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사업단연·NTC 제안서 마감 앞두고 출연연 사활건 경쟁
"줄어든 R&D 예산 회복 절호의 기회"라며 부서간 경쟁까지 치열
과기부 "국가전략기술 성과와 출연연의 브랜드 높이기 최적 방안"
이종호 장관 "출연연마다 잘하는 걸 제대로 발휘할 기반 마련"
일부 연구자, "사실상 기술중심의 출연연 재편 아니냐" 의구심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글로벌 TOP 전략사업단(전략사업단) 과제를 따내기 위해 날 밤을 눈코뜰새 없이 분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관별 고유주제에 집중했던 출연연의 임무 중심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1월 31일 ‘글로벌 TOP전략연구단’ 사업 공고를 내고 제안서 접수에 나섰다. 특정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출연연의 공동 연구를 지원하는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가 R&D 시스템 개혁의 핵심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올해 출연연의 주요사업비를 20~30% 삭감했지만 전략연구단에는 1000억원의 신규 예산을 배정했다. 예산 신청 단위도 최소 50억원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만 입증하면 얼마든지 지원해준다"고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출연연들이 올해 대폭 줄어든 연구개발(R&D) 예산을 회복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과제 수주 총력전을 펴고 있는 이유다.

15일 대덕넷 취재결과, 이 전략사업단 사업 제안서 마감일이 닷새 앞(20일)으로 다가오자 출연연들은 사활을 걸었다 할 정도로 경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연구기관 간에는 물론 같은 연구기관의 부서 간에도 치열한 눈치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제안서는 전략연구단 지원 사업 계획과 NTC 계획을 각각 작성해야 한다.

한 사업에 여러 기관들이 동시에 제안서를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양자분야 전략연구단 사업의 경우 여러 개의 출연연과, 대학, 기업 등이 참여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980~90년대는 '1기관, 1기술'이 가능한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양자기술만 해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다수의 기관이 협력해야 기술개발이 가능해질 정도로 기술환경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연구현장에서는 전략사업단 사업이 국가전략기술 중심의 연구 개발을 맡을 국가기술연구센터(NTC) 출범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특정기술 중심의 출연연 통폐합 신호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략기술 사업별로 NTC에서 5년간 연구를 하게 하고 경우에 따라 연장하면 NTC가 사실상의 새로운 조직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기관별 통폐합은 없다고 했지만 NTC가 전략사업단에 참여하는 여러 출연연 연구 조직을 묶어내 그런 효과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부는 연구현장의 이런 반응이 전략사업단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한 오해라고 반박했다. 15일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ETRI를 방문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연구현장의 의구심에 대해 묻는 대덕넷 기자의 질문에 "완전한 오해이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NTC는 출연연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체제"라며 "지금처럼 각개전투식 연구개발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두 같이 천천이 죽어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출연연이 같이 협력해 국가적 성과를 내면서 출연연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브랜드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성과기반예산제도(PBS) 등으로 시스템상 협력이 어려웠던 출연연의 구조를 풀어 연구원들이 효율적이고 일하는 보람을 느껴가면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미션을 해결하려는 제도"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장관은 "출연연에 계신 연구자 한 분 한 분 마다 훌륭한 연구진인데 그동안 시스템적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NTC는 그런 문제를 풀어서 연구인력이 즐겁게 연구에 몰두 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바꿔가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인건비가 줄어드는게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도 반박했다. 연구현장 일부에서는 "사업비 항목은 전략연구단, 기본사업, 정부수탁사업까지 합계를 내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100%에 맞춘다는 것인데 외부 수탁없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어 장점도 있지만 PBS로 외부 수탁이 많은 연구자는 불리할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관계자는 "전략사업단 NTC에 속한 연구자는 인건비가 100% 보장된다. 지금 하던 수탁사업이 종료되더라도 과제를 수주하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3책5공'(연구자가 수행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제는 최대 5개 이내, 그중 책임자로 수행할 수 있는 과제는 3개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 부담없이 연구에 몰입하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이종호 장관은 "NTC는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의 연구인력 조직으로 출연연간 벽을 낮추고 기술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운용체계"라고 강조했다.[자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종호 장관은 "NTC는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의 연구인력 조직으로 출연연간 벽을 낮추고 기술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운용체계"라고 강조했다.[자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연구자로서 그나마 하고 싶은 연구는 기본사업으로 했는데 모든 사업비가 통합되면서 앞으로는 시키는 연구만 해야할 수 있어 연구환경이 더 열악해 질 수 있다"는 불만에 대해서도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창의적, 도전적 연구도 보장하면서 연구현장을 피폐하게 하는 PBS의 폐해는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NTC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한 대덕특구 출연연 소속의 한 연구자는 "그동안 출연연이 개별연구로 서로 협력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렇다할 대형 성과가 없다는 질타를 지속해 받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NTC는 정부가 출연연을 전체로 놓고 연구 잘하는 사람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건비 걱정없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지원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얼마나 국가전략기술과 밀접한가에 따라 연구 분야별 기대감은 온도차가 있다. 국가전략기술을 다루는 출연연 관계자는 "벌써 12개 기관에서 협력 요청이 들어와 기관장 차원에서 이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서로 협력 연구를 하자는 제안이 많아 긍정적이지만 전략기술과 동떨어진 연구 분야 종사자들은 전략사업단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국가전략기술 이외에 중요 기술에 대한 전략산업단과 NTC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가연구소의 기술별 협력 연구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회는 전략사업단과 NTC 예산으로 1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 규모에 따라 20개에서 수개의 전략사업단이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회에 의하면 2월 20일까지 제안서를 받고 3월초께 전략사업단을 선정해 3월말까지 연구계획서를 받는 일정이다.

