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철 IBS 연구팀, 원자간 화학결합 실시간 관측 성공
2월 18일 네이처誌 게재…신약개발 등 질병치료 정보제공 기여 기대

연구진(왼쪽부터 김종구, 이효철, 김형환 연구원).<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왼쪽부터 김종구, 이효철, 김형환 연구원).<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데 성공해 단백질 구조 연구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는 이효철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단장 유룡) 그룹리더(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원자끼리 만나 분자를 이루는 화학결합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이효철 그룹리더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화학반응의 시작과 끝을 밝혀내는 세계 유일한 과학자가 됐다. 지난 2005년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과정을 밝히고 사이언스誌에 논문(극초단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한 용액상 순간적인 분자 구조의 관측)을 게재했던 이후 10년 만에 분자 결합이 이뤄지는 과정까지 관측함으로써 화학반응의 시작과 끝을 밝혀내는 쾌거를 이루게 했다.

연구진은 화학결합의 순간포착을 위해 평소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다가 레이저를 쏘아주면 반응해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 금 삼합체(gold trimer)를 실험모델로 삼았다.

화학결합이 이뤄지는 1조분의 1초 찰나를 관측하기 위해 펨토초(1천조분의 1초) 엑스선 펄스라는 특수 광원을 이용, 광반응에 따른 금 삼합체 원자의 구조 변화를 엑스선 회절 이미지로 구현해 냈다.

연구진은 모든 화학반응의 근본이 되는 원자간 결합을 관측하기 위해 특수한 광원과 화합물을 이용했다. 레이저 기술과 엑스선 회절법 기술을 결합한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적용했다.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하면 빠른 분자의 움직임을 정확한 위치 정보와 함께 측정할 수 있고, 연구진은 이 방법을 이용해 금 삼합체 내부의 금 원자들 사이에서 화학결합이 형성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

원자의 지름은 1옹스트롬(1억분의 1cm)이고 화학결합의 순간은 1조분의 1초 정도여서 원자를 감지하려면 빛의 파장이 원자 수준으로 짧아야 한다. 빛의 시간 길이는 원자 간 결합 순간보다 짧아야 하는데 이를 만족하는 광원이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에서 얻어지는 펨토초 엑스선 펄스이다.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 실험 과정.<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 실험 과정.<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앞으로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단백질 탄생 순간과 단계별 구조 변화를 밝히는 데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백질 반응의 제어와 질병 치료, 신약 개발 등에 필요한 기초정보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효철 그룹리더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통해 화학결합의 관측 외에도 펨토초 시간대의 분자의 진동, 회전 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연구진이 세계 과학계의 흐름을 주도해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IF 42.351)誌 2월 18일자에 게재됐다.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한 용액상 화학결합 형성의 관측'(Direct observation of bond formation in solution with femtosecond X-ray scattering)이라는 제목의 논문 공동 제1저자는 김경환 IBS 나노물질 및 화학 반응 연구단 연구원과 김종구 KAIST 화학과 박사과정생이며, 이효철 그룹리더가 교신저자다.

◆ 다음은 이효철 그룹리더 Q&A

▲이번 성과가 의미는.
"기존 연구에서는 화학결합이 분해되는 과정의 경우에는 높은 시간 분해능으로 볼 수 있었지만 화학결합이 형성되는 과정을 높은 시간 분해능으로 보는 것은 힘들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학결합 형성 과정을 높은 시간 분해능과 또 높은 공간 분해능으로 볼 수 있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적용 분야는.
"연구 결과가 직접적으로 산업화에 당장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단에서 개발한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하면 그동안 엑스선 회절법으로 관측하지 못했던 펨토초 시간대에 일어나는 분자의 진동, 회전운동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실험 대상을 단백질에까지 확장하면, 단백질 구조 변화의 시발점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과 과제는.
"이번 연구 과정에서 기술, 분석적 노하우를 이미 축적한 상태로 다양한 분자계에 적용이 가능한 상태이다. 이번 연구는 수용액에 있는 작은 분자에 대해 진행되었는데, 수용액 상의 단백질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단백질 실험을 위한 시료 주입 장치를 고안했고, 실제 실험을 계획 중에 있다."

▲연구 계기는.
"화학 반응은 기존 결합이 끊어지고 새로운 결합이 생기는 것인데, 결합이 끊어지는 것은 많은 연구자들이 관측했지만, 결합의 형성은 기술적 제약으로 관측하기 힘들었다.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가 가동됨에 따라 기술적 제약이 극복되어 이 난제에 도전해 볼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에 대한 노하우가 없던 상태에서부터 실험을 시작했기 때문에 실패도 많이 겪었다. 모든 학생들이 방에도 들어가지 않고 의자에서 쪽잠을 자면서 실험을 진행했었는데, 그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연구목표는.
"이번 연구에서는 본 화학결합 형성 과정을 보기 위해 특수한 상황에 처한 분자의 경우를 골라서 실험을 하였다. 화학결합 형성 과정을 보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단계까지 획기적으로 진보할 수 있다면 더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
"실패를 두려워해서 쉬운 연구 주제를 선택하기 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은 있지만 파급효과가 큰 연구에 도전하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후면 한국형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해 다양한 연구가 가능할 것인데 이에 잘 대비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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