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교두보 가능...자치주 출범 50주년 맞아 대대적 투자유치

두만강 다리위 한가운데에는 붉은 색이 그어져 있다. 굵은 붉은 색 선 밑에 하얀색으로 두껍게 쓰여진 글자는 '변계선'(邊界線). 이른바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다. 남한과 북한간에 총칼이 대치된 광경과는 너무 대비되게 별다른 제재가 없는 이곳에 온 한국 사람들은 숱한 감회를 갖는다.

'왜 우리가 중국을 통해 북한을 바라보아야 하는가'라고.

▲중국과 북한의 경계표시로 남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북한지역, 빨간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중국지역
북한쪽 풍광은 강팍하다는 인상을 준다. 산이 잡목도 없이 풀로 겨우 덮였을 뿐이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활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중국쪽은 건물 신축이 한창인가가 하면 사람들의 왕래도 빈번해 기름진 느낌이다. 국경을 건너 다리위를 오가는 차량들은 번호 표지판이 '吉H'로 연길 소속차들이 대부분이다. 연길의 위상을 여실히 드러내는게 이 대목이다.

중국이면서도 한민족들이 살고 있고,꽁꽁 막힌 북한을 쉽게 무시로 넘나들수 있는 곳. 연변의 수도인 연길시는 물론 용정,도문 등 조선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가보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게 있다.

간판들의 한글/한자 병기(竝記). 관공서 이름은 물론 도로표지판도 한글과 한자를 나란히 쓰고 있다. 지구상 어느 나라에 이토록 한글을 '우대'(?)해주는 외국이 있겠는가.

▲중국에서 바라본 북한지역의 건물
북한과 이마를 맞대고 있고,한국말과 글이 통하는 곳.

연변 자치주는 현재도 현재지만 앞으로 5년뒤를 내다볼때 동북아 번영에 큰 역할이 기대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연변자치주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현지 지식인들은 조선족들의 위상에 일종의 '위기감'을 갖고 있다.

50년전 자치주로 지정될 당시 조선족의 비중은 약60%.하지만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한중 수교가 이뤄진 92년 이후 외지로의 유출이 급증하며 비율은 점점 낮아졌다. 현재는 39%가량.

이 추세라면 앞으로 10년내에 30%이하로 줄어들며 자치주 자체가 폐지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조선족들이 빈 자리는 연변보다 열악한 지역의 한족들로 바로 메워지고 있다.

이에따라 주정부 공무원들은 '배수진'을 치고 연변 자치주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연변내 산업구조의 변화.

뚜렷한 산업기반이 없는 가운데 한국의 중급 기술을 도입함과 함께 연변내 우수 인력을 바탕으로 아예 첨단산업으로 활로를 찾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일부에서 조선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대개의 기업인이 연변내 주류 보다는 비주류를 접촉하며 실망한 사례가 많다"며 "이제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자치주도 경제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만큼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벤처협회와의 교류회에서 제안된 연변의 경쟁력 향상 방안은 연변을 중국 최고의 IT기지로 만든다는 것.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국가로 발돋움하게 된 것처럼 연변을 중국내 최고의 정보기지로 만들자는 것.

이미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망을 가정으로까지 확산시키고 주민들의 컴퓨터 활용을 활성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충남벤처협 서인원 회장은 주장한다.

▲연변시내 곳곳의 간판은 한글과 한자로 병기돼 있다
중국말과 한국말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언어 능력도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

연변 자치주 공무원 70여명은 오는 7월1일부터 10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9월3일 진행되는 자치주 출범 50주년 기념식과 관련해 한국측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충남과 대덕연구단지 등 대덕밸리를 비롯해 중소기업협동중앙회,무역협회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석인 자치주 부주장은 "21세기를 맞아 연변은 변방에서 대외 개방의 최전선이 됐다"며 "연변자치주의 장래를 믿고 한국 기업인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연변= 이준기기자> bongchu@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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