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체 전력계통을 움직이는 두뇌 역할을 하는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의 국산화가 이뤄졌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순수 국산 기술로 국가 전력계통을 통합제어할 수 있게 됐다. 전력계통을 해외에 의존할 경우 400억원의 도입 비용과 매년 최소 30억 이상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제 이러한 국가 전력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전기연구원(원장 박경엽)은 상용 차세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Energy Management System) 발전응용프로그램이 전력거래소에 성공리에 구축, 계통운영에 본격 적용됨으로써 차세대 EMS의 국산화를 성공시켰다고 23일 밝혔다.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을 자체 기술개발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세계 5번째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에 이어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전기연은 지난 10월 6일 한국전력거래소 나주본사에서 한전KDN, LS산전 등 관련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존 해외 제작사의 계통운영시스템을 대체해 국산화한 차세대 EMS를 실제 계통운영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또 지난 11월 6일 한국전력거래소 천안 후비급전소에서도 기존 EMS 대신 새로 개발된 차세대 EMS로 계통 운영체계로 전환시켜 우리나라의 전력계통을 차세대 EMS 만으로 운영하게 됐다. 

이번에 구축된 차세대 EMS는 전력공급을 24시간 계획, 실시간 운영·관리하는 전력관제센터용 EMS다. 특히 최적화 기능을 고도화해 전력공급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립함에 따라 차세대 EMS는 전력수급 안정과 대규모 전력계통의 안정 운영, 대정전방지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EMS는 총 375억원의 예산(해외도입가격 400억원 추정)과 순수 개발기간만 약 8년의 기간 동안 산학연 협동연구를 통해 개발됐다.

전기연은 실시간 발전 제어와 최적화 기술 기반 발전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했다. 전기연 자체 연구는 1999년부터 시작됐다. 차세대 EMS 발전응용프로그램의 주요 기능은 발전기·송전계통의 경제적 안정적 통합관제를 위한 ▲자동발전제어 ▲경제급전 ▲안전제약 경제급전 ▲수요예측 ▲예비력감시 ▲발전비용계산 등과 더불어 계통운영 최적화를 위한 ▲최적조류계산 ▲발전기 기동정지계획 ▲안전도개선 등이다. 

LS산전은 SCADA(원방감시제어시스템), 계통해석(NA:Network Analysis) 응용프로그램, DTS(급전원훈련용시뮬레이터) 등을 개발했다. 한전KDN은 시각화시스템과 이력데이터베이스, 한전SCADA 등 외부연계 계통을 맡았으며 바이텍정보통신은 하드웨어(EMS Host, Client 등 전산 설비)를 담당했다. 

전기연 측은 이번 차세대 EMS 개발·적용으로 가까운 장래에 다가올 전력수요 1억kW 시대에 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전력망 운영제어 고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전력거래소 EMS 운영 실적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러시아 등에 수출을 추진 중이어서 전력계통 운영기술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경엽 원장은 "국가 전력계통은 인간이 개발한 시스템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 중의 하나"라며 "순수 우리 기술로 이 복잡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 국가 전력산업에 큰 획을 그었다는 점과 더불어, 지금까지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전력분야 연구개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판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