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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통신]화살부터 수소폭탄까지···'전쟁의 물리학'

국방과학연구소 '무내미' 158호 출판
글 : 이준호 편집위원
'전쟁의 역설'이라는 책과 '전쟁의 물리학'이라는 각기 다른 두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구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것은 작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책 표지와 목차만 본 후 순식간에 일 년이란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그러던 차에 지난 연말 편집회의에서 덜컥 독후감을 써보겠노라고 약속해 버렸다. 사실 이렇게 어떤 계기가 있지 않으면 무작정 미루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가 아니겠는가? 

'전쟁의 물리학'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다 보니 '저자가 물리학자일까? 역사학자일까 아니면 군 출신의 무기전문가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쉽게 그 답을 책 표지 바로 안쪽의 저자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배리 파커(Barry Parker)이다. 저자소개를 살펴보니 미국 '아이다호 주립대학에서 30여 년 동안 물리학과 천문학을 가르쳤다'고 적혀 있다. 물리학자였다. (^^!)

흔히들 어떤 분야의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를 상대의 수준에 맞춰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해당 분야에 대해 아무런 기초지식도 없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있도록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전문가란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교적 친절하고 자세하면서도 쉽게 '물리학'과 '전쟁'의 관계를 연대기 순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부 어려운 부분은 그림을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정말 초보자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다 보면 대부분은 '아, 그렇구나!'하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의 부제는 '화살에서 핵폭탄까지, 무기와 과학의 역사'이며 2014년에 발간되었다. 이 부제에서 느낄 수도 있지만, 저자는 본문에서 '이 책은 물리학의 거의 모든 갈래를 다루면서 군사적으로 어떻게 응용됐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인간이 처음 만든 활과 화살부터 전자를 거쳐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역사를 개괄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1. 들어가며'를 제외하면 '2. 고대의 전쟁과 물리학의 탄생'을 시작으로 '18. 수소폭탄: 대륙간 미사일, 레이저, 그리고 미래'까지 17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각의 무기 또는 무기체계와 물리학과 관련된 내용을 연대기 순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서평 중의 하나로써 벤저민 긴스버그 교수가 말한 내용이 이 책의 뒤표지에 제시되어 있다. 

"고대로부터 전쟁과 과학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배리 파커는 이 멋진 책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장군부터 현대 미국의 지휘관에 이르기까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과학의 원리를 어떻게 이용해왔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 책은 전쟁의 역사 중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주요 무기들은 장궁(長弓) 화약·대포·총·증기기관·총알과 대포·비행기·기관총·무전기와 레이다·잠수함·원자폭탄·수소폭탄·미사일·레이저 등이다. 이러한 각각의 무기들은 해당 시대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승리의 요인을 저자가 제시하는 무기와 관련된 상대 무기를 비교하면서 제시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는 항공과 통신전자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기역학과 최초의 비행기' 그리고 '무전기와 레이다 개발'에 대한 내용을 좀 더 관심 깊게 들여다보았다.

'공기역학과 최초의 비행기'에 대한 장에서는 "비행기는 발명되자마자 없어서는 안 될 전쟁무기가 됐다. 초기에는 주로 관측과 정찰임무에만 투입됐으나, 곧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비행기는 적진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할 수 있었다. (중략) 그리고 얼마 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양쪽 진영에서 비행기가 광범위하게 이용되기 시작했다."(280쪽) 

이러한 내용으로 시작해서 '비행기로 이어진 물리학적인 발견, 라이트형제, 비행기를 날게 하는 비행 원리, 비행기의 조향과 기동, 최초로 전쟁에 이용된 비행기' 등에 대해 초보자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비행기! 하면 '저 거대한 물체가 어떻게 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공대생들은 비행기라는 말을 듣게 되면 '베르누이 방정식'을 떠올리게 된다. 기계분야 4대 역학 중의 하나로써 '베르누이 방정식'과 관계된 유체역학(流體力學)은 기계, 항공, 조선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베르누이 방정식만으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공학분야에서는 상쇄연구(Tradeoff Study)라는 용어가 많이 쓰인다. 과거에 농담 삼아 미 군사규격인 MIL-SPEC의 관련된 규격을 모조리 적용하여 항공기를 만들면 그 항공기는 절대로 뜰 수 없다는 말이 있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를 추구하면 안타깝게도 기괴한(?) 형태의 항공기가 나오게 되며, 항공기를 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항공기의 기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띄워야 하는 것인데···

'보이지 않는 광선: 무전기와 레이다 개발' 장에서는 '전자기파 발생과감지, 전자기 스펙트럼, 무선전파, X선, 가시광선과 적외선, 레이다'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서 '레이다'에 대해서는 이후 장인 '제2차 세계대전'의 내용 중에 다시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때때로 물리학의 어려운 공식이나 용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물리학과 관련된 이론 등의 내용을 쉽게 알려주려고 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꼭 이공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전쟁이나 과학 전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본문만 500쪽이 넘는 책이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단 시간 내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찬찬히 음미하고 싶다면 한 장씩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전쟁과 관련된 연대기적 내용뿐만 아니라 물리학의 소소한(??) 내용들도 저절로 습득하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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