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희윤 KISTI 원장, 내외부 융합으로 지역 문제 해결
슈퍼컴-데이터로 인천·부산 등 교통, 침수 문제 등 대응
"과학계, 함께하는 문화-신뢰 기반 공생관계로 이어져야"

최희윤 KISTI 원장은 그간 개별화돼 있던 KISTI의 슈퍼컴퓨터-데이터 역량을 결집해 국민 중심의 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최희윤 KISTI 원장은 그간 개별화돼 있던 KISTI의 슈퍼컴퓨터-데이터 역량을 결집해 국민 중심의 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그간 통합, 분리를 반복하며 KISTI의 존재 의미가 희미해져갔다. 원장 취임 직후 우리의 교집합인 데이터로 KISTI 정체성과 R&D 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속도도 내야하지만, 방향이 중요하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보는 장소는 달라도 북극성을 함께 바라보게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최희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은 KISTI 정체성을 북극성에 비유하며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최 원장은 지난 2018년 1월 취임 당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원장으로 임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시했던 건 'KISTI 내부-고객 연결'이다. 약 50여년 동안 쌓아온 과학기술 정보와 슈퍼컴퓨터 역량, 정보분석 역량을 고객 중심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화두가 KISTI의 분명한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 원장은 "K-사이언스 시대에 KISTI는 산소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계학습데이터, 바이오 데이터 등 본격적인 데이터 구축 시대가 왔다"며 "데이터 국가기관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정보 수혜국으로부터 정보 공여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KISTI가 앞장설 것"이라고 피력했다.

◆ 슈퍼컴-데이터 역량 집결시켜 지역 현안 해결하다

KISTI는 슈퍼컴-데이터 역량을 융합해 사회문제 해결로 연결했다. KISTI는 지난 2018년 3월, 인천시와 협업해 ▲침수 ▲미세먼지 ▲대중교통 ▲지진피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데이터 대표 기관 KISTI의 슈퍼컴퓨팅 기술과 인천시 지역 데이터의 합작이었다. 

침수의 경우, 집중 호우 기간인 6~9월을 기점으로 침수 발생 구역을 실시간 예측했다. 미세먼지 분야에선 버스∙버스 정류장 각 10곳에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설치했다. 상세 모니터링 정보를 기반으로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취지다. 대중교통 최적화를 위해 데이터 기반 노선체계와 배차계획 등을 산출했다. 지진 발생에 따른 영향 범위 산정∙건물 손상도 등을 예측해 지진피해 솔루션도 구축했다.    

KISTI-인천시 사례는 KISTI 역량을 활용한 최초의 실증사례다. 이 과정에서 지역 기업도 함께 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인천시를 시작으로 창원시 등 지자체 곳곳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산에서도 KISTI 연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개방형 데이터 융합연구단(DDS 융합연구단)이 지난 6월 출범했다. KISTI 부산울산경남지원을 중심으로 부산시, ETRI 등이 협력해 데이터 기반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하자는 목적이다. 2022년 말까지 240억원을 투자해 데이터 기반 산업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 원장은 "데이터가 사회적 문제 해결 혁신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공급자가 아닌 철저한 수요자(국민) 중심으로 KISTI가 나아가야 한다"며 "특히 지역은 과기계에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다. 부산-울산-경남 협력과 같이 내부 협업이 지역 과학기술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원장은 인천시, 부산시 외에 취임 이후 88개 기관과 MOU를 맺었다. KISTI 인프라를 활용한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그는 "데이터 생태계 중심 기관이 되려면 발로 뛰어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최 원장은 인천시, 부산시 외에 취임 이후 88개 기관과 MOU를 맺었다. KISTI 인프라를 활용한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그는 "데이터 생태계 중심 기관이 되려면 발로 뛰어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 "레드우드 세쿼이아 숲처럼, 과학계 함께 하는 문화로 가야"

최 원장은 개별화가 KISTI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전체가 개인과 조직의 목표 격차를 줄여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최 원장은 "보람은 남을 위해 무언가를 했을 때 느끼는 것"이라며 "협력하고 나누면 행복하다. KISTI가 변하면서 외부로부터 인정받으면 내부에서도 모르는 사이 협력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and State Parks)을 예로 들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은 세쿼이아(미국삼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의 세쿼이아는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들이 강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땅속 뿌리들이 연결돼 있다. 서로를 지탱해주며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최 원장은 "과학기술계 생태계도 신뢰 기반의 공생 관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보는 토양이고, 성과는 열매다. 정보라는 좋은 인프라에서 연구자들은 열매를 맺는다. 햇빛은 정부 정책이다. 이 세 가지가 다 연결돼야 건강한 과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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