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영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지구환경연구부 선임연구원

예나 지금이나 과학자는 헝클어진 머리에 정돈되지 않은 모습
대중이 과학에 친근하게 접근하는데 이런 '괴짜 과학자'는 부담
최고 축구감독이 스스로를 'Normal One'으로 부른 건 겸손 넘어선 의미

김영민 선임연구원은 2011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지구시스템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2019년 자원지질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습니다. 2019년도 9월부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지구환경연구부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며 비전통 동위원소 분석법 개발, 금속 광상의 성인과 형성과정 연구, 동위원소 추적자 개발 연구 등을 수행 중에 있습니다.

그는 학생이던 지난 10년 전부터 몽골을 왕래하고 있습니다. 핵심자원광물 탐사를 위해 대규모의 금속광산을 보유한 몽골과 연구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면서 느꼈던 과학대중화, 기초과학의 진흥, 국제 연구 협력 등의 중요성을 이번 정기 기고를 통해 공유하려고 합니다. 끝으론 핵심자원광물에 대한 이야기도 연재될 예정입니다.  
 
김영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분석연구부 선임연구원.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한민국의 2023 아시안컵 축구대회 우승 도전이 아쉽게 4강에서 마무리되었다. 최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였지만 아쉽게도 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필자 역시 오랜 축구팬으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하였다. 요즘도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필자가 대학생이던 시절에 밤 늦도록 유럽의 프로축구리그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보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곤 한다. 당시는 박지성과 이영표로 대표되는 많은 축구 스타들이 EPL 등 유럽 빅리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필자가 뜬금없이 20년 가까이 지난 기억들을 소환한 이유는 유럽 축구의 유명한 감독이자 라이벌인 조세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의 어록을 빌려오고 싶어서다. 스스로를 'Special One(스페셜 원)'이라 칭하며 유럽의 유명 클럽들의 감독으로 많은 우승을 이끈 조세 무리뉴에 빗대어 펩 과르디올라는 후에 본인 스스로를 'Normal One(노멀 원)'으로 지칭하였다. 여기서 과르디올라 감독을 지칭하는 'Normal One'의 의미는 아마도 평범한 감독 혹은 평범한 사람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Normal One'이란 단어를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과학기술분야로 가져와보면 'Normal Scientist' 즉 '평범한 과학자' 정도로 번역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자'라 할 수 있다. 아마도 필자를 포함하여 본인의 분야에서 과학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Normal One'에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본연의 임무 이외에도 이러한 'Normal'한 과학자들이 과학대중화와 과학문화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지면을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필자가 어렸을 적 즐겨보던 만화책이나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헝클어진 머리로 대변되는 정돈되지 못한 차림새로 실험실에 파묻혀 연구만 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자들의 이미지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듯 하다. 작년에 필자는 유치원생인 큰 아들과 함께 '번개망토의 비밀'이란 EBS 어린이 드라마를 자주 시청하였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과학자 역시 필자가 유년 시절에 접하였던 과학자의 이미지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미디어에서 과학자는 여전히 소위 '괴짜'의 이미지와 함께 조금은 별나 보이는 사람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괴짜로 표현되는 과학자들의 이미지가 과학의 대중화에 있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특별하고 훌륭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로 보이나, 가까이 하기엔 조금 어려워 보이는 과학자들의 이미지가 너무 부각된다면 대중들은 과학 자체를 어려운 것 혹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렇기에 과학기술 연구는 괴짜 혹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과학'이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 주는 거리감을 조금이라도 줄일 것이라 생각한다. 

신문 혹은 TV가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유튜브, SNS, 숏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과학이 보다 손쉽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특별하거나 매우 큰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 위주로 신문, 방송 등의 미디어에 소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과학자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조금 더 가볍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전환을 통해 대중들이 보다 편하고 거리감 없이 과학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것이 과학대중화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Normal One'이라 칭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업적이 절대 'Normal'하지 않은 것처럼 많은 수의 평범한 과학자들이 하는 연구와 업적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과거와 같이 괴짜 이미지에 갇힌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과학자들이 대중 앞에 더 많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과학이 일상의 일반 대중의 삶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드는 진정한 과학대중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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