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 주위를 도는 소립자인 전자의 구름모양을 상온에서도 정확하게 관찰하는 새로운 전자현미경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전자구름을 최초 관찰했던 주사터널링현미경 기술 이후 33년만의 쾌거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강성모)는 김용현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와 여호기 표준연 박사가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압을 발생시켜 선명한 원자의 영상은 물론 전자의 구름모양도 관찰할 수 있는 주사제벡현미경(SSM: Scanning Seebeck Microscope)을 개발, 시연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물리학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두 물질의 온도차로 전압이 발생하는 '제벡효과' 활용

전자의 구름 모양을 최초로 관측한 기술은 1981년 스위스 IBM에서 발명된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다. 현재까지 전자구름을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었다. 이 발명의 공로로 비니히와 로러 박사는 198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주 작은 전기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초정밀·극저온·무진동 환경이 요구되는 등 응용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또 전압을 가해 전류를 측정하는 기존 방식은 전류가 흐르면서 원자핵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구름에 영향을 주어 실제로는 왜곡된 형태를 보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주사제벡현미경은 상온에서도 매우 높은 해상도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그래핀·반도체의 결함을 원자단위까지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어 이들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주사제백현미경의 원리를 열전소재 연구에 활용하면 차세대 고효율 열전소재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나노 열물리 현상 이해할 수 있는 기본 틀 완성"

먼저 관찰하고자 하는 그래핀을 약간 가열된 온도(37~57℃)에 두고 탐침은 상온(27℃)에 있도록 한뒤 이로 인해 발생되는 전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상온에서 전자구름이 물결치는 모양을 세계 최초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결함주변에서 전자가 물결치는 모양은 양자역학 현상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나아가 연구팀은 원자수준 제벡효과로부터 전자구름이 관측되는 이론적 원리를 양자역학에 기초해 규명했으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김용현 교수는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노 열물리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틀을 잡는데 성공했다"며 "주사제벡현미경 기술이 응집물질 표면연구의 중요한 새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호기 박사는 "열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마치 기존 주사터널링현미경 기술에 자연적인 미분증폭기를 설치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며 "향후 기존 기술과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의섭 KAIST 석박통합과정 학생과 조상희 표준연 박사가 참여했고,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핵심연구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신기술융합형성장동력사업의 지원 하에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