아래는 전략사업단과 NTC 관련에 과기정통부와 연구회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글로벌TOP전략사업단과 NTC 시작하는 취지는.
A.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대학과 달리 설립 취지가 분명하다. 국가연구소의 역할이다. 1980년대, 1990년대까지만 해도 CDMA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우주발사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한 기관에서 연구가 가능했다. 지금은 우주분야도 우주항법, 위성, 발사체, 양자는 양자컴, 양자센서 등 다양하고 여러기관에서 각각의 역할이 필요하다. 국가연구소 간 협력,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략사업단과 NTC는 기술규모 확장과 기술환경 변화에 따라 기술별로 출연연의 연구개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국가적 미션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운영체계, 출연연 브랜드 찾기라고 할 수 있다.
 
Q. 무엇이 달라지나.
A. 가장 크게는 과제중심제도(PBS) 폐해를 줄이고 연구몰입환경, 기술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현장에서는 PBS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를 수주해야하는 부담으로 연구환경이 피폐해졌다고 말해왔다. 물론 일부에서는 도움이 된 것으로 안다. 이같은 과제수탁은 개인 중심이다. 국가연구소의 역할에 맞는 미션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연구에 치중하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질타를 받기도 하고 국민들이 인식하는 출연연의 브랜도도 낮아졌다. 전략연구단과 NTC에 포함된 연구인력은 지금 하던 3책5공 연구를 그대로 하면서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다가 수탁과제가 종료되면 연구 인력의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 발주 부처를 기웃거리지 않도록 인건비를 100% 보전한다. PBS에서 자유로워지며 연구 몰입 환경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연구자의 창의적 연구, 도전적 연구를 막는 것은 아니다. 비효율 문제는 제기될 수 있겠으나 미래 동력 창출을 위한 기본연구는 계속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융합연구단과는 무엇이 다른가.
A. 융합연구단은 여러 출연연이 참여해 한곳에 모여 연구를 진행하며 협력을 이끌었다. NTC도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것은 같다. 융합연구단은 개인간의 협력이라면 NTC는 기관 간의 협력으로 범주가 넓다. 기술개발도 개인이 기획하기보다 기관 간 협력해 국가에 필요한 과제로 기획하는 것이다. 기술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관 간 교류, 소통이 중요하다. 융합연구단이 주관 기관에 모여 연구를 했다면 NTC는 아직 그런 내용까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Q. 출연연 통폐합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A. 지금은 출연연에서 잘하는 분야를 모아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을 해결해 가야한다. 통폐합 이슈로 출연연에 혼란을 줘서 정부가 얻는게 없다. 통폐합은 정부에서는 전혀 고려하지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Q. 사업공고가 늦었다.
A. 그 부분은 인정한다. 올해 연구개발 예산 확정 과정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문제인데 연구 현장과는 지난해 12월말부터 이같은 변화를 알리며 준비를 하도록 소통해왔다. 그럼에도 혼란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안서는 연구개발의 구체적 계획이라기보다는 큰 기술주제를 놓고 어떤 기관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고 선정할 것이다.

Q. 기대하는 효과는.
A. 기술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지금같은 연구환경에서는 국가적 미션을 달성할 수 없다. 국가연구소인 출연연이 역할을 못하면 우리는 같이 죽어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과학기술계는 출연연이 잘돼야 한다. 이대로는 아니라는 것을 연구현장도 정부도 안다. 출연연이 다시 위상을 되찾고 국민들이 출연연의 역할을 알면서 국가적 미션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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