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진영 KIST 환경복지연구센터 박사팀
"'빛 보기 어려운 연구' 주변 우려에도 대기질 향상 믿음으로 꾸준히 노력"

황사가 위험하다고 모두가 떠들썩할 때 앞으로 진짜 문제는 (초)미세먼지가 될 것을 예측하고 연구에 뛰어든 김진영 박사팀. 김진영 박사는 "즉각적인 미세먼지 해결은 어렵지만 우리의 노력이 우리나라 대기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서지훈 연구원과 김진영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황사가 위험하다고 모두가 떠들썩할 때 앞으로 진짜 문제는 (초)미세먼지가 될 것을 예측하고 연구에 뛰어든 김진영 박사팀. 김진영 박사는 "즉각적인 미세먼지 해결은 어렵지만 우리의 노력이 우리나라 대기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서지훈 연구원과 김진영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황사연구를 하면서 앞으로 진짜 문제는 '(초)미세먼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에는 연구비가 넉넉지 않아 내부 연구비를 조금씩 모으고 기관 고유과제로 연구를 시작했다. 주변에서 빛 보기 어려운 연구 한다며 안쓰럽게 생각하는 분도 있었지만, 이제는 미세먼지가 전 국민의 이슈가 되었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 언젠가 우리나라 대기질도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인간과 동식물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하는 호흡. 매일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에서 중요한 '공기 질'을 연구하는 팀이 있다. 김진영 KIST 환경복지연구센터 박사팀이다.
 
KIST에서 연구원 생활한 지 20여 년이 된 김 박사는 황사연구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중반 미세먼지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자연현상인 황사와 달리 자동차나 산업 현장으로부터 배출되는 인위적 오염물질로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인간에게 더 해롭다고 생각했다"며 미세먼지에 주목한 이유를 밝혔다.
 
연구 초반에는 고가의 장비를 들일 여유가 없어 직접 만들고, 특정 기간에는 24시간 풀가동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이런 노력은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유입되는 초미세먼지의 국내 기여도를 처음으로 정량화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범부처 미세먼지 사업단에 참여하면서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국내 배출된 물질과 상호작용해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더욱 증가시키는 과정을 규명했다. 중국발 초미세먼지의 대기 영향을 복합적인 화학적 기작을 통해 명확하게 설명한 국내 첫 성과다. 자세한 연구내용을 김 박사팀에게 들어봤다.
 
◆ 국내외 오염만으로 설명 힘든 고농도 초미세먼지 '원인' 밝히다
 

"초미세먼지가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우리가 뭘 할 수있냐는 말을 많이한다. 비록 고농도일 때는 중국 영향이 지배적이지만 우리도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미세먼지는 지역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사용하는 미세먼지 예보는 북미 쪽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오보가 많다. 동아시아 환경을 제대로 이해한 연구는 우리에게 맞는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만드는데 기반이 될 것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초미세먼지가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우리가 뭘 할 수있냐는 말을 많이한다. 비록 고농도일 때는 중국 영향이 지배적이지만 우리도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미세먼지는 지역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사용하는 미세먼지 예보는 북미 쪽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오보가 많다. 동아시아 환경을 제대로 이해한 연구는 우리에게 맞는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만드는데 기반이 될 것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초미세먼지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냐는 말을 많이 한다. 비록 고농도일 때는 중국의 영향이 지배적이지만, 우리도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밝혀졌다. 우리 연구가 앞으로 수도권 초미세먼지 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과학적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고농도 초미세먼지 오염 원인으로 주목된 것은 국내 배출 미세먼지와 중국발 미세먼지다. 그런데 국내 배출 미세먼지의 기여를 1,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를 1이라고 했을 때 둘을 합쳐 국내 초미세먼지 발생이 2가 되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실은 그보다 더 심한 수준의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는 한다.
 
대기환경을 연구하는 김 박사팀은 원인규명 연구에 돌입했다. 먼저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화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해외유입 ▲국내 대기 정체 ▲해외 유입+국내대기 정체 3가지 조건으로 분류하고 유형별 미세먼지 열역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100가지가 넘는 미량원소와 유기성분을 분석해 오염원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더 많은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지 변화를 살폈다.
 
분석 결과 해외 미세먼지 유입이 없는 대기 정체 조건에서는 34 μg/m3였던 초미세먼지 농도가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될 경우 53 μg/m3로 높아졌다. 거기에 국내 대기까지 정체될 경우 72 μg/m3으로 가장 높은 농도를 보였다.
 
