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코리아 '화력발전소 4대 없애도 된다'
고효율 파워서플라이 개발 성공

                                                      <사진=대덕넷 제공>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바뀌고 있다.

현재의 놀라운 가치가 내일은 퇴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요즘에도 기술의 변화를 이끄는 첨병은 기업들이다. 정부는 그 기술이 잉태하고 탄생해 시장에서 활보할 수 있도록 때로는 산파로 때로는 매서운 시어머니로 역할을 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숨가쁜 기술의 변천속에서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정부에 훈수하는 기업이 있다.

1999년 탄생한 벤처기업이니 걸음마를 뗐다고 볼 수 있지만 직원이 채 30명도 안되는 벤처회사다. 이 작은 회사가 거침없이 정부를 질책하고 나섰다. 대덕특구에 자리 잡은 아이디코리아(대표 조자룡)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들이 잉태해 출산한 기술로 한국의 컴퓨터 시장과 해외의 블루오션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고 소걸음인 정부에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

대덕테크노밸리에 본사를 둔 아이디코리아는 컴퓨터 그래픽카드 생산 및 유통에서 시작해 곰리모콘을 생산하다 최근 사업분야를 확대, 컴퓨터 전원공급장치에 손을 됐다. 컴퓨터의 심장, PC의 주변기기 중 가장 중요한 이 전원공급장치는 컴퓨터의 기술발달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아이디코리아는 전원공급장치에 대한 기술동향과 경쟁업체 파악을 시작으로 3년만에 신 개념의 전원공급장치 개발에 성공, 블로오션을 만나게 된다. ‘개선형 농동클램프 포워드 컨버터’라 이름 붙여진 이 기술은 국내 PC들을 ‘전기먹는 하마’로 덧칠된 눈총에서 벗어나 새 단장을 준비시키고 있다.

◆'화력발전소 4대' 위력의 고효율 PC 전원공급장치 개발 성공

▲ 아이디코리아에서 선보이는 고효율    절전형 컴퓨터용 전원공급장치들. ⓒ2008 HelloDD.com

이 기술의 핵심장점은 이렇다. 전압 및 전류의 오버렙(Overlap)을 제거해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고 조용하다. 따라서 소음을 잡기 위한 후속장치가 필요없어 스위치 발열 감소, PC 부피 축소에 이어 출력전압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70%대 전력 효율에 머물던 기존 PC 전원공급장치들의 문제를 해결했다.

소프트 스위칭(Soft Switchig)방식을 이용한 86% 이상의 높은 전력 효율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고효율을 통한 에너지 절약, PC 소형화 및 내구성 향상, 노이즈 감소, 저발열 등 컴퓨터 심장에 맑은 공기를 불어 넣는 아이디코리아. 이곳에 저탄소 녹색성장이 있었다. 새정부가 부르짖는 친환경 녹색성장을 수년전부터 끌어안은 아이디코리아는 이 기술에서 고민에 빠지는 넌센스를 겪는다.

"PC 전력을 70% 대에서 86% 이상으로 끌어올린 능동형 컨버터 기술의 중요성을 하나 더 이야기 합시다" 조자룡 대표가 내 논 자료에는 PC 전원공급장치의 전력 누수가 우리나라에 어떤 규모로 얼마나 영향이 미치는지가 소개돼 있다.

조 대표에 따르면 국내 컴퓨터 전원장치를 이번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국내 총 발전량의 1.54%, 금액으로는 약 4400억원 이상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화력발전소 4개소의 발전량과 맞먹는 전력이다. 즉 발전소 4개는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의 화석연료 수입대체 효과, CO2 배출감소 효과, 에너지 절약 효과 등을 볼 수 있어 정부의 녹색에너지 정책에 큰 탄력을 줄 수 있는 반가운 기술이다.

◆거침없는 하이킥...정부, 에너지 절약 분위기 앞장서라
미인박복인가 아니면 경국지색일까. 컴퓨터 심장 개선 기술인 이 기술이 국내에서 외면 받고 있다. 일반인과 정부의 의식을 너무 앞지른 탓이다. 녹색성장을 외치는 정부의 목소리가 무색한 대목.

