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윤 NASA 태양계 홍보대사 인터뷰
②우주시대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

NASA 리더 "상상력·호기심이 'NASA 스타일' "
윌리엄 브로키·조니 킴, 불굴의 의지 모델
거리낌없음·꺾이지않음·인간적 배려,
우주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인재 덕목

폴 윤 교수(오른쪽)와 영화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Andy Weir).  마션은 NASA의 과학적, 기술적 조언에 기초해 제작됐다.[사진= 폴 윤 교수]
폴 윤 교수(오른쪽)와 영화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Andy Weir).  마션은 NASA의 과학적, 기술적 조언에 기초해 제작됐다.[사진= 폴 윤 교수]

미국과 캐나다 공군으로 이뤄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임무는 핵무기 탑재 항공기가 미국 및 캐나다를 침공하는지 사전 탐지하는 일이다. 이 사령부는 매년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산타의 지구촌 이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영상을 만들어 내보낸다. 정교한 영상은 산타가 실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영상을 본 전세계 어린이들이 사령부로 전화를 해온다. 사령부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1000여명이 이 이벤트를 준비하고 문의 전화에 응답한다.

1월 29일 폴 윤 교수를 만났을 때였다. 기자는 말 머리를 트기 위해 이 사령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북미우주방위사령부가 매년 얼마나 많은 지구촌 어린이에게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인 꿈과 상상력, 호기심을 선사하고 있는 걸까요. 우주로 나아가려면 그런 상상력과 호기심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갑자기 폴 윤 교수가 ‘짝짝짝’ 박수를 쳤다. 이어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으면서 “(인터뷰의) 정답을 알고 오셨네요. 그럼 오늘 인터뷰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니 가보겠습니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인류가 화성에서 거주할 경우 두 배로 두툼한 달력이 필요하다. 화성은 공전하는 데 687일이 걸린다. 여기서 감자를 키워 식량으로 활용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영화 ‘마션’을 통해 알고 있다. 마션은 NASA의 과학적, 기술적 조언을 기초로 제작됐다. 요즘 제약사들은 앞다투어 우주로 나가려 한다. 무중력, 저중력의 우주 공간은 강한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에 비해 암 치료제 연구에 결정적인 단백질 구조 규명에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인류가 우주로 삶의 공간을 옮기든, 우주를 연구 공간으로 활용하든 인간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하게 다른 환경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우주항공청 개청을 앞두고 우리가 어떤 교육을 해야할지, 어떤 인간을 키워야 할 지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어쩌다 과학자가 됐나.
“어려서 아동소설 ‘톰소여의 모험’ 주인공처럼 공부는 잘 안하면서 모험심이 강한 말썽꾸러기였다. 50대 중반인 지금도 살아가는 모습은 어릴 때와 비슷하다. 다만, 수학을 공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한다고나 할까···."(웃음)

━ 상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실적이지 않은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은 현실이지만 그 현실에 너무 집착하면 도달하기 어려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한 유튜브 방송(안될 과학)에 나갔을 때,  평소 공감해왔던 NASA 리더 한분의 말씀을 전했다. 그 분은 ‘우리가 만약에 너무 현실적이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다'고 했는데, 그게 NASA 스타일이다.”

━ NASA가 일하는 방식이 그런가.
“우주탐사 계획이 실현될 때는 족히 10년 후다. 계획을 세울 당시 ‘너무 돈이 많이 든다’ 혹은 ‘기술력이 갖춰지지 않았다’라는 한계를 미리 설정해서는 안된다. NASA는 과학자들에게 기술력과 예산의 제약 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것 을 장려한다.”

