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생태계 회복, 우주기술 강국 성큼
블라인드 채용 없앴지만 공운법 폐해 여전
연구회 중심 정년 회복, PBS 개선 등 진행 중
"과학계의 집단지성 활용한 발전안 도출 필요"

지난해 항우연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사진= 대덕넷 DB]
지난해 항우연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사진= 대덕넷 DB]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를 통해 과학기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빠른 성장과 도약은 과학과 기술, 혁신에 의해 이뤄낼 수 있다"면서 5년 국정운영의 핵심에 과학기술을 놓겠다고 약속했다.

9일 취임 1년을 하루 앞두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외교 안보과 과학기술을 강조하며 반도체, 원전 등 공급망 구축과 방산분야 성과를 들었다. 윤 정부는 지난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기술패권의 주도권을 잡겠다며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한 바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수소, 우주항공·해양,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 첨단 로봇·제조, 차세대 통신, 양자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반도체, 미래차, 우주발사체, 수소, 로봇, 원전, 바이오 등  전국에 15개 신규 국가산단을 지정하고 첨단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인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 등 각 분야 대학원을 선정했다. 예산을 투입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연구현장에서는 윤 정부의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략, 인력양성, 산단 선정 등이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윤 정부의 과학기술 중요성 강조는 의미가 크다"면서 "하지만 인력양성, 산단 선정 등 과시용으로 그칠 수 있다. 지금은 성장기가 아니라 정체기다. 산단을 지정했다고 기업이 그냥 입주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력양성, 산단 구성 등 구체화 된 전략이 같이 가야한다"면서 "최근 TV에서 국민 대상의 선거법 개정 의견을 듣는 프로그램이 있더라.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과학계 관계자들과 문제해결을 위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보면 좋겠다. 물론 참여자도 시간, 방향 등 룰을 지키면서 과학계의 집단지성을 모아보자"고 제안했다.

◆ 윤 정부, 탈원전 폐기와 우주청

윤 정부의  과학기술은 탈원전 폐기와 우주기술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운영 110개 과제를 통해 윤 정부는 탈원전폐기를 공식화했다. 이후 2017년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에 속도를 냈다. 또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한국형 차세대 원전인 APR1400노형 건설과 운영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해외 수주에 집중했다. 30여개 원전 유관기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원자력수출전략위원회도 꾸렸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한국형 원전을 수주키로 하며 원전 수출의 물꼬가 열리기도 했다. 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에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포함,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 확정된 제10차 전력수습기본계획(22~36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보급하며 석탄 사용을 줄이게 된다. 이에 따라 36년께 원전 비중은 34.6% 신재생 비중은 30.6%를 목표로 하고 석탄은 14.4%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망가졌던 원전 생태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인 핵폐기물 처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원자력계에서는 원전 지속성을 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에 2050년께로 운영시점을 명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정부는 7대 우주강국 도약을 내세웠다. 지난해 6월 자체 개발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8월 대한민국의 달탐사의 시작인 달 궤도선 다누리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며 우리나라는 명실상부의 우주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정부는 2045년 화성 착륙을 실현하는 로드맵과 우주항공청 설립을 발표했다. 현재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단이 출범, 관련 부처 등과 논의하며 우주경제 실현을 가속화 중이다. 

우주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구개발, 제조, 발사체 등 대전, 경남, 전남을 잇는 3각의 우주클러스터 조성안도 내세웠다. 하지만 우주청 설립을 두고 연구현장의 설왕설래는 여전하다. 연구개발 인력이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지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이 다수다. 오는 24일 누리호 3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누리호 3차 발사에는 실제 위성이 실리며 우리나라는 우주강국 대열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우주청 설립에 속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발목잡는 제도들 여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른 연구현장의 발목 잡기는 여전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중심으로 기타공공기관 제외, 금융위기시기 줄어든 정년 회복, PBS제도 개선 등 연구몰입 환경을 저해하는 제도들을 손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윤 정부는 출범 전 현장의 의견을 통해 적극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연구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는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발 빠르게 폐지한 제도가 있다. 윤 정부가 들어서고 연구현장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 블라인드 채용은 폐지됐다. 그동안 연구개발 특성상 블라인드 채용은 맞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전혀 다른 인력이 선발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구인력 채용 절차는 연구현장으로 넘겼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력 미스매치 문제는 일정부분 해소됐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하지만 인력 TO 문제는 여전한 현장의 애로다. 기재부에서 인건비, 인력 선발권을 틀어쥐면서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제때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단다. 본지 취재결과 정년을 마친 인력이 빠진 경우에만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사례가 여럿이다. 연구개발 예산은 늘리면서 인력은 제자리 걸음으로 연구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결국 출연연 인력 유출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기업과 대학과 비교해 열악한 연구 환경에 연구진의 출연연 탈출이 지속되고 있어 현장의 우려가 크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국가적 투자에는 내용을 어떻게 담을지도 같이 가야 성장할 수 있다. 과거에는 민주화라는 정치적 이슈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면서 "우리에 맞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무원이 만들어 내는데도 한계가 있다. 멀리 보면서 방안을 과학자들과 같이 만들어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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