이런 차이는 국내에서 배출된 미세먼지 원인물질이 중국발 미세먼지와 함께 섞이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연구 제1 저자인 서지훈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황산염 및 질산염 등 무기 성분이 많다. 황산염은 석탄이나 석유가 연소할 때 배출되는 황산화물로부터 생성되며, 저황 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국내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대신 국내에서는 자동차와 제철소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많다. 중국발 미세먼지 입자와 국내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 및 암모니아가 혼합되며 입자 내 질산염 성분을 더욱 증가시키는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서지훈 연구원은 "중국발 미세먼지에 포함된 무기 성분은 강한 흡습성을 가진다. 입자 내 수분이 증가한 상태로 우리나라 수도권에 유입돼 질소산화물과 만나 반응하면서 질산염이 추가적으로 생성됐다"며 "그 질산염이 다시 수분을 흡수하면서 질산염을 증가시키는 되먹임 효과로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서지훈 연구원.<사진=김지영 기자>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서지훈 연구원.<사진=김지영 기자>
그렇다면 암모니아나 질소산화물을 줄이면 고농도 초미세먼지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기 중 암모니아는 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초미세먼지 입자가 산성화되기 때문에 미세먼지의 인체 위해성을 더욱 높일 우려가 있다.
 
대신 국내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통해 대기 중 총 질산 성분을 줄임으로써 입자 내의 추가적인 질산염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 이는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시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오염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김 박사는 "질소산화물 자체를 배출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자동차 오부제와 같은 정책을 실시하거나, 발전소·제철소 굴뚝에 질소산화물 제어 기술을 적용하는 등 정책으로 우리나라 초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는 지역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미세먼지 예보는 북미 쪽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서 "동아시아 환경을 제대로 이해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맞는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만드는데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리는 하나! 팀원이 있어 가능했던 연구
 
"미세먼지 악화 예보만 뜨면 우리 팀 메신저는 비상사태였다. 연구원들이 자료수집에 애를 써줬다. 또 우리에게 필요한 연구 장비를 제작해 주신 기술원이 안계셨다면 연구가 어려웠을 거다."
 
대기연구는 데이터와 싸움이다. 언제, 왜, 어떤 이유로 대기질이 나빠졌는지 분석하기 위해 몇 달 몇 년 치 데이터가 필요하다. 매일 대기 성분을 샘플링하고 분석하는 반복적인 일은 지루하지만 대기연구에서 제일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온 데에는 김 박사팀 연구원들의 노고가 있었다. 초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알려진 겨울과 봄철 뿐 아니라 여름과 가을철을 포함한 사계절 집중측정을 통해 초미세먼지를 포집·측정했다. 주말 관계없이 한 달 이상씩, 2년간 자료수집에 몰입했다. 김 박사는 "초미세먼지 예보가 뜨는 날이면 팀 내 메신저는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우리의 데이터는 여러 연구원들의 노고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팀에는 똑같은 크기의 쌍둥이 스모그 챔버가 있다. 이 챔버는 대기 중 물질이 어떻게 만나 반응하는지를 볼 수 있다. 진현철 책임기술원이 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장비다. 스모그챔버는 문길주 전 KIST원장이 연구팀에서 활동할 당시 필요성을 강조해 개발된 것으로 만들어진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활용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팀에는 똑같은 크기의 쌍둥이 스모그 챔버가 있다. 이 챔버는 대기 중 물질이 어떻게 만나 반응하는지를 볼 수 있다. 진현철 책임기술원이 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장비다. 스모그챔버는 문길주 전 KIST원장이 연구팀에서 활동할 당시 필요성을 강조해 개발된 것으로 만들어진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활용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초반에는 연구비가 넉넉지 않아 연구 장비 개발도 팀 내에서 모두 해결했다. 94년부터 KIST 대기팀에 몸담은 진현철 책임기술원은 대기 중 물질들이 서로 만나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 수 있는 장비인 스모그 챔버 등 다양한 장비를 개발하며 연구를 지원했다. 장비뿐 아니라 오차를 최소화한 데이터 측정은 진 책임기술원이 있어 가능했다.
 
복잡한 대기 현상을 다양한 모델과 기상자료를 통해 해석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서지훈 연구원이 주도해 가능했다. 이처럼 엄청난 대형 장비 없이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연구팀에 숨은 조력자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진영 박사는 "미세먼지 연구가 주목받지 않았던 시절에 시작한 연구인만큼 첨단장비와 연구비가 없었지만, 자료를 잘 만들어놓은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라며 선후배연구원들에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연구진은 다양한 필터를 사용해 24시간동안 미세먼지를 포집한다. 이후 미세먼지 속 성분을 분석해 자료를 축적한다. 이 자료들은 대기질 연구의 귀한 재료들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진은 다양한 필터를 사용해 24시간동안 미세먼지를 포집한다. 이후 미세먼지 속 성분을 분석해 자료를 축적한다. 이 자료들은 대기질 연구의 귀한 재료들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최근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내 미세먼지 해결 외에는 큰 관심이 없어, 중국발 미세먼지의 국내 영향을 규명하는 우리나라의 연구들이 당장 중국 측의 대응 및 배출규제와 연결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꾸준한 연구성과는 향후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박사는 이번 성과가 그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그동안 수도권 중심이었던 연구를 전국단위로 넓힐 계획이다. 그는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등 5곳 정도를 예정하고 있다. KIST뿐 아니라 여러 기관과 함께 협력해 미세먼지 발생의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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