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와 첨단기업, 집적지 과학도시 강점
글로벌 제약사들 우주 바이오 실험 활발
산학연 관계자 참여한 포럼도 열려
"우주시대 열리며 우주산업 외연 확대 속도"

우주바이오 모임에서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단다.[사진= 정흥채 센터장]
우주바이오 모임에서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단다.[사진= 정흥채 센터장]
지난해 가을 어느날 주말. 유달리 풍광이 아름다운 대청호 인근 카페에 편안한 복장의 아재(?)들이 들어섰다.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아 온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동호회? 가족모임? 아니다. 주말을 이용한 우주 바이오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분야도 다르고 연구소, 대학, 기업 등 근무지는 다르지만 과학기술에 진심인 연구자들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매월 모임을 갖는다. 우주와 바이오. 접접이 있을까. 생소한 듯 하지만 당연히 같이 할 부분이 많단다. 연구소, 첨단기술기업, 연구인력 등 과학도시의 강점을 살린, 과학도시에서만 가능한 우주 바이오의 출발이다.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장에 의하면 서울, 대전 지역은 달라도 우주 바이오라는 공통분모로 만날 때마다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일명 아재들의 왕수다가 펼쳐진다. 수다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과 연구개발이다. 

◆ 생소한 우주바이오

우주와 바이오.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겠으나 각국의 우주 진출이 가속화 되며 우주 바이오 분야가 미래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우주 바이오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든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약기업 보령이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 회사가 건설하는 상업용 우주정거장 사업에 78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우주산업(우주공장)의 외연 확장에 나섰다.

실제 우주환경에서 바이오, 신약 개발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미국의 제약사 머크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로리주맙)'을 우주에서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머크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수행한 연구를 통해 키트루다를 우주에서 만들 경우 지금의 정맥주사 방식보다 쉽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 제조가 가능함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제약사들도 우주환경에서의 신약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정흥채 센터장은 "앞서 글로벌 기업들의 실험으로 이미 증명된 부분도 있다. 대전에서는 천문연에서 관심을 가진 분들이 있어 생명연에서 월 1회씩 모여 공부를 해 왔다"면서 "NASA의 폴윤 교수님과도 세미나를 하며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기존 연구개발 인력, 우주와 접목할 인프라 구축, 참여 인력 영입, 기업 육성을 고민하며 조금찍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지난 50여년간 따로 연구해 온 경험이 있다. 같이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날아 오르 듯 빠르게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뭍였다.

지난 30일에는 '바이오헬스-우주·항공산업 소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바이오와 우주 분야 연구진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새로운 융합과 협력 전략을 논의했다. 정초록 생명연 박사와 전유전 만년설한의원 원장이 우주인을 위한 헬스케어에 대해 소개했다.

정초록 박사에 의하면 방사선 등 극한 환경에 대응하는 인공피부기술, 우주선내 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바이오 센싱 기술 등 다양한 우주바이오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정 박사는 "중력의 영향을 덜 받으면 고순도의 단백질 결정체를 얻을 수 있어 효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줄기세포 생산, 오가노이드 제조 등을 우주환경에서 할 수도 있다. 관련 기술로 창업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첨단 바이오 의약품 제조, 생산 시장에 빠르게 커지고 있어 우주 바이오 의약산업 기반을 위한 R&BD 센터 구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관련 기업 이미 TP에 입주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장(사진)을 비롯해 우주, 생명 분야 연구자, 교수, 기업이 참여해 지난 가을부터 매월 모임을 갖고 학습, 토의를 해 왔다. 그 결과 국내 우주바이오 분야가 시작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장(사진)을 비롯해 우주, 생명 분야 연구자, 교수, 기업이 참여해 지난 가을부터 매월 모임을 갖고 학습, 토의를 해 왔다. 그 결과 국내 우주바이오 분야가 시작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우주바이오 환경을 구현할 플랫폼은 일부 갖춰져 있다. 관련 기업이 대전TP 바이오센터에 입주해 있어 활발하게 협력 중이다."

노퍽 주립대의 윤학순 교수가 창업한 스페이스 린텍. 21년 창업한 회사로 엘리베이터 형태의 장비로 무중력의 우주환경을 만들어 낸다. 윤 교수는 미국 대학 소속의 교수이면서 국내에서 창업에 나섰다. 기술력은 NASA와 하버드대 등과 협력하며 입증됐다는 게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정흥채 센터장은 "엘리베이터 형태의 바이오실험은 드롭타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우주상태에서는 단백질 결정이 빨리 만들어질 수 있으니(구조가 빨리 풀어지면서 가능) 장기세포를 우주상태에서 만들면 강점이 있다"면서 "대전TP는 드롭타워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쌓인 과학도시의 경력을 우주에 적용하면 폭발적인 증가가 기대된다. 이를 통해 우주, 천문, 생명 등 협력으로 글로벌 신약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주와 바이오 모임은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면서 우주항공의학센터장인 김규성 교수, 노퍽 주립대(Norfork State University) 교수이면서 스페이스 린텍 창업자 윤학순 교수, 안오성 항우연 박사, 성두연 KAIST 박사과정생, 문홍규 천문연 박사, 정흥채 센터장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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