━ 현실에 개의치 않는 도전정신인 것 같다. 나사에는 그런 인물들이 많나.
“윌리엄 보루키(William J. Borucki)라는 과학자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NASA에서 1980년대 엑소플래닛(exoplanet, 태양계 외행성) 탐사를 제안한 인물이다. 당시 엑소플래닛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꾸준히 탐사 제안서를 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한두 번만 거절당해도 보통 사람들은 주눅이 들지 않나. 하지만 보루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그는 결국 탐사를 위한 연구를 계속해 케플러 망원경의 기반을 만들었다. NASA는 2009년 3월 마침내 케플러 망원경을 우주로 발사했다. 케플러는 9년 동안의 행성 탐사를 통해 2681개의 엑소플래닛을 발견했다. 태양계 외에 존재할지도 모를 또 다른 우주의 존재를 밝혀낸 것이다. 엑소플래닛 찾기는 천문학자들의 시야를 확장해줬다. 지금은 NASA의 주요 탐사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 한국계 미국인인 조니 킴(Jonny Kim)도 그런 인물 아닌가.
“조니 킴을 주목해 주기 바란다. 그는 고교 졸업 후 네이비실(Navy SEAL)에 입대해 해군 특공대원으로 활약하면서 실제 전투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지인의 조카라 만난적이 있는데 검정색 군복을 입고 있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체력이 많이 약했던 그는 특공대 특수 훈련을 통해 정신과 신체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군 복무 중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이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던 중 NASA의 우주인 선발 프로그램에 지원해 발탁됐다. 우주인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지난해 여름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공개행사에서 폴 윤 교수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폴 윤 교수]
지난해 봄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공개행사에서 폴 윤 교수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폴 윤 교수]

━ 어떤 면이 우주인의 조건이란 말인가.
“먼저 수학을 전공했다는 점이다. 수학은 우주의 악보다. 수학은 물리학, 천문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 과학기술 분야 지식을 습득하는 데 필수적인 지적 토대다. 우주인에게 필요한 논리적 사고와 판단 능력도 수학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그는 의학을 공부했는데 심우주 탐사중 동료 우주인들의 건강을 보살필 의사가 한 명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법을 터득한 그의 군 복무 및 전투 경험은 척박한 환경의 화성 탐사나 달 탐사에 적합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조니 킴은 스스로를 우주인으로 만들어 갔다.”

━ 우주인은 그런 불굴의 인간만 필요한가. 
“그렇지 않다. 우주 공간의 미션은 팀을 이뤄 협업으로 수행해야 하기에 협동심과 감성지수가 높아야 한다. 지적 호기심을 넘어 무엇이 인간을 위한 것이며 우리의 삶을 보다 낫게 해 줄 것인가에 인류애적 철학이 필요하다. 학교 혹은 직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나 동료를 배려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영웅이 돼야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수많은 난관을 함께 극복해야 하는 우주인들은 서로 의지하며 상대를 자신처럼 아끼는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어야 한다.”

━ 하버드 입시사정관이지 않나. 어떤 학생들 뽑나. 
"매년 입학심사를 할 때마다, ‘별처럼 빛나는 젊은 학생들’을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 이번에 미국으로 돌아가면 학생들을 인터뷰 하게 된다. 화려한 조화보다 자신만의 향기를 지닌 들꽃같은 젊은이를 만나길 바란다. 하버드 대학은 화려한 스펙들 사이에서 선택적 딜레마에 빠질 때 ‘우리는 창의적인 C 학점 학생을 뽑을 용기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우리 대학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올바른 집단지성이 국가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21세기 오늘날 대학교육은 입시생들의 특정한 지식 습득능력 보다는 창의적 사고, 인성, 열정, 집념 등 실질적 미래 가능성을 더 잘 나타내는 지표에 무게를 두고 학생선발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NASA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스펙은 어떤가.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NASA 일을 한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NASA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NASA에는 석박사 및 학사 출신과 학부생 그리고 고등학생 인턴들이 함께 협업한다. NASA는 직위와 상관없이 소통을 중요시한다.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문화는 우주탐사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해결책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 허심탄회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우주시대에 중요한 것 같다.
“1997년 NASA의 패스파인더가 화성에 착륙할 때 직경 1m가량의 풍선 20개속에 파묻혀 안전하게 내려 앉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360kg의 탐사선이 88km 속도로 화성에 낙하할 때, 낙하산과 역분사 만으로 충격을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거리낌 없는 대화 중 누군가에 의해 제안된 어린시절 풍선 놀이 아이디어는 패스파인더를 에어백들로 감싸서 착륙시킴으로써 과학적 난제의 해결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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