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왜 韓 투자? "팬더믹 극복 대덕 등 역할 기대"

[특별인터뷰]김윤빈 라이트펀드 대표
"K-사이언스 세계가 주목…대덕, 감염병 대응 중심축"
3쪽 제안서 연구자 믿고 시급성 때문…"피어리뷰 등 중요"
라이트펀드를 이끄는 김윤빈 대표는 '한국형 추격 연구'에 강점이 있다고 봤다. 그는 "공중보건과 감염병과 전쟁에서 한국형 추격연구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사진=라이트펀드 제공>.라이트펀드를 이끄는 김윤빈 대표는 '한국형 추격 연구'에 강점이 있다고 봤다. 그는 "공중보건과 감염병과 전쟁에서 한국형 추격연구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사진=라이트펀드 제공>.

"대덕단지는 연구자 중심의 학술적인 동네로 알려져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 과정에서 산학연관 협력 활성화로 대덕이 세계적 연구 거점으로 부흥하길 기대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전 세계 과학기술계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전염병과 전쟁을 선포하며 기업의 도전적 과제를 지원해 주목받는 기관이 있다. 글로벌 헬스기술 연구기금(Research Investment for Global Health Technology Fund, RIGHT Fund) 앞 글자를 딴 '라이트 펀드'다.

라이트 펀드는 세계공중보건증진을 목표로 2018년 보건복지부(250억)와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125억, 이하 게이츠 재단), 한국생명과학기업 5개사(125억,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녹십자, 종근당, 제넥신)가 공동 출자한 글로벌 민관협력 비영리 재단이다. 백신, 치료제, 진단 기술 개발 연구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00억원의 기금을 지원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빌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코로나19 대응 논의 통화에서 라이트 펀드가 언급됐다. 이를 계기로 빌 게이츠 재단과 라이트 펀드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통화에서 한국의 위기극복을 높게 평가하며 재단 투자 펀드를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 펀드를 지휘하는 사람은 김윤빈 대표. 그는 한국은 여러 나라에 진단 장비를 지원해주는 등 코로나 대응에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계기로 K-사이언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 "한국형 추격 연구로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다. 

◆ 게이츠 재단, 한국형 '추격형 시스템'에 반하다

라이트 펀드의 25%를 지원하는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기부 재단이다. 게이츠 재단이 한국을 주목한 이유는 한국의 추격형 시스템이 효과적이면서 개도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 때문. 

김 대표에 따르면 게이츠 재단은 2013년 일본에서 라이트 펀드와 유사한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의약품과 바이오 연구가 발달한 일본과 손을 잡은 것이다. 펀드가 5년 내 2배 성장하는 등 일본은 1차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현재 2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라이트펀드는 서울대 연구공원에 위치한 국제백신연구소 건물에 위치해 있다.<사진=김지영 기자>라이트펀드는 서울대 연구공원에 위치한 국제백신연구소 건물에 위치해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그러던 중 게이츠 재단은 한국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시작이 늦어 원천기술 확보는 많지 않았지만 추격형 시스템은 강점이었다. 즉 더 싸고 효율적이면서도 간편하고 유통기간도 늘렸다.  특히 연구개발에 강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

김 대표는 "개발도상국은 유통망이 없고 의료진이 부족하다. 특히 가격이 비싸면 안 되기 때문에 추격형 시스템이 더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한다. 마침 우리나라도 국제개발협력 2차 기본계획에 들어가면서 체계적이고, 유용한 ODA 활동에 대해 고민하면서 서로 뜻이 맞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여러 협의 끝에 민관 협력으로 진행하게 됐다. 라이트 펀드는 현재 5개 중대형 연구과제(약 100억원 규모)를 지원 중이다. ▲저개발국가 필수백신 접종률 높일 수 있는 6가 백신 제조공정 R&D ▲ 주사제형 신 접합 콜레라백신 R&D ▲안전하고 경제적인 1회 투약 말라리아 신약후보 물질 연속 공정 기술 R&D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G6PD 결핍증 환자 선별을 위한 G6PD 현장진단기기 저개발환경 맞춤 기술 R&D ▲4가지 결핵 약제 내성 동시 확인 가능 결핵 현장진단장치 R&D 등이다.

5개 과제는 작년 7월 투자금을 지원해 1년도 채 안 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3개 과제(6가 백신 제조공정, 신 접합 콜레라백신, 결핵 현장진단장치)는 한국 기업의 강점인 후기 개발단계 연구에 투자한 것으로 빠르게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연구공모 제안서 단 3쪽···"과제 계획에 장황한 설명 필요 없다"