"이 기술이 국내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에 더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시장을 통한 분산과 배치에 탄력이 생기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EU가 블루오션이죠. 그 곳은 PC 전력소모량의 문제와 누수 차단을 위한 고민이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어 우리 기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보다 해외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미국은 2006년부터 전체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컴퓨터와 인터넷 장비의 규모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로 파워서플라이어(전원공급장치)의 효율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컴퓨터 전원장치의 효율만을 독립시켜 전력효율이 80%가 넘는 경우 ‘80+인증제’를 도입, 상용화했다. PC 전력손실을 국가차원에서 줄여 보자는 것이다. 이 제도를 미국에 이어 캐나다가 도입했고 EU에서도 본격화할 태세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조 대표는 "16%P 이상 전력효율성을 끌어 올린 이 기술을 미국 등 해외에 수출키 위해 관계자 접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생겼다.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인증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며 "검증을 거친 기술이기에 인증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나 오산이 이었다. 인증을 해주는 공공기관이 없어 종이 한장 받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80+ 인증제를 도입한 미국에서는 당연한 요구사항이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제도 자체가 없어 인증을 받기 위해 발품만 판 꼴이 됐다. "인증을 위해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중 한 중앙부처의 과장을 만났습니다. 과장에게 '이 사무실에서 가장 많이 전력을 먹는 전자제품이 뭘까요'라고 물으니 에어컨이라고 답했죠. 그러나 답은 컴퓨터 입니다. 그 사무실의 4~60여대 PC가 하루에 보통 10여시간, 연 10여개월간을 줄기차게 돌아갑니다. 에어컨은 대수와 가동기간에서 컴퓨터의 채 10분의 1도 안돼죠."

조 대표는 이어 "이 곳에서 인증을 받지는 못해 추천해 준 또다른 정부부처를 찾아 갔으나 이곳에서도 결국 인증을 받지 못했다. 제도화돼 있는 어떤 규정도 없었기 때문이다"면서도 "PC 전원 효율성의 필요라는 화두를 던져 공감을 얻어낸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발품을 판 대가 치고는 싸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수출길을 여는데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딱히 더 할 일이 없었다. "3D영상 등으로 요즘 컴퓨터는 180W에서 400W가 보급되고 있어요. 이 경우 30%의 전력이 누수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부는 PC의 대기전력 1% 미만만을 고집하고 있지만 이 것은 소탐대실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이미 아이디코리아의 고효율 전원공급장치의 경우 대기전력이 0.8W로 해외 판매 1위인 A사의 1.9W, 국내 판매 1위인 B사의 1.1W보다 우수하다. 또 전원공급장치의 시장범위도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소비절감 의식이 확산되면서 친환경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내시장 3000억원, 해외시장 33조 규모로 분석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파이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표는 "400W가 장착된 PC에 전력소비 효율이 70%대 수준인 현 제품을 이용하면 120W의 전력손실이 생긴다. 이를 대기전력 1W와 비교하는 사소함의 법칙에 사로잡혀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또 "대만이 IT 강국이 된 이유는 돈 되는 것에 강했기 때문이다. IT 강국이라 자랑하는 우리는 인터넷 속도 이외에 내세울게 뭐가 있나"라고 반문한 뒤 "국내서 보유한 기술을 보편화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격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적정한 전력배분과 고효율성 확보,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등을 위해 80+제도를 강화할 추세다. 전력의 효율성은 이런 강점이외에 PC의 잦은 다운 현상, 불안전한 성능, 높은 발열문제 등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주변기기의 핵심기술중 하나로 평가된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키워드를 에너지 절약에서 찾으려면 기술발전의 산파역할을 하는 정부에서 에너지 절약기술에 필요한 제도와 규정을 마련, 기업에 앞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조 대표의 시각이다.

◆아이디어 한 장 들고 KAIST 찾아…끈기와 열정으로 블루오션 만나

▲자사제품을 설명하는 조 대표. ⓒ2008 HelloDD.com
이 기술 개발을 위해 조 대표는 2005년 문제제기와 가능성을 담은 아이디어를 들도 연고도 없는 KAIST를 찾았다.

조 대표의 아이디어를 높이 산 KAIST와 산학협력 체결을 맺고 연구를 시작, 이듬해 카이스트 내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게 된다. 그 뒤 자체회로 기술을 보유하게 되고 2007년 초에는 비대칭 하프 브리지 컨버터를, 지난 8월에는 개선형 능동클램프 포워드 컨버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아이디코리아는 서버의 전력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던 KT와 지난 8월 고효율전원공급장치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납품키로 계약했으며 국내 컴퓨터 유통업체인 D사를 통해 내년부터 월 2만여대의 판매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도 지속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 PC 보급대수가 3000만대를 넘어섰고 점차 고성능 대용량화 되고 있어 전력 소비도 함께 늘고 있다"며 "국내 전체 PC 전원장치의 효율이 5%P 상승할 경우 약 50만kW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고효율 전원장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조 대표는 "기업과 국민,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 모두 에너지절약에 대한 의식이 실생활속에 정착돼야 한다"며 "우리 기술로 녹색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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