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상엽 교수, 성공한 2030 과학자 많이 나와야

"제자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40代에 '벤츠 600'을 타고 다니지 못하면 저를 찾아오지 말라구요. 과학자도 자신의 능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부자 과학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에서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39)교수의 '제자사랑'은 남다르다. 그 누구보다 바쁜 일정에도 매주 제자들과 만나 한 주동안 해야 할 일에 대해 '단체' 미팅을 갖는다.

마지막주 월요일에는 제자들과의 개별 미팅을 통해 그들에게 다가선다. 이러한 일들은 이 교수가 빼먹지 않고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제자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다. 젊은 과학자이기에 그 누구보다 '예비 과학자'인 제자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능가한 과학자로 성장시키기 위한 의도에서다.

"이공계 기피현상과 연구원 사기저하 등 과학기술계의 위상을 뒤흔들고 있는 속에서 미래의 한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갈 이들의 역할은 더할나위없이 중요하죠."

이 교수는 싹이 자라기도 전에 시들어 고사해 버리는 遇를 범하지 않게 위해 제자들에게 들이는 공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사회 전반에 짙게 깔린 과학기술계의 위기가 자칫 제자들의 앞날을 가로막지 않기 위해서 그는 제자들을 더욱 다그치고 있다.

"40대가 되어서 벤츠 정도의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 못하면 제 얼굴 볼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도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에 연연하지 말고 오로지 앞만 보고 열심히 뛰라는 의미에서죠."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2030세대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속에서도 과학자로서 길을 묵묵히 걸어간 결과 부와 명예를 함께 거머쥔 2030 과학자들이 많이 나와야 후배들이 모델로 삼고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교수는 성공한 과학자가 다수 나와야 하고 이를 인정하는 올바른 가치관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밤낮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서 얻은 결과가 돈 없고 배고픈 과학자라면 누가 과학자가 되려고 하겠습니까. 과학자도 자신의 연구역량에 따라 적당한 보상과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된다면 과학자가 되지 말라고 해도 과학자가 되려고 할 겁니다."

이 교수는 젊은 시절 오로지 '성공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병역특례요원으로 귀국을 했지만 행정상 착오로 입대가 늦어지자 이 시간이 아까워 보충역으로 자원입대했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실험실로 출근해 밤새도록 연구에 매달렸고 1년6개월동안 10여편이 넘는 논문을 쓸 정도로 악착같이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마침내 최연소 KAIST 교수로 임명됐고 지금까지 국내외 논문 1백30편과 5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논문 인용횟수가 가장 많은 국내 과학자 중의 한명이 되는 등 그의 탁월한 연구역량을 국내외에서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아시아 차세대 기술혁신리더', '21세기 생명공학분야를 이끌어 갈 지도자'. '제1회 엘머가든상 수상', '사이테이션 클래식 상', '응용미생물 및 생물공학지 편집인 등 9개 저널의 편집자 및 편집위원' 등. '학문의 기초를 세운다'는 이립(而立)의 나이에 일궈낸 성과이기에 더욱 빛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교수를 과학기술계에서는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포스닥(Post.Dr)를 비롯한 젊은 예비 과학자들이 국내에 자리가 없어 해외로 떠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과학기술계에 대한 걱정에서다.

"가장 활발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이들은 미래의 한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갈 주역임에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해 떠나고 있죠."

연구원 사기저하도 중요하지만 장차 과학자가 될 예비 과학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함께이뤄져야 한국과학의 미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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