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지니텍이 핵심 기술인 플라즈마 원자층 증착기술(PEALD)을 일반에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1월 말 서울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01’에서다. 전시회에 참가한 ASM 임원이 PEALD 기술에 관심을 보였고 그게 발단이 됐다. 사실 PEALD 기술은 그동안 반도체 장비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왜냐하면 기존의 박막제조기술로는 몇 년 후부터는 더 이상 시장에서 원하는 박막을 제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기술 이전과 관련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기간만 해도 무려 9개월. ASM에서 지니텍 방문을 위해 우리나라를 세 차례 방문했고 이경수 사장을 비롯한 지니텍의 이사진이 네덜란드를 4차례 방문하는 등 서로의 의사를 타진했다. “주변에서는 굉장히 긴 협상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정도 기간이면 굉장히 빠른 협상입니다. 일사천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보통 1년 반에서 2년이 걸리는데 9개월이라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니텍은 이번 계약으로 마케팅, 생산 노하우 그리고 개발자금이나 네트워크를 ASM으로부터 제공받아 급속 성장의 발판을 구축하게 됐다. “종업원 30여명에 불과한 이름 없는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라고 하니까, 그 사람들이 모두 ‘믿을 수 없다(Incredible!)’며 놀라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플라즈마 원자층 증착기술은 향후 10여년 동안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글 구남평 대덕넷 기자 (flint70@hellodd.com) 사진 김현동기자 ( nan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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