라이트 펀드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감염병 R&D 소형과제 '기술가속연구비'지원 사업을 계획보다 빠르게 신설했다. 지난 4월 공모를 마쳐 현재 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 외에 오는 6월 2차 중대형 연구과제 투자 공고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과제를 신설하며 라이트 펀드는 단 3쪽짜리 제안서 양식을 만들었다. 신청 요약문과 과제 세부사항, 예산-지적재산권-글로벌 정책과 관련한 '동의서'가 전부였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신속하게 제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식이 너무 간단해 선정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냐는 의문에 대해 김 대표는 연구자를 믿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한다. 그는" '기술가속연구비'는 개념을 증명하는 것이다. 쌓여있는 연구자료가 많지 않으니 배경을 늘여 쓸 필요가 없다고 봤다. 결과물이 완성됐을 때 개도국의 어떤 요구를 충족할지, 어느 정도의 개선을 보일 수 있는지 계획의 신빙성만 보여주기 때문에 간략하게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모든 과제 제안서가 간략한 것은 아니다. 그는 "매년 지원하는 중대형 과제는 후기 기술을 지원하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와 자료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라이트펀드는 개발도상국에 발병 빈도가 높은 풍토성 전염병을 대상으로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규과제를 긴급히 만드는 등 연구 기금 지원을 준비 중이다.<사진=라이트펀드 제공>라이트펀드는 개발도상국에 발병 빈도가 높은 풍토성 전염병을 대상으로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규과제를 긴급히 만드는 등 연구 기금 지원을 준비 중이다.<사진=라이트펀드 제공>

◆ "한국의 추격형 연구, 공중보건 넘어 감염병 대응 큰 축으로"

"한국 기업 중 코로나19 관련 백신 임상에 돌입한 곳은 없다. 하지만 뒤처진다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추격형 연구에 강점이 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더라도 제조와 고성능 장비 도입, 조달 등을 통해 감염병과의 전쟁에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백신 개발은 최근 5년 사이 많은 성장을 해왔다. 필요한 시장에 제대로 조달하는 비율도 2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관련 연구도 마찬가지다. 해외의 경우 DNA, RNA 등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해외기업이 임상등록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데는 사스와 메르스 연구가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약 10여 개 기관과 기업에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전임상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추격형 연구로 제조와 스케일업에서 한국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이 역할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다. 다만 아시아에서 발병한 전염병인 만큼 한국도 전염병을 꾸준히 연구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한국의 ICT 기술 활용도 큰 보탬이 될 것이란 견해다. 그는 "개도국의 경우 백신 보급률보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다. 유통망이 부족하고 의료진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전염병을 ICT를 통해 방역할 다양한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공중보건 및 예방, 감시를 위한 ICT 분야 지원도 진행 중이다. 많은 ICT 기업이 관심 갖고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중 보건계에 오랜동안 몸담아 왔다. 약학을 전공하고 한국노바티스 등에서 근무한 뒤, 10년간 싱가포르 노바티스열대병연구소에 일하며 감염병을 비롯한 소외열대병질환 연구와 이를 지원하는 국제협력 활동을 담당했다.

그런만큼 크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유행이 지나면 아무도 그때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플랫폼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에 많이 인식됐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지속적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은 K-뷰티 등을 통해 알려졌다"며 "정부의 빠른 대처와 진단기기 회사들의 개발능력이 결합하며 K-사이언스의 우수성이 증명됐다"고 피력했다. 감염병에 관심을 두고 프로젝트를 꾸준히 활동한다면 전염병 극복과 함께 K-사이언스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 "코로나 팬더믹 위기로 대덕단지 부흥 기대"

김 대표는 대덕단지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의 연구 중심에서 이번 진단키트 개발 등에서 보듯 산업 부분에서도 탁월성을 보여 앞으로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대덕단지가 코로나 19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 K-사이언스 중심지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덕의 연구자들에게 연구비 신청에 있어 3가지 유의사항을 당부했다. ▲기관이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을 명확히 파악할 것 ▲제안서 제출 전 피어리뷰 ▲기관과 꾸준한 소통 등이다.

그는 "각 기관들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은 '원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제안자가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해도 기관의 목적과 뜻을 같이 하지 못한다면 선정되기 어렵다"면서 "제안서에 연구 목적과 프로젝트를 통해 강조하는 점이 잘 표현됐는지 피어리뷰를 통해 주변 동료들과 체크를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RFP를 통해 1년 중 과제신청 기간을 알 수 있으니 제안서 제출에 앞서 공고를 내는 기관과 꾸준한 소통을 하면 더욱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 입장에서도 제안서 작성은 큰 투자인만큼 사전에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윈-윈하자는 것. 이번 3쪽짜리 '기술가속연구비'도 협력 기업과 대화의 결과물이었다고.

그는 "라이트 펀드의 제안서를 피어리뷰하는 선정위원회의 80%가 외국의 공중보건 전문가다. 한국 연구자의 제안서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우리도 기쁜 일"이라며 "지원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약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도상국에는 이미 개발된 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질병에 고통 받는 많은 사람이 있다. 접근성을 쉽게 해 기존의 치료제로 치료를 받게 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혁신"이라며 "한국의 기술이 작고 큰 변화를 만들어 개도국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윤빈 대표이사는 라이트 펀드에 오기 전 싱가포르 노바티스 열대병연구소에서 국제협력 수석(Head of Global Partnership)으로 공중보건 계에서 활동하며 게이츠 재단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감염병연구지원을 하는 비영리재단이 생긴다는 것을 듣고, 공중보건의 경험과 산업계의 경험이 라이트펀드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라이트펀드에 합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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